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로페이 실적·사업 쓸어담은 웹케시
  • 오종탁·조유빈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1.04.30 12:00
  • 호수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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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권 결제액 80%가량 독식, 운영 법인도 장악
“세금으로 사기업 배불리기 아니냐” 지적 나와

제로페이를 운영하는 재단법인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이 사실상 특정 업체의 사업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핀테크 기업 웹케시그룹이 결제액 등 실적은 물론 각종 사업권까지 쓸어담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사저널이 업계와 한국간편결제진흥원 자료,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실 등을 통해 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제로페이를 통한 상품권 결제 금액의 80%가량이 비즈플레이, 쿠콘 등 웹케시 계열사에 쏠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즈플레이와 쿠콘은 각각 비플 제로페이, 체크페이 앱을 운영한다. 올해 1~4월(4월20일까지) 제로페이 전체 결제액(5551억원) 중 91.5%(5080억원)가 상품권 결제액이니, 사실상 제로페이는 상품권 판매망을 장악한 웹케시의 독무대라고 봐도 무방하다. 

웹케시는 2019년 11월 한국간편결제원 출범 전후 웹케시, 쿠콘, 비즈플레이 명의로 각각 10억원, 10억원, 20억원 등 총 40억원을 출연했다. 전체 출연금 100억여원의 40%에 해당한다. 전체 27개 출연 금융사 중 가장 많은 액수고, 계열사 한 곳 한 곳의 출연금도 타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소상공인 아닌 웹케시 위한 제로페이” 

신분 노출을 우려해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 A씨는 “웹케시가 사실상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의 대주주인 셈”이라며 “출연금을 많이 낼수록 제로페이를 통한 상품권 판매 권한이 많이 주어진다. 웹케시의 실적이 압도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제로페이를 통해 가장 많이 유통되고 있는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의 경우 발행은 서울시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운영은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이 맡고 있다.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은 상품권 판매 수수료 1% 중 절반씩을 결제사와 나눠 가진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 B씨는 “상품권 할인 판매와 수수료 지원에 투입되는 세금 대부분이 웹케시로 흘러가는 꼴”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간편결제진흥원 이사장은 윤완수 웹케시 부회장이다. 윤 이사장은 2019년 7월 제로페이 민간 이양을 위한 운영법인(SPC) 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그해 11월 한국간편결제진흥원 출범을 주도한 뒤부터 쭉 제로페이와 관련한 가맹점 모집 드라이브, 전략 설정, 여론 대응 등 모든 업무를 진두지휘해 왔다. 

이런 가운데 웹케시는 상품권 판매를 넘어 제로페이의 주요 전산 시스템 구축·운영에까지 속속 발을 뻗쳤다. 제로페이 통합 운영 플랫폼 구축, 제로페이 포인트 플랫폼 운영 위탁사업자 선정, 기업 제로페이 시스템 구축 입찰 등을 따내며 제로페이의 소프트웨어 부문을 휘어잡았다. 

A씨는 “제로페이의 경우 중소벤처기업부와 서울시가 혈세를 쏟아부어 만들고 ‘관치’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민간 기구(한국간편결제진흥원)로 넘긴 사업인데, 지금은 아예 웹케시라는 사기업의 먹거리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B씨도 “소상공인을 위한 사업인지 웹케시를 위한 사업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A씨는 또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을 중기부 산하 법정단체로 만들기 위한 법안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민간에 모두 넘겨야 한다’는 시장의 요구와 상반되는 행보”라면서 “이렇게 되면 웹케시는 변함없이 법정단체를 통해 정부 지원을 안정적으로 받는 한편 제로페이 관련 결제 시스템과 실적 등에서 헤게모니를 더욱 키우며 도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사저널은 양금희 의원실을 통해 한국간편결제진흥원 측에 제로페이 결제사별 실적 일체, 사업별 입찰 결과 등 웹케시 관련 내용을 요청했으나 “영업에 관한 사항”이라는 이유로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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