코로나19에 대처하는 기업들의 지혜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0.12.23 11:00
  • 호수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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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상황 속에서도 사회적 책임에 적극적
대기업뿐 아니라 프랜차이즈들도 ‘통 큰 기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우리 일상엔 큰 변화가 생겼다. 세계 각국은 코로나19와 전쟁을 선포하며 철저한 소독과 방역, 사회적 거리 두기, 자발적 격리 등 사태 확산 방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로 인해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야외활동 및 대면이 줄어들면서 생활 패턴이 크게 바뀌었다.

기업들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사업 구조와 방향을 재편하는 등 다각도로 애를 쓰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코로나 사태가 가져온 역대급 불황에 기업들은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정부는 12월8일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를 시행했다. 

그럼에도 확진자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는 3단계 격상을 저울질 중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12월16일 정부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 한 주간 전국의 하루 평균 환자 수는 약 833명으로, 거리 두기 3단계를 검토할 수 있는 기준인 ‘800~1000명’의 환자 수 범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상황에 따라서는 마지막 수단인 3단계로의 상향 결정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3단계로 상향될 경우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freepik

포스코·CJ, 사회공헌 ‘코로나 맞춤형’으로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회적인 책임을 소홀히 하지 않는 기업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곳이 포스코다. 포스코그룹은 최근 ‘통 큰 기부’를 결정했다. 연말 이웃사랑 성금 100억원을 출연키로 한 것이다. 코로나19 장기화 및 사회적 거리 두기 일상화로 그 어느 해보다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따뜻한 손길이 절실해졌다는 이유에서다. 포스코를 비롯한 그룹 계열사들이 십시일반 내놓은 성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돼 아동·청소년,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 지원에 폭넓게 사용될 예정이다.

포스코는 기존에 진행해 오던 사회공헌활동도 코로나 시대에 맞게 전환했다. 포스코1%나눔재단이 운영하는 ‘상상이상 사이언스 창의·진로 과학교실’이 그런 경우다. 포항과 광양 지역 중학생들의 과학교육 지원과 진로 체험을 지원하는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포항과 광양 지역 6개 중학교 5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데 이어, 올해 12개 중학교, 1학년 1872명으로 확대 운영됐다. 포스코는 특히 코로나19 사태에 맞춰 1인 1교구와 온라인 강의 및 앱 게임 방식 프로그램 개발로 학생 간 접촉을 최소화해 과학교육을 안전하게 받을 수 있도록 했다.

CJ그룹도 기존 사회공헌활동을 코로나 맞춤식으로 변경해 전개하고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지난 5년 동안 오프라인으로 진행해 온 ‘CJ SW창의캠프’를 디지털 디바이스를 활용한 언택트 온라인 교육으로 전환했다. ‘걸스 캔 두 아이티(Girls can do IT)’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프로그램은 강원도 내 100명의 여중생을 대상으로 15주간의 IT 관련 교육을 제공했다. 또 CJ나눔재단은 올해 9월 전국의 중·고등학생 150여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진로 멘토링’을 개최하기도 했다. 멘토로는 연구·개발(R&D)과 콘텐츠 기획·제작, 경영기획·전략, 식품·물류·유통 등 다양한 직무를 담당하는 CJ 계열사 임직원 50명이 참여했다.

CJ그룹은 이 밖에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를 위한 활동들을 전개하고 있다. CJ ENM 다이아티비는 올해 4월부터 지역 농가 판로 개척을 위한 ‘농가상생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동안 고양시 얼갈이 열무김치, 홍천 한우, 완도 전복장과 제주 광어회, 홍천 찰옥수수 등을 판매했다. CJ제일제당도 ‘대한민국 제철음식’ 캠페인을 통해 제철을 맞은 농·축·수산 특산물을 발굴해 지자체와 농가의 협력을 통해 매월 1개 이상을 홍보하고 있다.

LG전자 임직원들은 다문화가정 아동들을 위해 동화책을 녹음해 전달했다. ⓒLG전자 제공

LG, 임직원 참여형…효성, 장애인 문화 지원

LG도 그동안 코로나 피해 지원을 위해 눈에 띄는 활동을 벌여온 기업이다. 올해 2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구호성금 50억원 기탁을 비롯해 LG전자의 전자식 마스크와 건조기, LG생활건강의 생수, 세면도구, 소독제품 등 각종 물품을 지원하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경기도 이천의 그룹 연수원인 ‘LG인화원’을 코로나19 무증상 및 경증 환자들이 생활하며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LG그룹은 기업 차원 외에도 임직원이 참여한 비대면 봉사활동을 적극 벌이고 있다. LG전자는 다문화가정 아동과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임직원과 가족들이 동화책을 녹음해 책과 음성 파일을 전달했다. 또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영화 자막 제작에도 참여했다. LG유플러스는 임직원에게 국내 현대미술 작품 60여 점을 ‘희망아트 나눔경매’로 판매해 수익 일부를 소외계층에 기부할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는 임직원들이 매년 직접 김장을 담가 소외계층에 전달해 왔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김장이 어려워지면서 완성된 김치를 구매해 사업장 인근 복지시설에 전달했다. 올해까지 LG디스플레이 임직원이 전달한 김치는 총 185톤(9만2000포기)에 달한다. 또 LG화학 대산공장 노동조합은 최근 충청남도 서산시 대산 지역 내 취약 가구를 위한 월동물품을 기증하고, 지역 내 학교에 방역 마스크를 전달했다.

효성은 장애 예술가 창작 공간인 잠실창작스튜디오를 후원했다. ⓒ효성그룹 제공

효성그룹은 코로나19로 상대적으로 소외되기 쉬운 장애인들에게 대한 문화·예술 분야 지원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효성은 올해 10월 장애 예술가 창작 공간 ‘잠실창작스튜디오’에 1억원을 후원했다.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잠실 창작 스튜디오는 시각예술 분야 장애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이다. 매년 공모를 통해 시각예술 분야 장애 예술가들을 선발해 입주 공간을 제공한다. 현재까지 130여 명의 장애 예술가가 참여했다. 효성의 후원금은 장애 예술가들 작품활동 지원에 사용된다.

또한 효성은 영화 관람에 제한이 많은 장애인들을 위해 매년 사단법인 배리어프리 영화위원회를 후원하고 있다. 배리어프리 영화는 장애로 인한 제약 없이 영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시각장애인을 위해서는 화면을 음성으로 해설하고, 청각장애인을 위해서는 대사, 소리, 음악 정보를 자막으로 제공한다.

올해는 영화 《빛나는》의 배리어프리 버전 제작을 후원했다. 《빌리 엘리어트》 《앙: 단팥 인생 이야기》 《심야식당2》 《미래의 미라이》 《고양이 여행 리포트》 등에 이은 효성의 6번째 후원 영화다. 특히 효성은 직원들이 직접 더빙 작업에도 참여하는 등 배리어프리 영화의 대중화 직업에도 참여해 오고 있다.

우리은행은 인근 식당과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착한 소비 캠페인’을 진행했다. ⓒ우리은행 제공

금융권도 코로나19 피해자 지원에 적극 동참

금융권에서도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기업들의 위기 극복을 위한 금융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코로나 사태가 전국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3월초부터 ‘코로나19 금융애로 상담센터’를 운영하면서 코로나19로 경영상 애로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했다. 또 대출 실행에 최대 2개월까지 소요돼 적시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을 수렴해 2일 내에 대출 심사가 완료되는 ‘신속심사지원’ 제도도 도입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이 밖에도 다양한 코로나 피해 지원활동을 벌여왔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지난 1월부터 감염에 취약한 소외계층 어린이와 노인에게 마스크 약 4만5000개와 세정제, 체온계 등으로 구성된 감염예방 키트를 제공했고, 코로나로 피해를 본 각계각층에 성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또 대구 지역에서 코로나가 급속 확산한 올해 5월에는 일선에서 사투를 벌이던 지역 거점병원 의료진에게 매일 400개의 수제 건강식 도시락인 ‘든든한 도시락’을 제공하기도 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최근 대구 지역 영·유아 가정에 놀이 꾸러미를 전달했다. ⓒ하나금융그룹 제공

하나금융그룹 역시 금융 지원에 더해 다양한 코로나 피해 극복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최근 서울시 중구 명동사옥에서 육아정책연구소,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와 함께 영유아 가정 내 돌봄 놀이 꾸러미를 지원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의 개원이 연기됨에 따라 가정 내 자녀의 돌봄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행사다. 점토, 플레이콘, 색스카프, 촉감공, 스티커 등이 포함된 놀이 꾸러미는 코로나의 대표적인 피해 지역인 대구의 영·유아 가정 1200여 가구에 기증됐다.

하나금융그룹은 또 올해 9월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빚어진 혈액 부족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기 위한 ‘사랑 나눔 헌혈 캠페인’을 실시하기도 했다. 하나금융그룹 명동사옥과 여의도 하나금융투자 본사, 청라 하나금융그룹 통합 데이터센터 등 세 곳에서 임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 이날 행사는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며 시간대별로 인원을 분산시켜 안전하게 진행됐다.

 

명륜진사갈비, 가맹점에 75억원 지원금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곳 중 하나가 외식 프랜차이즈들이다. 기존의 외식 문화나 생활 패턴이 바뀌면서 규모가 큰 대기업 브랜드들마저 폐점과 매각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부는 가맹점과의 상생을 강조하며 거액을 코로나19 극복 지원금으로 내놓기도 한다. 전국에 550개의 가맹점을 둔 명륜진사갈비가 대표적이다. 대기업도 버티기 힘든 위기 상황에서도 이 회사는 지난 2월말 업계 최초로 30억원을 전국 가맹점에 지원한 데 이어, 최근 75억원을 추가로 휴업보상 지원금으로 내놨다. 이 때문에 명륜진사갈비는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착한 프랜차이즈 인증을 받기도 했다.

이 밖에도 호식이두마리치킨은 연말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랑의 쌀 1000포대를 기부했고, 이연복 셰프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내레이션 재능기부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이 같은 ‘착한 프랜차이즈’ 운동이 코로나19에 지친 소상공인들을 위로하고 선한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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