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보선] 빅데이터 분석, 누가 더 정서적으로 다가가느냐가 관건
  •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3.29 12:00
  • 호수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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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후보는 공격적, 오세훈 후보는 감성 터치 전략 보여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011년과 2018년 서울시장 도전의 문을 두드린 끝에 2021년 다시 후보가 되었다. 이른바 ‘삼수생’이다. 박 후보는 아침 뉴스 ‘최초’ 앵커우먼으로 시작해 무수한 ‘첫’자의 행진으로 유리천장을 깨온 여성 정치인이다. 서울 지역(구로을) 4선 의원 출신에 현 정부에서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해 온 이미지 때문인지 그가 서울시장을 10년 동안 마음속에 품어왔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시사저널 박은숙 ·임준선

박원순 프레임에 갇힌 朴, 탈정치적 특징 보이는 吳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2011년 무상급식 이슈로 서울시장직에서 물러난 후 절치부심의 10년을 보냈다. 지난해 총선 때 서울 광진을에서 패배한 후 그가 주인공이 되는 정치무대는 사라진 듯 보였다. 하지만 고행길을 돌고 돌아 그가 귀환했다. 출발부터 불안했던 오 후보가 당내 강자 나경원 전 의원을 꺾고, 그 기세를 몰아 줄곧 여론조사 1위를 놓치지 않던 안철수 후보마저 넘어서는 저력을 보이며 결선 무대에 서 있다.

빅데이타 분석 툴인 ‘스피치로그’를 이용해 지난 3월19일부터 23일까지 박 후보와 오 후보의 연관 키워드를 조사했다. 박 후보는 ‘박원순’ ‘아파트’ ‘민주당’ ‘피해자’ ‘단일화’ ‘도쿄’ 순이었고, 오 후보는 ‘안철수’ ‘후보’ ‘단일화’ ‘국민의힘’ ‘서울시장’ ‘박영선’ ‘여론조사’ ‘내곡동’ ‘협상’ 순으로 나타났다. 단일화 직후여서 그런지 오 후보의 키워드들이 더 선거에 밀착돼 있는 느낌이다. 연관 키워드 언급 건수도 오 후보 쪽이 훨씬 많아 이슈 몰이에도 성공한 듯하다.

박 후보와 오 후보의 중복 키워드는 ‘박영선’ ‘오세훈’ ‘서울시장’ ‘박원순’ 순으로 나타났다. 박 후보의 주요 키워드는 ‘처분’ ‘대전환’ ‘고소’ ‘진선미’ ‘남인순’이었고, 오 후보는 ‘제안’ ‘신기루’ ‘결렬’ ‘유선전화’ ‘넥타이’ 등이었다.

박 후보는 긍정어가, 오 후보는 부정어가 더 많아

연관 키워드와 주요 키워드를 보면 박 후보는 ‘박원순 프레임’에 갇힌 듯 보이는데 최근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페이스북 글이 이러한 프레임을 더 강화시키고 있다. 주요 키워드 1위인 ‘처분’은 남편이 거주한 도쿄 아파트 매매를 뜻하는데, ‘고소’ 역시 도쿄 아파트와 연관돼 있어 선거운동 돌입 전에 이 문제를 털어내는 데 주력했음을 알 수 있다.

오 후보의 주요 키워드들은 탈정치적인 특징을 보이고 있는데 상위 순위 5개 중 4개가 단일화에 관한 것으로 그 과정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넥타이’ 키워드는 오 후보가 TV토론 때 매고 나온 연두색 넥타이가 얼마나 인상적이었는지를 반영하고 있다.

TV토론을 본 사람들은 오 후보가 왜 하필 국민의당 색인 연두색을 매고 나왔을까 의문을 가졌겠지만, 그의 입장에선 국민의힘 당색인 빨간색이 갖는 부정적 이미지와 거리를 두고, 또 정치 입문 당시 환경 변호사로 각인되었기에 ‘초심’을 살린다는 두 가지 의미를 담아 연두색 넥타이를 착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박 후보와 오 후보의 발언 건수와 뉴스 기사량을 보면, 두 후보 모두 발언 건수보다 보도량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단일화 변수와 LH 투기 사태가 선거 분위기를 압도했기 때문에 오 후보의 뉴스 기사량이 우위에 있지만, 단일화 직후 1대1 대결에 대한 박 후보 입장을 묻는 언론 인터뷰가 늘어나면서 보도량이 역전되었다.  

다음으로 썸트렌드 분석 툴을 이용해 두 후보의 감성 연관어 TOP 10을 분석했다. 박 후보의 감성 연관어는 긍정어 51%, 부정어 29%, 중립어 20%로 나타났다. 긍정어 상위 순위는 ‘잘하다’ ‘지지하다’ ‘좋다’ ‘가능하다’ 등이었으며, 부정어 상위 순위는 ‘논란’ ‘집 없다’ ‘좋아하지 않다’ 등이었다. 감성 연관어들을 보면 박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오 후보의 감성 연관어는 긍정어 12%, 부정어 52%, 중립어 37%로 부정어가 절반을 차지한다. 긍정어로 ‘보상’이 꼽혔지만, ‘내곡동’ 이슈와 연관해 본다면 내용적으로는 부정어에 해당한다. 중립어로 도출된 ‘궁금하다’ ‘기막히다’ ‘지배하다’ ‘독립적’ 등의 연관어는 ‘내곡동’ 이슈 속에서도 박 후보와의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 10~15%포인트 우위를 보이는 오 후보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다.  

투표일까지 약 2주 정도 남은 상황에서 관심 사항은 두 후보 사이에 여론조사상의 크로스가 일어날지 여부다. 3월24일과 25일 두 후보 전체 발언 타임라인을 분석한 결과, 박 후보에게서는 ‘무상급식’ ‘내곡동’ ‘LH’ ‘이해충돌’ ‘그린벨트’ ‘거짓말’ ‘MB’ ‘BBK’ 등의 키워드가 보였다. 오 후보는 ‘측은’ ‘상징적 각오’ ‘차량기지’ ‘잠든 사이’ ‘고생하는’ ‘실감 못 하는’ ‘저는 무엇을 하면’ 등으로 나타났다.

 

‘결국 누가 더 절실한가’가 경쟁력 

타임라인 발언만을 본다면 박 후보 측의 초조함이 전달되는 듯했고, 오 후보를 향한 공격적인 키워드들이 중심을 이뤘다. 반면 오 후보는 낮은 자세를 취하면서 유권자들의 감성을 터치하는 메시지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결론적으로 두 후보의 경쟁력은 선거 환경과 연관해 살펴볼 수밖에 없다.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과 서울 집값 상승, LH 투기 등으로 국민적 감정과 정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를 감안할 때 누가 더 정서적으로 유권자에게 다가가는가가 중요 포인트가 될 것이다.

참고로 대공황이 있었던 1920년대 대중심리를 연구한 자료들을 보면 사회적으로 경제적 위기가 지속될 때는 실패 의식, 무기력감, 가정폭력 등이 만연하게 되는데 이런 시기에는 ‘나의 처지를 잘 이해한다’는 동질감 형성과 ‘자신감 있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다는 분석들이 있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최선을 다하면 변화가 일어날 것이란 만고불변의 진리를 생각해 본다면 승리를 가져오는 경쟁력은 ‘결국 누가 더 절실한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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