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불가리스 ‘셀프 발표’ 무리수 둔 까닭은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1.04.1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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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위기 모면하려다 ‘흑역사’만 하나 추가
ⓒ시사저널 고성준
ⓒ시사저널 고성준

남양유업이 자사 발효유 제품인 불가리스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고초를 겪고 있다. 이런 발표가 크게 과장됐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남양유업은 “소비자에게 코로나 관련 오해를 일으킨 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소비자와 투자자들의 불만은 쉽사리 잠잠해지지 않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실적 하락을 막기 위해 남양유업이 무리수를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논란은 남양유업은 최근 불가리스에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77.8% 억제 효과가 있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남양유업 주가는 한때 상한가 가까운 28.68%까지 폭등했으며, 우선주도 개장과 동시에 상한가를 기록했다.

상승세는 오래 가지 않았다. 질병관리청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실험 결과가 크게 과장됐다는 비판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 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표시법광고법’ 위반 혐의로 남양유업을 고발하기로 했다. 한국거래소도 자본시장법상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혐의와 관련해 남양유업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그렇다면 남양유업이 이런 무리수를 둔 까닭은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의 실적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남양유업의 실적은 2013년 대리점주들을 상대로 밀어내기식 영업을 벌이다 불거진 ‘남양유업 갑질 사태’에서 촉발된 불매운동으로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특히 지난해 매출액(9489억원)은 1조원 아래로 내려갔고, 771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내는 등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다.

갑질 사태로부터 8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남양유업이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지 못한 까닭은 불매운동에 무리수를 동원해 대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브랜드 숨기기’가 대표적이다. 프렌치카페 커피믹스 제품 로고에 스티커를 붙여 남양유업 상품임을 숨기는가 하면, 마트나 편의점 등에 납품하는 자체브랜드(PB) 제품에는 아예 남양 로고를 누락시키는 식이었다.

2014년 론칭한 디저트카페 브랜드 ‘백미당1964’에는 남양의 사명과 로고를 아예 드러내지 않았고, 2019년에는 자회사 남양F&B의 사명을 건강한사람들로 바꾸기도 했다. 이런 대응은 오히려 불매운동을 자극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숨은 남양 찾기 운동’이 전개되는 등 불매운동의 강도가 한층 거세졌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품질 문제까지 불거졌다. 친환경 아동 음료에서 곰팡이가 발견되는 식품사고가 터진 것이다. 이 일로 남양유업은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브랜드 이미지에는 흠집이 갔다. 또 분유에서 녹가루 발견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남양유업은 “녹슨 캔은 원천적으로 생산될 수 없다”고 해명했으나, 식약처는 “부식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전문가 자문을 통해 확인했다”며 남양유업에 용기 개선을 권고했다.

여기에 오너 리스크까지 터졌다. 2019년 홍두영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되면서 기업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을 입은 것이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도 지난해 홍보대행사를 통해 경제사 제품을 비방하는 글을 온라인에 지속적으로 게재한 혐의(명예훼손·업무방해)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경찰은 홍 회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남양유업은 지금까지도 ‘비도덕적인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불가리스 셀프발표’를 했지만, 오히려 악수를 뒀다는 평가다. 갑질과 품질문제, 오너리스크에 이은 ‘흑역사’가 하나 더 추가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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