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보선] 박영선 대 오세훈, 선거 전략에 담긴 각자의 경쟁력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1.03.29 10:00
  • 호수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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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있는 집권당 후보’ 인물론 강조 박영선
‘정권 심판론’ 유리한 구도 내세운 오세훈

선거 전략을 보면 후보들의 경쟁력이 보인다. 자신의 강점은 내세우고, 상대방의 약점을 공략하는 것이 전략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여야 최종 후보로 선출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어떤 전략을 펼치고 있을까. 

ⓒ시사저널 임준선

인물론 부각하는 朴…吳엔 ‘무상급식·MB’ 공격

박 후보는 오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최종 선출되자 “이제 구도가 확실해졌다”며 “이번 선거는 서울의 미래 박영선 시장이냐, 낡고 실패한 시장이냐의 구도”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를 ‘과거 대 미래’ 구도로 끌고 가겠다는 의도다. 박 후보가 말한 ‘과거’는 바로 오 후보가 이명박 정부 시절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되자 서울시장직에서 사퇴한 것을 뜻한다. 오 후보를 흘러간 옛 인물로 가두겠다는 계산이다. 박 후보가 유치원 무상급식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것도 오 후보의 아픈 부분을 파헤치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박 후보 측은 오 후보를 이명박(MB) 전 대통령 이미지와 연관 짓는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고리는 오 후보의 내곡동 땅 의혹이다. MB는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11년, 퇴임 후 지낼 내곡동 사저 매입 의혹으로 특검 수사를 받은 바 있다. 박 후보는 “MB를 똑 닮은 후보가 돼 두 손을 불끈 쥐게 되는 상황”이라고 공격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오 후보는 MB 아바타”라고 했다. 구속 수감 중인 MB의 부정적 이미지를 오 후보에도 씌워 현재의 불리한 구도와 뒤처진 지지율을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박 후보 입장에서는 2007년 대선 때 ‘BBK 저격수’로 MB를 공격했던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도 있다. 

박 후보가 스스로 내세우는 자신의 ‘미래 경쟁력’은 무엇일까. 바로 ‘힘 있는 집권당 후보’라는 점이다. 4선 의원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낸 집권여당 후보란 강점을 살려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민생을 살릴 후보는 박영선”이란 점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최근 지방선거, 총선 모두 서울에서 압승해 국회의원(전체 49명 중 41명), 구청장(25명 중 24명), 시의원(109명 중 101명)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즉 국민의힘에서 화력을 퍼붓고 있는 ‘정권심판론’에 ‘위기를 극복할 인물론’으로 맞서고 있는 셈이다. 중기부 장관 시절 다진 소상공인 표심과 4월 지급될 20조원 규모의 재난지원금은 박 후보에게 유리한 대목이다. 사상 첫 여성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이미지도 자산이다. 

ⓒ시사저널 박은숙 

‘정권심판론’ 앞세운 吳 유리한 구도…단일화 시너지는 숙제

오 후보는 ‘정권심판’으로 ‘정권교체’를 위한 교두보를 놓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선거 구도 자체가 ‘정권심판’으로 짜인 유리한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오 후보는 3월23일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되자 “무능하고 무도한 정권을 심판하는 데 제가 앞장서겠다”고 했다. 이어 그는 “민주당은 시민의 뜨거운 분노마저 두려워하지 않는 무능하고도 오만방자한 당이다. 단일화로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교체의 길을 활짝 열겠다”고 했다. 국민의힘과 오 후보 캠프는 연일 LH 사태를 ‘부동산 적폐’로 공격하며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오 후보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 사건도 집중 언급하며 ‘여당 원죄론’ 카드도 꺼내들고 있다. 역시 정권심판론을 최대한 부각시키기 위함이다. ‘공정’ 카드도 꺼내들었다. 문재인 정부의 아픈 손가락이 바로 ‘공정’이다. 

두 번의 서울시장 경험도 강조한다. 오 후보 캠프에선 ‘첫날부터 능숙하게’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다. 오 후보는 “능력과 경험이 검증된 후보를 성원해 달라”고 했다. 다만 그에겐 주홍글씨가 있다. 이에 무상급식 반대를 주장하며 서울시장직을 사퇴했던 과거에 대해선 “지난 10년간 많이 죄송했다”며 바짝 낮은 자세로 사과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오 후보는 야권 단일후보 경선 기간 동안 초반 열세를 극복하고 역전을 거듭하며 연전연승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비결은 특유의 유연성과 중도를 표방하는 정치적 지향성이다. 여기에 제1야당 후보라는 프리미엄이 더해졌다. 거대 여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서는 힘 있는 제1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민심이 작동했다는 분석이다. 숙제도 있다. 경선 과정에서 비방전까지 불사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화학적 결합을 통해 중도 지지층을 온전히 흡수해야 한다. 여당의 ‘내곡동 땅 의혹’ 공격도 효과적으로 방어해 내야 한다. LH 사태처럼 투기 의혹으로 번지면 지지율 추락은 한순간일 수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박 후보의 최대 강점은 집권당 후보면서 4선 의원과 장관 등을 거치며 역량이 검증됐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약점으로는 문 대통령과 지지율이 연동되는 점을 꼽았다. 오 후보의 강점으로는 단일화 과정을 거치며 보수 지지층은 묶고 중도층도 사로잡은 확장성을 들었다. 한계로는 무상복지로 사퇴한 경력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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