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임덕’이냐, ‘재집권 동력 마련’이냐
‘4·7 보궐선거’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정치 일정표상 전혀 예정에 없던 선거지만, 그래서 더욱 극적이다. 때론 정치가 이렇듯 운명의 선택 앞에 놓이기도 한다. 마치 정교한 시나리오를 짜맞추는 신의 손이 작용하는 듯하다.
이번 선거는 단순히 잔여 임기 1년 남짓의 서울·부산 시장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 내년 3월9일 치러지는 차기 대선의 전초전이다. 거대한 민심의 물결이 어디로 흘러가느냐에 따라 여야의 운명은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당장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 1년의 운명이 결정된다. 민심이 ‘정권안정론’을 선택한다면 야권은 대대적인 정계개편 요구를 피할 수 없다. 반면 ‘정권교체론’이 힘을 받게 된다면 문 대통령은 예상보다 빠르게 심각한 레임덕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여야 모두 총력전에 돌입했다. 먼저 세력을 규합했다. 가장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범여권과 범야권 주자들은 모두 단일화에 나섰다. 이제 대진표는 확정됐다. 집권여당과 제1야당의 수장들도 정치 명운을 걸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자칫 완패를 당할 경우 대권주자 ‘빅3’ 구도에서 낙마할 수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승리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정치 무대에서의 퇴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 권력의 운명도 달라질 수 있다. 만약 이번 선거에서도 지면 야당은 재기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다.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떠오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정계 개편이 시작될 수 있다. 집권여당의 패배라는 결과가 나온다면 여권에서는 친문(親文)이 아닌 이재명 경기지사가 더 힘을 받게 될 수도 있다.
민심의 향배에 모든 게 달려 있다. 각종 여론조사가 야당 후보의 우세를 점치고 있지만, 남은 기간 동안 또 어떤 변수가 돌출될지 알 수 없다. 일부 지역에 국한되는 재보선은 투표율이 중요한 변수가 돼 왔다. 즉 지지층의 결집이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벌써부터 네거티브를 동반한 집토끼 확보 전쟁이 판을 친다. 결국 중도 표심이 어느 쪽에 힘을 실어주느냐가 관건이다.
설령 이번 선거에서 여야 어느 한쪽이 승리한다 하더라도 확실한 미래 비전과 자성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결국 주권자인 국민에 의해 또다시 심판대에 서게 될 것이다. 민심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 민심이란 풍랑은 이미 저 깊은 곳에서 일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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