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인들 왔다가자 집값 들썩…경남 창원, 조정대상지역 지정 ‘초읽기’
  • 이상욱 영남본부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0.12.1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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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까지 경남의 외지인 아파트 매입 비중 30.3%…전국 최고
국토부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이르면 이번주 지정 전망

경남 창원 합성동에서 부동산 중개소를 운영하는 A씨는 지난달 14일 한 SNS 커뮤니티에 “지금 올라온 매물이 외롭고 쓸쓸하지 않게 도와줘야 합니다. 꼭 팔 사람이 올리는 게 아닌 이 정도면 팔아볼까? 정도로 올리면 됩니다”라는 게시글로 아파트 시세 조장을 유도했다. A씨는 부동산 가격 담합 등 행위로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고발 조치됐다. 

창원시가 17일 공개한 부동산 거래 질서 교란 행위는 대부분 외지인이 들어와 집을 사면서 거래가 늘고 가격도 급등했음을 신랄히 보여준다. 부동산 중개업소 93곳에 대해 수사 의뢰 등 고강도 조치에 나선 것도 부동산 투기 행각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인 셈이다. 

경남 창원 의창구 중동지구 유니시티 아파트단지 모습. ©연합뉴스
경남 창원 의창구 중동지구 유니시티 아파트단지 모습. ©연합뉴스

최근 부동산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경남의 11월 아파트 매매 건수는 6679건이다. 지난해 11월 매매 건수는 4869건이었다. 아파트 가격도 급등했다. 창원 용호동 ‘용지더샵레이크’ 84㎡가 지난 7월 7억 원(21층)에 거래됐지만, 석 달여 만에 2억5000만 원 올라 10억 원 턱밑까지 육박했다. 창원 성산구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 ‘센텀 푸르지오’ 85㎡도 두 달여 만에 2억5000만 원이 올라 지난달 7억8500만 원(25층)에 거래됐다. 

한동안 경기 불황에 허덕였던 창원의 아파트값이 최근 별다른 호재도 없이 급등하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지에서는 외지인 투자자들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올해 10월까지 경남의 외지인 아파트 매입 비중은 30.3%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7∼10월 경남의 외지인 매입 비중(31.1%)은 상반기(29.7%)보다도 증가했다. 또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창원 아파트 매입 건수 총 1705가구 가운데 경남 외 지역 외지인 매입은 22.5%(384명)로 나타났다. 지난 8월 10.6%(112명), 9월 13.8%(173명)에 비해 배 넘게 높아졌다.

이는 투자 수요가 규제를 피해 지방으로 옮겨간 결과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지난 6·17 대책을 통해 접경 지역 일부를 제외한 수도권 대부분 지역을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으로 지정했다. 조정대상지역에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9억 원 이하에는 50%, 9억 원 초과엔 30%가 적용된다. 총부채상환비율(DTI)도 50%로 묶인다. 게다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중과된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시가 15억 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막히고, 9억 원 초과 주택의 LTV가 20% 적용된다. 조정대상지역을 사실상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한 탓에 풍선효과가 지방으로 확산되면서 지방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창원 집값이 급등하자 경남도는 창원 일부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남도는 지난달 29일 창원 의창구와 성산구 등 일부 지역을 부동산 거래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해달라고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다만 의창구 동읍과 북면, 대산면은 요청 지역에서 제외했다. 또 경남도는 창원 마산회원구·마산합포구·진해구에 대해서는 아파트 가격을 계속 모니터링한 뒤 이상 징후가 보이면 조정대상지역 추가지정을 건의키로 했다. 

이런 가운데 경남 창원은 이르면 이번주 경기 파주와 충남 천안, 울산, 부산 일부 지역 등과 함께 부동산 규제지역으로 새로 묶일 전망이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르면 이번주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창원 등 최근 주택가격 상승세가 가파른 지역을 추가로 조정대상지역으로 정하는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경남 창원은 직전 3개월 주택가격이 1.72% 올랐는데 성산구와 의창구가 각각 4.38%(아파트값 1.15%), 2.77%(아파트값 0.94%) 급등했다. 규제지역이 집값을 안정시킬 근본적인 처방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 여론이 높지만, 국토부는 이미 12월 중 추가 규제지역 지정을 예고했다. 국토부가 지난달 19일 부산 동래구 등 7곳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면서 “12월 중 과열 지역에 대해 규제지역을 추가 지정하는 등 지역시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규제지역 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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