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6년 연속 신인왕’ 대기록, 김아림이 잇는다
  • 안성찬 골프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2.26 10:00
  • 호수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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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부터 이어진 ‘한국 선수 LPGA 신인상 수상’ 기록에 도전…장타력이 최대 강점

2021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의 최대 관심은 무엇일까. 아마도 미국 진출을 선언한 US여자오픈 우승자 김아림(25)이 신인왕을 차지할 수 있느냐 여부가 아닐까 싶다. 만약 김아림이 2021년 신인왕에 오른다면 한국은 무려 6년 연속 신인상 수상의 대기록을 이어가게 된다.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LPGA투어 대회 수가 급감하면서 신인상을 선정하지 않았다. 올해 개최하지 못한 대회를 내년으로 이월시켰기 때문이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한국 여자골프의 위상은 역대 LPGA 신인상 기록에서 잘 드러난다. 1998년 박세리를 시작으로, 이듬해는 김미현이 이어받았다. 한국은 2001년 한희원, 2004년 안시현, 2006년 이선화, 2009년 신지애, 2011년 서희경, 2012년 유소연 등이 신인상 수상을 계속 이어갔다. 이후 3년간 외국선수에게 신인상 타이틀을 내주며 잠시 주춤했던 코리아 낭자군은 2015년부터 대기록을 써내려갔다. 그해 김세영이 신인상 타이틀을 되찾아온 데 이어 2016년 전인지, 2017년 박성현, 2018년 고진영, 2019년 이정은6 등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활약하다 미국 무대에 도전한 선수들이 압도적 기량을 뽐내며 5년 연속 신인상 수상 기록을 달성했다. 2020년 신인상은 선정하지 않았으므로, 2021년으로 이 기록은 계속 이어진다.

김아림 선수 ⓒ연합뉴스

“좋은 환경에서 내 골프도 발전할 수 있는 멋진 기회”

김아림은 12월15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챔피언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75회 US여자오픈(총상금 550만 달러)에서 대역전극을 펼치며 ‘메이저 퀸’에 등극했다. 이 덕에 비회원이었던 김아림은 첫 출전에서 우승하며 LPGA투어에 ‘무혈입성(無血入城)’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진출을 결심한 김아림은 “LPGA투어는 오랫동안 꿈꿔왔던 무대다. 이번에 US여자오픈에 출전하면서 훈련 환경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여러모로 반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 좋은 환경에서 경기를 할 수 있고 나의 골프도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멋진 기회라고 생각해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갑작스럽게 기회가 온 만큼 신중하게 많은 부분을 고민했다. LPGA투어 진출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현지에 잘 적응할 수 있느냐다. 이 부분은 많은 분의 도움과 지원이 있기에 최대한 잘 준비해 하나씩 풀어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아림에게 6년 연속 신인왕 대기록의 희망을 거는 것은 175cm의 큰 키에 탄탄한 근력으로 중무장한 데다 ‘장타’라는 강력한 무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김아림은 KLPGA투어에서 지난 3년간 장타 랭킹 1위에 오르면서 2승을 올렸다.

신인상이 왜 중요할까. LPGA 신인왕은 스타로 가는 ‘초고속열차 티켓’이다. LPGA투어를 풍미한 ‘골프 레전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카리 웹(호주), 박세리 등이 모두 신인왕을 발판 삼아 정상에 오른 뒤 명예의 전당에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소렌스탐은 1994년, 웹은 1996년, 박세리는 1998년 신인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뒤 현역 시절 세기의 그린 라이벌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신인상을 수상한 한국 선수들은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며 전 세계 골프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키는 한편 ‘코리아 브랜드’를 알리는 데 첨병 역할을 했다. 한 가지 재미난 사실은 박세리가 1998년 메이저대회인 LPGA 챔피언십에서 데뷔 후 첫 우승을 했는데, 이것이 전통이 된 것일까. 첫 우승을 메이저대회로 장식한 국내 선수들이 줄줄이 나왔다는 점이다. 김주연이 2005년 US여자오픈, 박인비가 2008년 US여자오픈, 유소연이 2011년 US여자오픈에서 각각 첫 우승했다. 2012년 유선영이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고, 2015년 전인지가 US여자오픈, 2017년 박성현이 US여자오픈, 2019년 이정은6이 US여자오픈, 그리고 2020년 김아림 역시 US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오르며 신인으로 메이저 첫 승의 기록을 이어갔다.

고진영 선수(왼쪽) 이정은6 선수 ⓒ연합뉴스

눈에 띄는 신인들 없어 경험 많은 김아림 수상 가능성 커

신인왕을 거치지 않고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선수는 박인비와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뿐이다. 이 때문에 신인왕에 등극한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다. ‘스타 등용문’인 셈이다.

그렇다면 김아림의 내년 신인왕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유일한 경쟁자는 비회원으로 메이저대회 AIG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조피아 포포프(독일)와 아직 우승이 없는 재미교포 ‘다크호스’ 노예림(19) 정도라고 볼 수 있다. 2020년은 대회도 겨우 18개밖에 열리지 못했지만, 루키 중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낸 선수가 없었다. 비회원은 우승해도 신인왕 포인트가 주어지지 않는다. LPGA투어 정식 선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2021년 1월부터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된다.

최근 5년간 신인상 수상자 중 이정은6을 빼놓고는 모두 테스트 없이 미국 무대에 진출했다. 고진영은 2017년 한국에서 열린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른 후 미국으로 바로 직행해 이듬해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신인상을 받았다. 이정은6은 2018년 홀로 슬그머니 LPGA투어 Q시리즈에 출전해 6일간의 ‘지옥의 레이스’ 끝에 수석 합격한 데 이어 첫 우승의 꿈을 US여자오픈에서 이루면서 신인상을 획득했다.

최근 10년간 한국은 LPGA투어 ‘승수 쌓기’에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 2017년, 2019년에 각각 ‘징검다리’ 15승을 올렸다. 2020년엔 코로나19 탓에 제대로 대회를 치르지 못하고, 한국의 상위 랭커들이 출전을 별로 하지 않았는데도 7승이나 올렸다. 메이저대회에서도 4개 중 3개 타이틀을 손에 쥐며 큰 무대에서 강한 면모를 과시했다. 특히 현재 세계랭킹에서 고진영·김세영·박인비가 1위부터 3위까지 차지하는 등 한국 선수가 톱10에 무려 5명이나 들면서 최강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시즌 LPGA투어는 34개 대회에 총상금이 7645만 달러(약 840억5677만원)다. 지난 시즌보다 2개 대회가 추가됐다. 미국 등 북미와 유럽, 아시아에서 각각 개최된다. 한국에서 열리는 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00만 달러)은 10월21일부터 24일까지 부산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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