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수가 부른 화근? 秋 라인, 수사·감찰 대상 몰려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0.12.18 10:00
  • 호수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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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후 “검찰 내부 과제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라며 “검찰 개혁을 왜 해야 하는지 더욱 분명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히려 윤 총장 징계 과정 곳곳에서 추미애법무부 장관 측의 문제점이 더 많이 드러났다. 추 장관 라인이라고 지목된 인물들은 검찰 감찰은 물론 수사를 받아야만 하는 상황에까지 내몰리고 있다. 추 장관의 무리수가 부른 화근이었다.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대표적이다. 신 부장은 추 장관이 지목해 윤 총장 징계위원으로 참석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신 부장이 KBS의 채널A 사건 오보와 관련해 피의자로 특정된 사실이 밝혀졌다.

KBS는 지난 7월,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고 공모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KBS는 “(한동훈 검사장이) ‘(유 이사장에 대해) 수사하더라도 정치적 부담이 크지 않다’는 취지의 말을 했고, 총선을 앞두고 보도 시점에 대한 이야기도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이에 한 검사장은 “실제 존재 하지도 않는 대화를 한 것처럼 꾸며낸 허구이자 창작”이라며 KBS 보도 관계자와 허위 정보를 제공한 수사기관 관계자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KBS는 “기사 일부에서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단정적으로 표현됐다”며 오보를 인정했다.

이 와중에 해당 오보 내용을 ‘서울중앙지검 핵심 간부검사’가 KBS에 흘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간부로 신성식 부장이 지목된 것이다. 신 부장은 징계위에서 기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 징계 혐의에 대해서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신 부장은 검찰 선후배로부터 징계위원 사퇴 권유를 받아왔다”면서 “윤 총장 징계에 대해 검찰 내부는 물론 여론도 등을 돌렸다. (징계위 당시) 추 장관 사퇴도 어느 정도 예상됐던 바다. 본인도 살길을 찾아야 하지 않았을까”라고 비판했다.

징계위에서 채널A 사건과 관련한 부실수사 의혹도 불거졌다.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 파견됐던 이정화 검사는 징계위에 출석해, 채널A 사건을 처음 제보한 ‘제보자X’가 취재원 협박이 있었다는 시점보다 앞선 지난 2월 MBC 측과 접촉했다고 밝혔다. 함정취재가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MBC는 “이정화 검사가 은폐됐다고 주장한 통화의 MBC 측 관계자는 당시 PD수첩 소속이던 김아무개 PD”라면서 “제보자X와 김 PD는 실제 2월 초순 한두 차례 통화했지만 목적은 ‘사모펀드’ 관련 취재”라고 해명했다.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은 윤 총장 징계 과정에서 추 장관보다 더 큰 주목을 받았다. 류혁 법무부 감찰관은 징계위에서 11월24일 추 장관의 발표 전까지 감찰이 개시된 것을 전혀 몰랐다고 밝혔다. 박 담당관이 상관인 류 감찰관을 ‘패싱’하고 윤 총장의 감찰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정화 검사는 “판사 사찰’ 의혹에 대해 ‘죄가 안 된다’는 보고서 내용이 삭제됐는데, 박 담당관이 삭제 지시를 했다”고 폭로했다.

박 담당관은 ‘이종근2’로 더 유명해졌다. 이용구 법무차관이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이종근2와 윤 총장 징계와 관련해 대화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종근 검사는 대검 형사부장으로, 박 담당관의 남편이다. 실제로 이 부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인 지난 2009년 6월,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글을 내부 통신망에 올리면서 ‘이종근2’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즉, 이 차관이 윤 총장 징계와 전혀 관계없는 대검 부장과 부적절한 대화를 한 셈이다. 그러나 이 차관은 이종근2가 박 담당관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코미디가 따로 없다. 검찰 내에서 동명이인이 있을 경우 기수에 따라 ‘홍길동1, 2, 3’ 이런 식으로 표기한다. 서울고검에 22기 이종근 검사가 있다. 이 때문에 이 부장이 이종근2가 된 것”이라면서 “박 담당관의 행보를 보면 법률가가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무리를 해 가며 윤 총장을 찍어내려고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추 장관이 사퇴를 표명한 만큼 박 담당관도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 사퇴 여부를 떠나 박 담당관은 감찰을 통해 징계를 받아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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