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페이의 허술한 시스템, 금융 질서 문란 야기할 수 있다”
  • 조유빈·오종탁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1.04.30 10:00
  • 호수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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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비효율성 문제 그대로…민간에서 경쟁하게 해 세금 낭비 멈춰야”

중소벤처기업부와 서울시가 소상공인의 결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한 간편결제 시스템 제로페이의 도입 취지가 왜곡되고 있다. 본래 기능인 직불 결제는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올 1분기 기준 상품권 결제액이 제로페이 전체 결제액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제로페이 시스템의 총체적 결함이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85만여 가맹점 중 절반 이상이 단 한 건의 결제 실적도 없는 실적 ‘제로’의 가맹점이었다. 가맹점 신청 시스템은 허위 정보를 입력해도 통과될 만큼 부실했다([단독] 허위 신청도 프리패스, ‘85만 가맹점’ 제로페이의 실체 기사 참조).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로페이 정책의 대척점에서 가장 신랄하게 비판을 제기해 왔다. 김 교수는 민간 중심으로 잘 돌아가던 지급결제시장에 정부가 개입한 것부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불필요한 시장 진입 후 좋은 효과를 내지 못했고 각종 부작용까지 양산하고 있다”며 “제로페이는 시장 실패와 정책 실패 모두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제로페이의 허술한 가맹점 관리 시스템에 대해서는 “금융 질서 문란을 야기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출액, 세금, 결제 수수료율 등과 직결되는 가맹사업자 자격 검증 절차가 엉터리로 이뤄진다면 곧 시스템의 부실로, 나아가 금융 피해로 연결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제로페이 운영에 따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제로페이가 활성화되면 활성화된 대로, 비효율적이면 비효율적인 대로 국민의 세금 부담이 커진다”며 “소상공인 지원이란 미명 아래 실제로는 누구도 혜택을 가져가지 못하는 현재 방식의 제로페이를 지금이라도 폐지하고, 페이 사업 전반을 민간에 맡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사저널 박정훈
ⓒ시사저널 박정훈

제로페이 도입 초기부터 경고음을 울렸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시점은 시장이 실패했을 때 혹은 준비되지 않았을 때여야 한다. 정부 재정을 들이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효과를 내야 좋은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지급결제시장이 이미 활성화된 상황에서 정부가 개입했다. 세금을 들이고, 금융사들 돈까지 끌어왔다. 그렇게 들어와선 잘하지도 못했다. 사용상의 불편함, 별다를 게 없는 혜택으로 인해 소비자와 소상공인 모두 제로페이를 외면했다. 혈세만 축났다. 시장 실패이자 정책 실패다.”

 

그래도 제로페이 결제액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증가했다. 제로페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개선되고 있는 것 같은데.

“제로페이의 최근 성장은 지역사랑상품권 유통 효과를 등에 업고 나타난 결과다. 그런데 생각해 보라. 지역사랑상품권을 운영하기 위한 예산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나온다. 보통 10%, 많을 때는 15% 정도인 상품권 할인액을 세금으로 충당한다. 한국간편결제진흥원과 결제사가 각각 0.5%씩 떼어가는 수수료도 세금에서 지원된다. 이 밖에 운영, 광고, 마케팅 등에도 추가로 세금이 들어간다. 제로페이가 확대될수록, 상품권이 많이 팔릴수록, 국민이 내는 세금도 늘어나는 구조다. 그런데 이전부터 제기됐던 비효율성 문제는 변함없이 그대로다. 왜 결제액이 늘어났는지, 얼마나 많은 세금이 들어가고 있는지 따져보면 결코 좋게 평가할 수 없다.”

 

‘지역사랑상품권=제로페이’라는 인식까지 있을 만큼 제로페이를 통해 지역사랑상품권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많다.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제로페이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생겨난 것 같다.

“제로페이의 본래 기능은 직불 결제다. 그러나 직불 결제를 이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보통 제로페이 앱에서 지역사랑상품권을 할인 구매해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역사랑상품권의 할인액은 세금으로 메운다. 종합부동산세 등과 달리 제로페이에 들어가는 세금에 대해선 사람들의 관심도가 낮다. 실제로는 아주 많은 세금을 잡아먹는데 말이다. 지난해 지역사랑상품권 9조6000억원어치를 할인 판매하는 데 지원된 정부 예산만 6690억원이다. 지자체별로 쓴 예산은 별도다. 할인받은 지역사랑상품권을 통한 결제 금액이 늘어나는 것을 직불 결제 시스템인 제로페이의 실적이라고 볼 수도 없다.”

 

지역사랑상품권과 제로페이를 분리해야 한다는 건가.

“제로페이라는 특정 간편결제 서비스에 왜 지역사랑상품권을 얹는가. 상품권만 빼면 제로페이의 모든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정부와 지자체가) 세금을 들여서 제로페이를 끌고 가는 가운데 실적을 내기 위해 지역사랑상품권을 얹은 것이다. 제로페이는 민간에 내놓고 제로페이대로 운영하고, 지역사랑상품권은 지자체 주도로, 제로페이와 별개의 방식으로 운영해야 한다. 선불카드 등 다른 형태로도 충분히 운영할 수 있다. 이 과정은 지방은행이 담당하면 된다. 상생 측면도 있을 것이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지방은행은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제로페이의 당초 취지대로 소상공인들은 이득을 보고 있지 않나.

“제로페이를 통한 지역사랑상품권 유통으로 소비가 약간 더 발생할 순 있겠지만, 그것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인한 소비이지 제로페이로 인한 소비가 아니다. 수혜를 입는 업종은 소매업, 음식점업, 학원업 등으로 제한된다. 나머지 업종의 소상공인은 별다른 이득이 없다. 수혜 업종에 대한 지출은 상품권이 없어도 발생하는 지출이다. 소비 진작 효과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 제로페이 사업에 투입되는 세금은 사실 취약계층에 전체적으로 흘러가는 것이 옳다. 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투입해 진행하는 비효율적인 생색 내기 정책으로 일부 소상공인을 돕고 양산하는 게 전체 산업 구조적 관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실결제가 발생하지 않은 가맹점도 많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제로페이 가맹점 85만여 개 중 절반 이상이 결제 실적이 전혀 없는 가맹점이었다.

“실결제가 발생하는 곳이 많지 않다는 것 자체가 제로페이의 효용성이 낮다는 방증이다. 가맹점 가입을 계속 권하니 가입하긴 했지만, 막상 제로페이 결제 시스템을 쓰지 않는 곳이 많다. 혜택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로페이 가맹점으로 검색되지만 직접 가보면 결제가 되지 않는다는 곳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제로페이 가맹점 가입에 대한 검증 절차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매출, 직원 수 등을 임의로 입력하거나, 심지어 허위 사업자등록증을 첨부해도 가맹점으로 승인이 난다.

“심각한 문제다. 자영업자들이 매출 수수료를 낮추거나 매출 규모를 속이는 데 악용할 여지가 있고, 허위 가맹점 가입도 가능하다. 결제 수수료를 결정하는 자격 요건을 검증할 수단이 없다는 게 말이 되나. 매출액, 세금, 개인정보 문제 등이 전방위로 걸려 있는데, 금융 질서 문란으로 연결될 수도 있는 문제다.”

 

허술한 가맹점 가입 시스템은 어떤 문제를 초래할 수 있을까.

“본인 인증도 없고, 사업자등록번호를 임의로 입력해도 가입이 된다. 사정기관 검증도 없다. 타인의 사업자번호로 가맹점 신청도 가능하고, 허위 정보를 입력해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사기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입금 계좌 바꿔치기 등 사기 행각을 밝혀내기도 힘들 것이다.”

 

최근 제로페이를 다시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법정단체로 만들기 위한 법안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어떻게 보나.

“페이 사업은 100% 민간에 맡겨야 하는데, 정부는 반대로 더 강하게 개입하려 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제로페이의 비효율성을 더 증폭시키는 행위다. 제로페이를 민간에 내놓고 그 안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다른 간편결제 서비스와의 공정한 경쟁을 통해 시장 수수료를 전체적으로 낮출 생각을 해야 한다. 민간에 이양할 경우 허술한 시스템이나 절차상 검증 문제도 더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제로페이 운영과 홍보에 세금을 낭비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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