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發 변이 바이러스 쓰나미 덮쳐 “영남지역 초비상“
  • 박치현 영남본부 기자 (sisa518@sisajournal.com)
  • 승인 2021.05.0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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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을 시작으로 경남, 부산, 경주 등 인근지역으로 확산

"울산은 영국 변이가 늘고 있다. 당국과 울산시는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으로 가는 단계에서 울산의 유행이 커지지 않는지 계속 협의하면서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2일 온라인 정례 브리핑에서 이렇게 밝혔다.    

영국 변이바이러스 확산이 울산의 최대 고민이다. 다른 지역보다 유난히 영국 변이바이러스의 발생이 많다는 검사 결과 때문이다. 인근의 경남·부산·경주 사정도 마찬가지다.

울산시는 영국 변이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질병관리청에 전문 인력을 추가 요청기로 했다ⓒ울산시
울산시는 영국 변이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질병관리청에 전문 인력을 추가 요청기로 했다ⓒ울산시

2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606명으로 국내 발생 확진자는 585명이다. 이 중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확진자는 144명(24.6%)이다. 국내 발생 확진자 4명 가운데 1명이 부·울·경 권역에서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해당 지역의 변이 바이러스 검출률이 다른 지역보다 높다는 점이다. 변이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질병관리청이 발간한 《주간 건강과 질병》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국내 확진자 가운데 영국 변이 바이러스 전국 평균 검출률은 5.9%를 나타냈다. 그러나 부산·울산·경남 지역은 11.6%로 전국 평균의 2배에 달한다.

이는 3월까지의 분석 결과로 향후 검출률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현재 울산은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의 검출이 상당히 많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지난달 29일 브리핑에서 “영국 변이 바이러스가 전파력을 1.7배 높인다고 알려져 어느 정도 (유행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변이 바이러스가 집단 감염 확산세 주도

실제로 울산에서는 동시다발적인 감염이 지속되는 추세다. 3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21명이 추가 발생해 누적 확진자가 2024명으로 늘었다. 대부분 연쇄감염 사례다. 신규 확진자 중 15명은 기존 확진자들의 접촉자 또는 가족이다. 나머지 6명은 아직 감염경로가 파악되지 않았다. 울산시는 영국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세를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요 감염자 집단을 보면 선양교회 관련 확진자 3명이 더 나와 누적 확진자가 30명(울산 28명·부산 2명)으로 늘었다. 이 교회에서는  60명이 동시간대 교회 안에 모여 장시간 예배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마스크를 벗고 음식물 섭취 등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방역당국이 설명이다. 특히 확진자 가운데 일부는 교회로부터 받은 명단에 없는 이들로 확인돼 숨은 방문자들을 통한 감염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소초등학교 관련 확진자도 2명이 더 나와 누적 44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남구 건축회사 사무실에서도 확진자 1명이 추가돼 누적 확진자가 18명으로 늘어났다. 유흥업소의 감염 확산도 걱정이다. 스카이블루 종업원과 연결되는 지인을 통해 또 다른 남구 유흥업소에서도 확진자 5명이 확인됐다. 하지만 최초 감염원을 아직 알 수 없는 데다 출입명부가 허술하게 작성돼 있어 역학조사에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 이 외에도 울산 북구 한 사업장 구내식당 운영업체 관련 확진자 1명이 발생해 누적 확진자는 28명이 됐다.

경남지역에도 2일 하루 동안 44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사천·진주·김해·양산·합천 등에서 감염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주요 전파 경로는 유흥업소·음식점·교회·공장 등이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지난 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 참석해 “사천시의 경우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 해외입국자 중에 자가격리 면제자 2명으로부터 100명 가까운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데, 문제는 중앙부처에서 관리하다보니 해외입국자 중 자가격리 면제자의 정보가 지방정부에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남도는 기존 거리 두기 2단계에 있던 사천과 진주에서 확진 환자가 계속 나와 거리 두기 2단계를 오는 9일과 10일까지 각각 연장했다. 또 1.5단계였던 양산시는 거리 두기 2단계로 격상하기로 했다. 울산과 인접한 경북 경주시도 비상이다. 5월 1일 12명, 2일 15명에 이어 3일에는 17명 신규 확진자가 발생해 확산세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특히 건천읍 한 경로당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해 마을 주민 전체가 검사를 받았다. 경주시는 당분간 모든 경로당을 폐쇄하기로 했다.

 

울산시, 영구 변이 바이러스와 사투 

울산시는 영국 변이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행정력을 모으고 있다. 우선 지역 내 숨은 감염자를 찾기 위해 오는 3일부터 14일까지 임시 선별검사소를 현재 3곳에서 10곳으로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여태익 울산시 감염병관리과장은 “매주 수요일 랜덤으로 9% 샘플링해서 질병관리청에 검사를 의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3일 0시부터 16일 밤 12시까지 2주간 연장한다. 이에 따라 최근 확진자가 발생해 감염위험도가 높은 유흥시설, 식당·카페, 목욕장업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은 오후 10시에서 오후 9시로 제한된다.

또한 유증상자에 대한 진단검사를 의무화하는 행정명령 53호를 발령했다. 3일 0시부터 14일 밤 12시까지 2주간 의료기관이나 약국에서 의사나 약사로부터 코로나19 진단검사를 권고 받은 사람은 48시간 이내 주소지 관할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무적으로 진단검사를 받아야 한다.

질병관리청도 영국 변이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소속 인력 8명을 역학조사에 투입했다. 울산시는 중앙에 추가 인력을 요청하기로 했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2일 “울산 등 변이 바이러스 확진이 많이 나타나는 지역은 별도 차단대책을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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