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주(호영) 대첩’ 가열될수록 멀어지는 윤석열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1.05.07 12:00
  • 호수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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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포섭·윤석열 영입’ 절실한 국민의힘, 우회전이 막다른 길인 이유
전문가들 “과거 회귀는 필패의 지름길”

단 7%. 4·7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한 이유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이 잘해서’라고 응답한 비율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못해서’란 응답(61.0%)에 턱없이 모자란 수치다(표1 참고). 지난 선거에서의 민심이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의 ‘이탈’이 아닌 민주당을 향한 ‘항의’에 더 가까웠다는 걸 보여주는 결과다.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이 받은 득표율은 57.5%였다. 선거 후 한 달,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30% 안팎으로 수렴되고 있다. 오 시장에게 몰표를 준 2030세대와 중도층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여전히 민주당 지지율을 밑돈다.

가장 표면적인 이유로는 국민의힘의 급격한 ‘요요현상’이 지목된다. 선거 직후 당내에선 또다시 전직 대통령의 탄핵을 부정하고 사면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탄핵의 강’ 논란은 미래로 흘러야 하는 당의 방향을 계속 과거로 돌려놓는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은 “그 요구들이 옳은지 그른지의 문제가 아니다. 사면론의 경우 내부적으로 동의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 말을 적절하지 않은 타이밍에, 적절하지 않은 사람이, 듣기 싫게 한다는 게 문제다. 적어도 쇄신의 모습을 보인 후, 친박·영남·중진이 아닌 다른 인물에 의해 언급됐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 달 신임 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주호영 전 원내대표와 나경원 전 의원 양강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도 흥행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지난해 총선 패배 책임을 안고 물러났던 황교안 전 대표 역시 원외에서 조금씩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에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김종인 비대위가 끝나기 무섭게 강성 보수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어렵게 끌어온 2030·중도층의 관심이 다시 돌아설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주호영·나경원 중 누가 대표가 되든 국민이 원하는 만큼의 당 쇄신은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이 주호영(왼쪽)-나경원(오른쪽) 양강 구도로 치러질 경우, 자칫 어렵게 끌어온 2030·중도층이 다시 이탈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지금 당 분위기, 윤석열 끌어들일 유인 없어”

전문가들은 지금 국민의힘의 우클릭은 그 어느 때보다도 치명적이라고 평가한다. 그 이유로는 우선 변화한 유권자 지형을 꼽는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지금 유권자 지형을 살펴보면 중도, 스윙보터가 상당히 늘어났다. 중도 유동화 현상이다. 탄핵 당시 보수에서 중도로 대거 이탈이 있었다면, 최근엔 민주당에서 중도로의 이탈이 많았다. 대선에도 이들의 영향력은 막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도만으로 이길 수 있는 선거도 없지만, 중도를 외면하고선 이길 수 있는 선거 또한 결코 없다는 얘기다.

국민의힘 내 심각한 ‘인물’ 부재 상황은 당의 우회전이 곧 막다른 길로 향하는 것임을 입증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지금 국민의힘 내에는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언급할 만한 인물이 없다. 거취를 정하지 않고 오랜 잠행 중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그의 행보에 당 전체가 온통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의 움직임에 따라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 시점을 비롯해 야권 재편 계획 전반이 좌우될 분위기다.

그러나 윤 전 총장에게 지금과 같은 분위기의 국민의힘은 썩 내키지 않는 선택지다. 윤 전 총장으로선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전직 대통령들의 이름이 계속 소환되고, 일부에선 자신의 책임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당내 초선이자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김웅 의원의 말대로, 윤 전 총장은 이미 자신이 수사해 구속한 두 대통령이 기반이 되는 정당이라는 점에서 부담감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거로 회귀하려는 당의 모습은 그의 부담을 배가시키는 일이다.

“당내 ‘과거 회귀’ 거부하는 목소리 커진 것은 희망적”

여기에 지금과 같은 중도 이탈세가 이어져 정당의 경쟁력이 하락한다면 윤 전 총장으로선 더더욱 당에 몸담을 유인이 사라진다. 정당 지지도는 곧 향후 대선에 출마할 후보들에게 일종의 ‘기초체력’과도 같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연구소 소장은 “국민의힘이 적어도 윤 전 총장의 합류 시점까지 꾸준히 정당 지지율 35~40%를 유지할 수 있을지, 그리고 당 호감도가 비호감도보다 앞설 수 있을지를 윤 전 총장은 두루 판단하고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만일 국민의힘이 계속 중도와 멀어지는 행보를 보인다면 당 분위기는 혼선을 빚게 되고, 지지도나 호감도는 반등할 여지가 줄어든다. 이 경우 정당의 경쟁력을 재고 있는 윤 전 총장으로선 같이 못 가는 쪽으로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야권 내 연대 모색이 장기화되는 수순”이라고 분석했다.

일시적 ‘항의’가 아닌, 국민의힘을 향한 중도층의 안정적 ‘이탈’을 이루기 위해 국민의힘은 지금 무엇이 절실할까. 전문가들은 국민의힘이 더 이상 ‘반사체’가 아닌 ‘발광체’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즉 정부·여당의 실정(失政)에 따른 반사이익을 넘어 대안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현실은 4년 전 대선 정국에서 선두 문재인 후보 견제를 위해 중도·보수 후보들이 앞세웠던 ‘반문(反文)정서’를, 정부의 레임덕이 거론되고 있는 지금까지 내세우고 있다. 실제 지난달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도 각 후보들은 당 외연 확장의 방안으로 어김없이 ‘반문연대’를 꺼내들었다. 선제적 대안 제시보다 여전히 반대를 위한 반대에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보궐선거 직후부터 5월5일까지 국민의힘에서 발표한 대변인 논평과 주요 회의 메시지 등을 살펴본 결과, 약 100건 가운데 정부와 여당의 인사 등 결정에 대해 경고하는 내용 외에 선제적인 정책 제안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배종찬 소장은 “정당이 지지도를 견고하게 쌓으려면 ‘3P’, people(인물)·policy(정책력)·philosophy(정체성)가 갖춰져야 한다. 지금 국민의힘은 이 부분에서 전반적으로 자생력이 없는 상태다. 이대로라면 당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그나마 과거에 비해 당의 역주행 가도에 제동을 거는 목소리가 강해진 점은 희망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도로 친박당’으로 가려는 당내 동력이 즉각 반발에 부딪히는 모습이다. 탄핵 불복 주장이 국민의힘 지지층 내 반발로 이내 사그라들었다. 당 지지층이 탄핵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걸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숱한 선거 패배의 경험이 당의 변화를 불가피하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있다. 박성민 대표는 “국민의힘이 스스로 변화하고 싶어 한 게 아니다. 과거 친박 등 구태 세력을 중심으로 민심과 괴리된 채 이상하게 질주하면서 계속 선거에서 지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김종인 위원장을 불러들이고 중도로 턴하면서 자연스레 당내 변화의 동력이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새 당 대표와 지도부가 과거의 인물들로 구성되더라도 당이 다시 과거 친박 중심의 당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작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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