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사 방화 수행승은 왜 자진신고 했을까…“산으로 불 번질까봐”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1.03.07 20:5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일 법원 구속전 피의자심문에 출석
뒤늦은 사과…“죄송하다” 고개 숙여

전북 정읍시 내장사 대웅전에 불을 지른 승려는 경찰에 범행 사실을 직접 신고했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통상적으로 일단 현장을 벗어나고 본다. 더구나 직접 신고한다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 수행승은 왜 그랬을까. 궁금증이 밝혀졌다. 범행 사흘만이다. 

승려복에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착용한 최아무개(53)씨는 7일 오후 4시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 앞에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3월 7일 오후 4시께 내장사 대웅전에 불을 지른 50대 승려가 전북 전주지법 정읍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으로 향하던 중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3월 7일 오후 4시께 내장사 대웅전에 불을 지른 50대 승려가 전북 전주지법 정읍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으로 향하던 중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최씨는 ‘왜 불을 질렀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서운해서 우발적으로 그랬다”면서 “범행 직후에 후회했다”고 답했다. 

불을 지른 뒤 스스로 신고한 이유에 대해서는 “주변 산으로 번지면 안 되고 내장산까지 번질까봐 (신고했다)”라고 했다.

최씨는 “불교계에 죄송한 마음이 있느냐” “갑자기 우발적으로 그런거냐” “잘못은 인정하느냐” 등의 질문에 “네, 맞습니다”라고 짤막히 답했다.

하지만 수행승으로 절에 머물며 왜 서운한 감정을 느꼈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최씨는 구체적 범행 경위에 대해서는 “들어가서 설명하겠다”고 말한 뒤, 형사들의 손에 이끌려 법원으로 향했다.

최씨는 지난 5일 오후 6시 30분께 내장사 대웅전에 인화물질을 끼얹고 불을 지른 혐의(현주건조물방화)를 받고 있다. 이 불로 다친 사람은 없었으나 대웅전이 모두 타 17억원(소방서 추산) 상당의 재산피해가 났다.

최씨는 화재를 직접 신고하고도 자리를 떠나지 않다가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경찰에서 “함께 생활하던 동료 승려들과 다툼이 있어서 홧김에 그랬다”며 범행을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내장사 측은 “최씨와 다른 스님들 간에 불화는 없었다”며 이러한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최씨는 3개월여 전에 불국사에서 내장사에 수행승으로 들어와 생활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후 4시 30분부터 진행됐다. 구속 여부는 빠르면 밤늦게 나올 예정이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