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몰린 램지어…학자들, ‘역사 왜곡’ 논문 검증에 박차
  • 변문우 디지털팀 기자 (sisa4@sisajournal.com)
  • 승인 2021.05.0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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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술지 APJJF, 특별호 발간해 램지어 비판…“학문으로 볼 수 없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연합뉴스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연합뉴스

위안부를 매춘부로 규정해 논란을 일으킨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코너에 몰렸다. 그의 논문을 두고 학자들이 인용 오류와 사실 왜곡 여부 검증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서다.

국제 학술지인 아시아퍼시픽저널 저팬포커스(APJJF)는 1일(현지 시각) 특별호를 발간해 램지어 교수가 일본 내 피차별 계층인 부라쿠민(部落民)을 다룬 논문을 검증했다. 앞서 램지어 교수는 부라쿠민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논문에서 "범죄조직 남성 다수는 부라쿠민이나 한국인이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언 니어리 옥스퍼드대 명예교수와 사이토 나오코(齋藤直子) 오사카시립대 교수 등 부라쿠민 연구의 권위자들은 APJJF에 총 8개의 글을 게재해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학술 논문으로 부를 수 없을 만큼 흠결이 크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램지어 교수의 부라쿠민 관련 논문이 비교적 관심이 적은 학술지에 발표돼 학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위안부 논문 사태 이후 존재가 알려지면서 이처럼 대응에 나섰다고 전했다. 니어리 명예교수는 "일본의 우익세력이 위안부와 재일교포에 대한 램지어 교수의 주장을 열렬하게 옹호하는 것처럼 부라쿠민에 대한 주장도 수용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지프 핸킨스 캘리포니아대 교수와 후지오카 미에코(藤岡美惠子) 호세이대 교수는 "램지어 교수가 2020년 학술지 법경제학리뷰에 발표한 《정치적 정체성의 날조: 일본의 부라쿠민》은 단순한 선동 글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램지어 교수가 연구의 목적에 대해 명시하지 않았고, 사회적·학술적 의미도 설정하지 않은 채 부라쿠민에 대한 비판적 주장만을 담아 논문으로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라쿠민의 폭력성과 부패를 주장하면서도 이에 대한 증거조차 제시하지 않은 점도 학술 논문으로서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다며 법경제학리뷰 편집자에게 논문 재조사를 촉구했다.

특히 핸킨스 교수는 "사회적 소수집단을 연구하는 학자는 연구자와 연구대상 사이에 존재하는 권력의 비대칭성 문제를 의식하면서 높은 수준의 연구 윤리를 유지해야 한다"며 "그러나 램지어 교수는 그런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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