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은퇴창업’이 대세
  • 김상훈 창업통TV 대표 (startceo@naver.com)
  • 승인 2021.03.04 10:00
  • 호수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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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_창업] 은퇴 후 젊은이들과 소통하며 창업 아이템 구상해 성공

550만 자영업 시장이 코로나19 시대의 터널 한가운데를 통과하고 있다. 그나마 백신 접종 뉴스를 접하면서 코로나19의 끝과 평범한 일상에 대한 희망회로를 돌릴 수 있어 다행이다.

최근 필자에게 코로나19 이후의 국내 창업시장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물어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은퇴창업’ 시장이라고 판단된다. 이른바 ‘오팔(OPAL·Old People with Active Life)세대’로 불리는 실버세대가 새로운 창업시장의 주인공으로 부상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활기찬 ‘신(新)노년 시대’를 꿈꾼다. 오팔세대들은 코로나로 웅크린 어깨를 활짝 펴고, 새로운 인생 2막을 꿈꿀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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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2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0 IFS 프랜차이즈 서울’을 찾은 예비창업자들이 전시부스를 둘러보고 있다.ⓒ시사저널 임준선

지금은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시대

실제로 국내 창업시장에서 5070세대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25년이면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20%에 달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고령화가 가장 빠른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긴 시점은 2005년이었다. 2020년에는 일본 전체 인구의 28.7%가 고령자로 채워졌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나라다. 그 뒤를 이탈리아(23.3%), 포르투갈(22.8%), 핀란드(22.6%), 그리스(22.3%) 등이 따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65세 이상 인구가 15.7%였다. 앞으로 4년 후인 2025년엔 20%에 도달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전체 인구의 7%가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로 채워지는 사회를 고령화사회로 부른다.

우리나라 고령화사회 진입연도는 2000년이었다. 25년 만에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로 바뀐다는 얘기다. 고령화사회(인구 7%)에서 초고령사회로 변화하는 속도는 세계 1등이다. 일본은 35년, 미국은 88년 만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문제는 초고령사회가 코앞이지만, 주인공 격인 한국 중장년층의 현주소는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 즉 55년에서 63년생인 1차 베이비붐 세대 720만 명은 이미 은퇴가 마무리되고 있다. 2차 베이비붐 세대라고 할 수 있는 68년에서 73년생까지 606만 중장년층의 은퇴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들은 명퇴 형식으로 직장생활을 끝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명퇴 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6~7개월 동안은 움직이지 않고 관망한다. 실업급여 기간이 종료되면서부터 적극적인 일자리 찾기를 서두르는 분이 많아진다. 최근 상황은 코로나로 인해 대부분의 퇴직자는 관망 모드가 지배적이다. 이로 인한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분도 많아지고 있다. 해법이 필요한 이유다.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만우리에 가면 2층의 컨테이너하우스로 지어진 ‘음악의 산책’이라는 카페를 만날 수 있다. 올해 77세 김기호, 67세 양정필 부부의 보금자리다. 아내인 양정필씨는 수십 년간 교사로 근무한 후 남편과 약속한 노후인생의 첫 단추를 실행하기 위해 2년 먼저 명예퇴직했다. 명퇴 2개월 전인 2015년 7월 파주시 탄현면 소도로가 통하는 곳에 452㎡(137평) 땅을 매입했다. 매입가격은 3.3㎡당 110만원, 땅값으로만 1억5000만원의 종잣돈을 투자했다. 그 땅 위에 1층 76㎡(23평), 2층 89㎡(27평)의 컨테이너하우스를 올렸다. 여기에 건축비는 1억3500만원 정도 투자됐다. 조경과 진입로변 토목공사 비용까지 합치면 3억5000만원을 투자해 ‘음악의 산책’ 카페를 2016년 5월 오픈했다. 그 후 5년이 흘렀다. 현재 이곳의 1층은 주거공간, 2층은 음악카페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노부부의 꿈은 음악카페를 통해 큰돈을 버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음악의 산책’이라는 공간은 좋은 음악을 듣고,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공간의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인생 선배 입장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공유하는 소통 공간이자, 라이프코칭 카페인 셈이다. 김기호 대표는 요즘 시대 은퇴 예정자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나이 오십이 넘어가면 한강을 타고 내려가는 긴 인생길에서 자칫 바다까지 밀려날 수 있어요. 때문에 중간중간 앵커(핵심)를 만들어야 해요. 적어도 한강에 머물 수 있다면 바닷속 위험한 상어를 만날 리는 없잖아요. 그 앵커 역할을 직장생활을 할 때 만들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죠. 저 같은 경우 경기도 북단에 저평가된 땅을 매입한 게 앵커였고요.” 덕분에 김 대표 부부는 각각 60대, 70대에 컨테이너 음악카페 사장으로 노후인생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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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카페를 운영 중인 김기호·양정필 부부ⓒ김상훈 제공

‘탄산지킴이’ 특허제품 개발 후 판매

그럼에도 은퇴창업이라는 관점에서 수익가치는 늘 고민할 수밖에 없다. 노부부는 음악카페를 운영하면서 최근엔 탄산지킴이 ‘티키퍼49’라는 발명특허 제품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페트병 맥주, 페트병 탄산음료를 개봉한 후 탄산지킴이 제품을 사용하면 1주일이 지나도 톡 쏘는 탄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원터치 방식의 신제품이다. 외국 수출까지 감안, FDA(미국 식품의약국) 규격 재질을 이용해 제작했다. 두 사람의 열정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미 개발해 놓은 아이디어 상품이 많다. 반려동물 강아지들을 위한 정수기도 개발을 마치고 상용화 직전 단계에 있다. 맥주를 오래 담아 두어도 탄산이 빠지지 않는 호프잔도 개발 마무리 단계다. 부부가 설계하고, 금형을 떠서 시제품을 만들고, 특허 단계를 거쳐 제품화하고 있다. 현재 출시된 탄산지킴이 티키퍼 판매 실적이 나오면 2단계, 3단계 제품을 출시하는 종잣돈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렇다면 이들 노부부의 은퇴창업 열정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두 사람에게 물었다. 그러자 이들은 은퇴 이후의 창업 열정은 노부부의 황혼인생을 지켜내는 소중한 자존감에 있다고 말했다. 퇴직 이후의 삶은 정답도 매뉴얼도 없다. 음악카페를 운영하면서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아이디어 상품을 끊임없이 개발하는 일이야말로 부부에게는 황혼인생을 지탱해 주는 에너지라고 말했다. 물론 양정필씨의 교원공제 연금은 노후생활의 중요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꿈을 만들고, 하나씩 이루어가려는 열정이야말로 1000만 실버 시대의 퇴직자들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대목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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