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H 직원, 공공주택 사들여 시세차익만 3300억원
  • 조해수·유지만·공성윤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1.05.10 10:00
  • 호수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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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택 서민 위한 공공주택 꿰찬 LH 직원 1300여명..."서민을 위한 LH는 없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이 무주택 서민을 위한 LH 공공분양주택 1600여 채를 사들였으며, 이를 통해 최소 3300여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에 있는 공공분양주택의 경우 5배 가까이 폭등하면서, LH 직원들에게 10억원 이상의 수익을 안겨줄 수 있었다. 집값 폭등을 견인한 것은 문재인 정부로, 강남 집값은 2017~21년에 2배가량 올랐다.  

LH 본사가 있는 경남혁신도시(진주)의 공공분양주택은 LH 직원들의 ‘무더기 분양’이 이뤄졌다. LH 직원들은 460여 채의 공공분양주택을 매입했는데, 이를 통해 약 719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었다.

LH 직원들은 공공분양주택을 따낼 수 있는 ‘비법’이라도 있는 것일까. LH 직원들이 계약한 단지 중 청약경쟁률 10위(2016~20년) 안에 드는 단지가 5개나 됐다. LH 직원들은 청약경쟁률 ‘25대 1’도 거뜬히 뚫어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공공주택사업이 ‘불로소득 잔칫상’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LH 직원들이 무주택 서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공공주택을 분양받아 막대한 시세차액을 챙겼다. 분양받는 과정에 불법은 없었는지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LH는 ‘공공주택 분양이 미달인 경우도 많았다’고 해명하지만, LH 직원들이 분양받은 단지 중 상당수가 청약경쟁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유주택자들이 분양받은 경우는 없는지, 실거주하고 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LH 직원이 분양받아 시세차액 1·2·3위를 한 서울시 강남구 세곡 푸르지오, 서초구 서초힐스 아파트, 강남구  강남LH1단지e편한세상(왼쪽부터)ⓒ시사저널 임준선
LH 직원이 분양받아 시세차액 1·2·3위를 한 서울시 강남구 세곡 푸르지오, 서초구 서초힐스 아파트, 강남구 강남LH1단지e편한세상(왼쪽부터)ⓒ시사저널 임준선

“분양 과정에 불법 없었는지 철저 조사해야”

시사저널은 3월16일자 ‘[단독] LH 최초 투기의혹자, 서민 위한 LH 공공주택도 꿰찼다’ 기사를 통해 LH 직원들의 공공분양주택 매입 의혹을 최초로 제기했다. 박아무개 LH 홍보실 전문위원이 지난 2006년, 경기도 성남 판교 신도시의 LH 공공분양아파트를 매입한 사실을 밝혀냈다. 박 위원은 공고도 뜨기 전에 선(先)분양을 받았고, 입주 자격을 얻기 위해 주소지를 옮기기까지 했다. 또한 3월17일자 ‘[단독] LH 투기의혹 2급 직원 공공임대주택 입주…수억원 시세차익까지’ 기사를 통해, 김아무개 LH 부장이 공공임대주택의 입주권과 분양권을 따낸 사실을 고발했다.

이후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LH를 통해 받은 ‘2011~2020년 공공임대·공공분양주택 LH 직원 계약 현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LH 직원 1621명은 공공분양주택, 279명은 공공임대주택을 따냈다.

공공분양주택은 소득이 낮은 무주택 서민이나 국가유공자, 장애인, 신혼부부, 다자녀가구, 노부모 부양자 등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사회계층을 위한 주택이다. 공공임대주택 역시 마찬가지로, 임대의무 기간(5, 10년)이 끝나면 입주자에게 우선적으로 소유권을 이전해 준다.

이런 주택에 LH 직원 1900명이 들어간 것이다. LH 임직원 수는 2016년까지 6000명대 수준이었다. 즉, LH 직원 3~4명 중 한 명은 공공주택을 꿰차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공공주택이 ‘LH 기숙사’로 전락했다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그렇다면 이들이 공공주택을 통해 얻은 수익은 얼마나 될까. 먼저, 시사저널은 권영세 의원실을 통해 ‘LH 임직원이 계약한 공공분양주택 위치내역’을 입수했다. 이를 기반으로, LH 임직원 1621명이 계약한 공공분양주택의 최초 분양가와 2021년 4월 기준 매매가격을 조사해 시세차액을 계산했다. 공공임대주택은 임대기간이 종료되지 않은 곳이 상당수 존재해 정확한 시세 파악이 어려워 이번 조사에서 제외했다.

조사와 분석은 경실련과 공동으로 진행했다.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집값 폭등을 꾸준히 고발해 왔다. LH 사태 이후에는 ‘LH 해체, 주택청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최초 분양가 자료가 확인되지 않거나 시세가 없는 67개 단지를 제외한 공공분양주택 202개 단지-1379명의 LH 직원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시세는 KB부동산·부동산뱅크 등 부동산 시세정보 등을 활용했다. 이 밖에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2016년 이후 공공분양 청약경쟁률 순위’도 참조했다.

LH 직원들이 지난 10년간 공공분양주택을 매입해 벌어들인 수익은 3339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3039억원에 사들인 공공분양주택은 6378억으로 2.1배 뛰었다. 1채당 평균 분양가가 2.2억원이었는데, 지금은 평균 4.6억원까지 올랐다. 즉, LH 직원들은 공공분양주택 1채를 통해 평균 2.4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게 된 것이다.

LH 직원 소유 ‘강남’ 공공주택, 1채당 11억원 올라

‘강남불패’는 공공분양주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2개 단지 중 시세차액이 가장 높은 단지는 서울 강남 지구의 ‘세곡푸르지오’로 1채당 차액이 12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가는 3억원이었는데 시세는 15억원으로 정확히 5배 올랐다. 2~4위도 강남 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차지였다. 서울 서초 ‘서초힐스’는 분양가 3.2억원에서 시세 15억원으로, 서울 강남 ‘강남LH1단지’는 3억원에서 14.7억원, 서울 강남 ‘LH강남브리즈힐’은 2억원에서 11.9억원으로 뛰었다. 14명이 강남의 공공주택을 사들였는데, 이들의 시세차익을 모두 더하면 154.6억원에 이른다. 한 사람당 약 11억원씩 불로소득을 가져간 것이다.

집값 상승은 문재인 정부에서 도드라졌다. 시세차액 상위 5개 단지는 대부분 2015년 이후 입주했는데, 2015년부터 2016년까지는 1000만원 선에서 오르내리다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후부터 급격히 상승했다. 2017년 6.8억원에서 2021년 13.7억원으로 2배 상승했다. 특히 2020~21년 불과 1년 사이에 평균 3.3억원(31.5%) 올랐다.

이 밖에 경기도 하남미사지구에서는 99명의 LH 직원이 657억1000만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1인당 6.6억원씩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세종시의 경우 68명이 297억9000만원의 시세차익으로 1인당 4.8억원의 불로소득을 가져갔다.

이와 관련해 김성달 경실련 국장은 “공공주택은 모두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국민의 논밭과 임야를 강제수용해 개발·공급되고 있다”며 “그러나 참여정부 시절 ‘공기업도 장사다’라는 대통령 발언 이후 분양가는 점점 비싸져 서민들의 내 집 마련도 어려워지고, 주변 집값도 떨어트리지 못한 채 공기업과 건설사, 투기세력들을 위한 투기판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경찰이 3월17일 경남 진주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에서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연합뉴스
경찰이 3월17일 경남 진주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에서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연합뉴스

LH 본사 있는 ‘진주’ 공공주택, 466명 무더기 분양

계약자 수로 따지면 경남혁신도시가 압도적이다. LH 직원 466명이 진주에 있는 경남혁신도시 공공분양주택을 사들였다. 시세차익은 719억원이다.

진주는 2015년 LH 본사가 이전한 곳이다. 이전이 확정된 시점은 2011년 5월이다. LH 직원들이 본사의 진주 이전이 확정되자, 해당 지역의 공공분양주택 공급 계획을 미리 알고 손을 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계약 시점을 보면, 경남혁신도시 A04 블록은 2012년 계약(169명)이 이뤄졌고, A08 블록은 2013년(130명), A09블록은 2015년(151명)에 체결됐다. LH 측은 “성남시에서 경남혁신도시로 이전하는 LH 본사 근무자는 ‘이전기관 종사자 특별공급’ 대상자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경남혁신도시 계약 건수가 LH 직원의 타 지구 계약 건수 대비 높은 것”이라면서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정보를 이용하는 등의 행위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LH 공공분양주택이 미분양돼서 LH 직원들이 어쩔 수 없이 분양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2016년 이후 공공분양 청약경쟁률 순위’ 자료에 따르면, LH 임직원들이 계약한 269개 단지 중 미달인 지구는 5개에 불과했다. 반면 경쟁률 상위 10위 안에 드는 단지가 5개나 있었고, 나머지도 모두 높은 경쟁률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판교창조경제밸리 A1지구는 81가구 모집에 2039명의 청약자가 몰렸다. 25대 1의 경쟁률이었지만, LH 직원 2명이 계약을 따냈다. 하남감일 B-4지구는 595가구 모집에 1만1386명이 몰리면서 19대 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LH 직원 4명이 들어갔다. 이 밖에도 하남감일 A-4(17대 1), 하남감일 B-3(10대 1), 남양주별내 A25(10대 1)까지 청약경쟁률 10위 안에 드는 단지에 LH 직원 11명이 계약에 성공했다. 경실련 측은 “일반 시민이 공공분양주택에 들어갈 수 있는 확률에 비하면 LH 직원들의 성공률은 턱없이 높다”며 “LH 직원 명의인 경우만 따져도 이 정도인데 친인척 명의까지 합치면 어느 정도 숫자가 나올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앞다퉈 꺼내들었던 LH 특검과 국정조사는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지난 3월 LH 특검·국정조사는 물론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를 논의하기 위한 ‘3+3 협의체’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후속 논의는 없었다.

이와 관련해 권영세 의원은 “서민 주거안정 취지로 공급된 공공주택이 LH 임직원의 투기 대상으로 악용됐다는 것은 천인공노할 일”이라면서 “강도 높은 조사로 조속히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LH의 만연한 도덕적 해이와 고위 공직자들의 이해충돌을 뿌리 뽑고, 무너진 공정과 정의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LH 직원들의 공공주택 따내기 ‘천태만상’

박아무개 LH 홍보실 전문위원은 지난 2006년 11월 부인 안아무개씨와 함께 경기도 성남 판교 신도시의 A공공아파트를 공동 분양받았다. 부인 역시 LH 직원이다. 당시 대한주택공사(LH 전신)는 성남시 거주자를 분양 대상 1순위로 꼽았다. 박 위원은 이 점을 노리고 성남시로 급하게 주소지를 옮겼다. A공공아파트의 최초 분양 공고일은 2006년 8월이다. 박 위원의 거주지 등기부등본을 살펴본 결과, 성남시 분당구의 M주공아파트에 2006년 4월부터 2년간 전세권 설정이 돼 있었다. 공고가 뜨기 4개월 전에 성남시에 전셋집을 구한 것이다. 사전정보를 이용해 청약 준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박 위원은 A공공아파트 매입으로 상당한 시세차익을 보게 됐다. A공공아파트 분양가는 3억9200만원이었는데, 이듬해 약 2억4000만원 오른 6억3000만원대에 시세가 형성됐다. 지금(2021년 4월 기준)은 공시지가만 9억2300만원이다.

공공임대주택도 LH 직원들의 타깃이 됐다. 2급 공무원인 김아무개 LH 부장은 2010년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의 공공임대주택 입주권을 따냈다. 공공임대주택의 설립 취지는 서민 주거안정이다. 따라서 임대료도 시세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김 부장도 이 혜택을 누렸다. 입주 초기 책정된 임대보증금은 1억7150만원, 월세는 65만원에 불과했다.

김 부장이 투기 목적으로 공공임대주택을 신청한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도 있다. 해당 아파트의 입주자 모집은 지난 2009년 2월 이뤄졌다. 그런데 김 부장은 한 달 전인 2009년 1월 전라도 광주 서구에 위치한 대한주택공사 광주전남지역본부에 주택판매팀장으로 부임했다. 광주에서 출퇴근하는 직원이 실거주를 위해 판교신도시에 주택을 구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김 부장은 공공임대아파트를 통해 시세차익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해당 아파트는 임대 의무기간인 10년이 지나면서 분양전환됐다. 이렇게 되면 입주자(김 부장)가 우선 분양받을 수 있다. 2010년 7월 입주가 이뤄진 S아파트는 지난해 11월부터 매매가 가능해졌다. 지난해 12월 김 부장 집과 동일한 면적의 호실은 12억2000만~14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를 기준으로 분양가(80%)를 추산해 보면 9억7600만~11억4400만원이다. 올 2월 같은 평수의 실거래가는 14억5000만원이었다. 김 부장이 분양가대로 아파트를 매입했다면, 최소 3억원 이상 차익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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