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윤석열, ‘실형’ 정경심…文정부 출범 후 ‘최대위기’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0.12.25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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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사실상 임기 보장…정경심 실형으로 검찰개혁 명분도 흔들

윤석열 검찰총장이 법원의 징계처분 효력정지 결정에 따라 8일만에 복귀했다. 윤 총장은 내년 7월까지의 임기를 마무리 할 수 있게 됐다. 월성 원전 수사로 대표되는 정권 관련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보다 앞서 조국 전 법무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입시비리 등으로 징역 4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 됐다. 검찰권 남용이라는 ‘윤석열 찍어내기’의 명분마저 흔들린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마지막 해를 앞두고 레임덕을 걱정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징계 과정에서 ‘대통령 VS 검찰총장’이라는 국면이 만들어진 데다, 사법부가 윤 총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최종 인사권자의 권위까지 타격을 입은 모양새다. 문재인 정부의 상징인 검찰 개혁이 ‘검찰 개악’ ‘검찰 장악’으로 비쳐지게 된 점은 가장 뼈아픈 부분이다. 정부여당의 마지막 희망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월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1월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尹 “헌법정신, 법치주의, 상식 지킬 것”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홍순욱 부장판사)는 12월24일 윤 총장이 추미애 법무장관을 상대로 신청한 징계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2개월의 정직 처분은 본안 소송의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효력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윤 총장은 법원 결정 직후 “사법부의 판단에 깊이 감사드린다”면서 “헌법정신과 법치주의, 그리고 상식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 총장은 성탄절인 12월25일 오후 1시에 출근해 조남관 대검 차장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구치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상황 등 시급한 현안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윤 총장의 복귀로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이다. 이 사건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탈원전 정책과 직결되는 것이다.

윤 총장은 집행정지 신청서에서도 원전 수사를 거론했다. 윤 총장은 “정직 2개월 처분은 사실상 해임에 준하는 것“이라면서 ”(이로 인해) 원전 수사 등 중요 사건 수사에 큰 차질이 우려되며, 내년 1월 인사 때 관련 수사팀이 공중분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이보다 앞서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직무배제 처분에 대해 집행정지를 신청해 승소하면서 12월1일 복귀했는데, 복귀 후 곧바로 원전 사건에 대한 강제수사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대전지검 형사5부(이상현 부장검사)는 감사원법위반 등 혐의로 산업부 문아무개 국장과 김아무개 서기관을 구속 기소하고 정아무개 과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감사원의 감사가 있기 전인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 사무실에 침입해 ‘월성1호기 조기폐쇄 및 즉시 가동중단’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문건 등 파일 530개를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 총장의 복귀로 원전 수사는 ‘윗선’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백운규 전 청와대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에 대한 소환조사가 곧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與 “사법개혁” VS 野 “검찰 개악”

여당은 불편한 심기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번 판결로 행정부의 안정성이 훼손되고, 사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국론 분열을 심화시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면서 “이번 판결 이전부터 추진해 온 검찰개혁을 체계적으로 강력하게 계속 추진하고, 공수처도 차질 없이 출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야당은 일제히 법원의 판단을 환영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올곧은 법원의 판단이 검찰개혁의 탈을 쓴 ‘검찰개악’의 도발을 막아냈다”면서 “우리가 온전히 법질서 안에 있다는 안도를 주는 성탄절 선물 같다. 정부여당은 법 위에 군림하려는 홍위병 같은 도발은 이제 멈추라”고 비판했다.

윤 총장 징계정지는 정경심 교수 실형 선고와 맞물리면서 정치적 폭발력이 증폭됐다. 여당은 사법개혁까지 거론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원이 의심의 정황으로 유죄판결을 한 거다. (법원의) 검찰에 대한 사법통제 임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신동근 최고위원은 "검찰개혁에 집중하느라 사법개혁을 못 했다는 걸 뼈저리게 실감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 1심 재판부를 탄핵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청원 시작 하루 만에 20만명을 넘겼다.

반면 야당은 ‘윤석열 찍어내기’의 책임을 문 대통령에게 직접 묻고 있다. 검사 출신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몇 달간 정권의 수사방해와 검찰 길들이기가 잘못됐다는 것이 두 번이나 확인됐다”며 “이제는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레임덕’에 대한 언급까지 나왔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제 폭정의 굿판은 끝났다. 레임덕은 시작됐다"면서 "정경심 교수 징역과 법정구속 판결에 이어 오늘 법원의 결정(윤 총장 징계 정지)은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심판하고, 이 땅에 아직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결과 역시 좋지 않다. 리얼미터-TBS의 12월21~23일간 18세 이상 1505명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문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평가는 59.1%로 정권 출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文정부의 마지막 희망 '공수처'

이런 상황에서 정부여당은 공수처를 마지막 남은 돌파구로 여기고 있다. 공수처 수사 1호는 검찰 비리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윤 총장 또는 측근·가족이 공수처의 첫 번째 수사대상이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윤 총장 징계 사유로 거론된 ‘판사 사찰 문건’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권과 관련한 검찰 수사를 무력화할 수도 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고위공직자가 연루된 경우 현재 검찰에서 수사 중인 사건도 공수처로 이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전 수사를 공수처로 가져올 수 있다는 뜻이다. 여당 관계자는 "윤 총장이 검찰권을 남용하며, 선택적 수사를 하고 있다는 (정부여당의) 시각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면서 "공수처만이 윤 총장을 견제할 수 있다. 지금은 윤 총장이 이긴 것처럼 보일지라도 공수처가 출범하는 내년부터는 상황이 180도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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