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조국-法박상기-檢이성윤, 김학의 사건 수사 무마 '외압'
  • 조해수·유지만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1.05.24 10:00
  • 호수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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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공소장 공개] 수사팀에 가해진 전방위적 압력 드러나

청와대, 법무부, 검찰의 최고위층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청와대에서는 당시 조국 민정수석-이광철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 법무부에서는 박상기 장관-윤대진 검찰국장-차규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검찰에서는 이성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문홍성 대검 선임연구관-이현철 안양지청장 등이 수사 무마를 위해 압력을 행사했다.

시사저널은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재판에 넘겨진 이성윤 현 서울중앙지검장의 공소장을 입수했다. 이 공소장을 놓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피의사실 공표’라며 유출자 색출을 지시했다(‘이성윤 공소장 공개와 언론 자유’ 기사 참조).

그러나 시사저널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공소장을 모두 공개하기로 했다(‘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공소장 전문 공개’ 기사 참조). 이보다 앞서 시사저널은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된 김학의 불법 출금 공익신고서를 입수해, A4용지 88쪽에 이르는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1월22일자 ‘[단독]“박상기 법무장관, 김학의 사찰 통해 불법 출금 지시”’ 기사 참조). 이성윤 지검장의 공소장과 공익신고서 내용을 살펴보면, 감학의 불법 출금 사건의 전말을 확인할 수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윤대진 전 검찰국장, 조국 전 민정수석, 이광철 민정비서관, 차규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연합뉴스·시사저널 이종현
왼쪽 위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윤대진 전 검찰국장, 조국 전 민정수석, 이광철 민정비서관, 차규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연합뉴스·시사저널 이종현

“이성윤, 범죄행위 수습에 적극 관여”

이성윤 당시 반부패강력부장은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의 ‘뒤처리’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 가장 먼저, 이규원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가 서울동부지검장 자격을 모용해 허위 내사 번호로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출금을 요청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나선 사람이 이성윤 부장이다. 다음은 공소장 내용이다.

“피고인(이성윤)은 2019. 3. 22. 밤 김학의의 출국 시도 사실을 접한 후 반부패강력부 문홍성 선임연구관과 김형근 수사지휘과장 등에게 김학의의 출국 시도 및 출국금지 조치가 이루어진 경위 등을 파악하도록 지시하였고, 이규원 검사가 긴급출국금지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김학의를 상대로 긴급출국금지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의 내사 사건번호를 임의로 부여하여 사용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다음날인 3. 23. 07:00경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장 한찬식에게 전화하여 ‘이규원이 긴급출국금지 조치를 하는 과정에서 임의로 사용한 서울동부지방검찰청 내사 사건번호를 추인해 달라’는 요구를 하였다가 한찬식으로부터 거절당하였으며, 같은 날 반부패강력부 이승호 조직범죄과장에게는 ‘김학의에 대한 긴급출국금지 조치가 적법한지’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하는 등 김학의에 대한 긴급출국금지 및 수습 과정에 관여하였다.”

검찰은 이성윤 부장이 불법임을 알고도 김학의 긴급 출금에 관여했고, 이후에는 이를 감추기 위해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를 중단시켰다고 봤다.

“피고인(이성윤)은 이규원 검사의 범죄행위 수습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였을 뿐만 아니라...(중략)...당시 이미 그 조치(김학의 긴급 출금)의 불법성까지 충분히 인식하였던 관계로, 만일 이규원 검사에 대한 범죄 혐의가 검찰총장에게 있는 그대로 보고되고 검찰총장 승인 하에 이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경우 자신의 위와 같은 관여 사실도 드러나게 될 것을 염려하였다.”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은 2019년 4월11일, 수원지검 안양지청 수사팀(장준희 부장검사, 윤원일·최승환 검사)에 배당됐다. 법무부는 김학의 전 차관에게 출국금지 정보를 흘려준 출입국본부 관련자를 색출하기 위해 검찰에 수사 의뢰를 했다. 그러나 오히려 수사팀은 이규원 검사를 포함해 법무부의 불법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수사팀은 2019년 6월14~19일, 안양지청장-차장검사의 승인을 받아 대검 반부패강력부에 이를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다음 날인 6월20일부터 이성윤 부장을 비롯한 지휘부가 본격적으로 수사 무마에 나섰다. 수사를 막기 위해 학연, 근무연 등 온갖 방법이 동원됐다.

“피고인(이성윤)은 2019. 6. 20. 서울 서초구에 있는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 아침 회의 자리에서, 문홍성 선임연구관 및 김형근 수사지휘과장과 함께 ‘안양지청이 수사의뢰된 내용 이외의 것을 수사하여 시끄럽게 만든다’는 등의 대화를 나누다가 안양지청이 ‘이규원 검사의 범죄 혐의와 관련한 검찰총장 및 수원고등검찰청 검사장에 대한 보고 및 후속 수사 진행’을 못 하게 하기로 마음먹고 문홍성 선임연구관 및 김형근 수사지휘과장과 그 방법을 논의하여 이현철 안양지청장과 학연 및 근무연 등으로 친분관계가 있던 김형근 수사지휘과장에게 위 3명이 논의한 내용을 이현철 안양지청장에게 전달하도록 지시하였고, 김형근 수사지휘과장은 이와 같은 지시에 따라 같은 날 이현철 안양지청장에게 전화하여 ‘이 보고서가 안양지청의 최종 의견이 맞느냐. 안양지청 차원에서 해결해 달라. 지청장이 그런 거 해결해야 되는 거 아니냐. 당시 상황을 잘 알지 않느냐. 이 보고는 안 받은 것으로 하겠다’고 말하였다.”

 

“이성윤, 검찰총장에게 의도적으로 보고 누락”

이성윤 부장은 안양지청 수사팀에 압력을 행사하는 동시에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관련 사실을 전혀 보고하지 않았다.

“피고인은 그 무렵 검찰총장실에서 이루어지는 일선 청 수사상황 보고 자리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안양지청 보고서의 핵심 내용인 ‘이규원 검사의 범죄 혐의 발견과 이에 따른 검찰총장과 수원고등검찰청 검사장에 대한 보고, 이규원 검사 입건 후 추가 수사 진행 계획 등에 대한 보고’를 의도적으로 누락함으로써, 안양지청이 발견한 ‘이규원 검사의 범죄 혐의’에 대하여 문무일 검찰총장으로 하여금 관련 수사 지시 등 후속 조치를 취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이성윤 부장의 계속된 압박에 이현철 안양지청장도 결국 굴복했다.

“이현철 안양지청장은, 2019. 6. 19. 반부패강력부에 ‘검사 이규원의 혐의 발견 및 추가 수사 계획’을 보고하도록 승인하였던 당시와 태도를 바꾸어 2019. 6. 20. 배용원 차장검사와 장준희 부장검사에게 ‘대검찰청과 법무부에서 이렇게까지 하는데 어떻게 하나. 지금 상황에서는 그 지시대로 검찰총장과 수원고등검찰청 검사장에 대한 보고, 이규원 검사의 피의자 입건 및 추가 수사는 일단 중단하고, 법무부에서 수사의뢰한 부분에 대해서만 우선 조사를 하라’고 지시하였고, 장준희 부장검사는 윤원일 검사에게 위와 같은 이현철 안양지청장의 지시사항을 전달하였다.”

이성윤 부장의 수사 무마 압박은 집요했다. 수사가 중단된 것이 외압이 아닌 수사팀의 자발적인 결정에 의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 허위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수사팀에 압력을 행사하기까지 했다.

“피고인(이성윤)은 안양지청이 ‘검사 이규원의 범죄 혐의 및 김학의에 대한 긴급출국금지 조치의 위법성’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할 것을 우려하여, 안양지청으로 하여금 이 부분에 대한 수사를 분명히 포기하도록 함과 더불어 앞서 피고인이 김형근 수사지휘과장 등을 통하여 안양지청에 ‘검사 이규원의 범죄 혐의 발견 보고 금지 및 수사 중단’ 지시를 한 것이 문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마치 안양지청 스스로 관련 수사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처럼 보이게 할 목적으로, 문홍성 선임연구관에게 ‘긴급출국금지 관련 부분도 추가로 보고서에 기재하도록 안양지청에 요구하라’고 지시하고, 문홍성 선임연구관은 이러한 피고인의 지시 내용을 안양지청 배용원 차장검사에게 전달하였다.”

 

문서로 ‘외압 증거’ 남긴 수사팀

그나마 수사팀 검사들이 마지막까지 저항했다. 문서를 통해 외압의 증거를 남긴 것이다.

“배용원 차장검사는 장준희 부장검사로 하여금 수사팀 검사들의 의사에 반하여 이미 전날 송부한 7.3.자 보고서 마지막 부분에 이전에 반부패강력부 관계자 등으로부터 들은 내용에 따라 「2. 긴급출국금지 부분 ○ 야간에 급박한 상황에서 관련 서류의 작성절차가 진행되었고, 동부지검장에 대한 사후보고가 된 사실이 확인되어 더 이상의 진행 계획 없음」이라는 문구를 추가로 기재한 7.4.자 「前 법무부차관 출금정보 유출 의혹 사건 수사결과」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였고...(중략)...장준희 부장검사는 이러한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하여 윤원일 검사에게 위 7.3.자 보고서와 ‘긴급출국금지 관련’이 추가된 7.4.자 보고서 모두를 KICS(형사사법정보시스템) 반부패부 지휘사건부에 등재하도록 함.”

이성윤 검사장의 공소장에는 청와대와 법무부의 수사 외압 정황도 나온다. 먼저 청와대를 살펴보면, 이광철 당시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을 통해 조국 민정수석에까지 보고됐다. 외압을 행사하며 “이규원 검사가 곧 유학을 가는데 수사를 받지 않고 출국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언급은 쓴웃음까지 짓게 만든다.

“이규원 검사는 사법연수원 36기 동기로 평소 친하게 지내왔던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실 이광철 선임행정관에게 그 사실(검찰 수사)을 알렸고, 이광철 선임행정관은 이를 다시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에게 전달하면서 ‘이규원 검사가 곧 유학 갈 예정인데 검찰에서 이규원 검사를 미워하는 것 같다. 이규원 검사가 수사를 받지 않고 출국할 수 있도록 검찰에 이야기해 달라’는 취지로 말하였으며,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은 그 내용을 그대로 법무부 윤대진 검찰국장에게 전달하였다.”

 

조국 민정수석·박상기 법무장관도 외압 행사

법무부도 움직였다. 검찰 조사를 받은 출입국 직원이 차규근 본부장에게, 차 본부장은 다시 박상기 장관에게 보고하면서 법무부 차원의 조직적 외압이 이뤄졌다.

“김○○ 서기관은 그 즉시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본부장에게 연락하여 안양지청의 조사 내용 및 상황을 전달하였고, 출입국본부의 위법한 긴급출국금지 조치 사실 등이 발각될 것을 우려한 차규근 출입국본부장은 같은 날(2019년 6월25일) 18:00경 박상기 법무부장관에게 ‘안양지청이 수사의뢰된 범죄 혐의 이외에 김학의에 대한 긴급출국금지 과정에서 출입국본부 직원들의 문제점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사실과 더불어 ‘안양지청이 출입국본부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뻬앗으려 하고 귀가를 하지 못하게 한다’는 등의 허위 사실까지 보고하였고, 이러한 보고를 받은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곧바로 윤대진 검찰국장을 불러 ‘내가 시켜서 직원들이 한 일을 조사하면 나까지 조사하겠다는 것이냐. 그리고 검찰이 아직도 그런 방식으로 수사를 하느냐’는 등의 강한 질책과 함께 그 경위를 파악하라고 지사하였다.”

조국 민정수석과 박상기 법무장관의 질책을 받은 윤대진 검찰국장은 이현철 안양지청장에게 즉각 수사 중단 압박을 가했다.

“윤대진 검찰국장은 그 무렵 사법연수원 25기 동기로서 개인적인 친분이 있던 이현철 안양지청장에게 전화하여 ‘김학의에 대한 긴급출국금지 조치는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수뇌부 및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승인 아래 이루어진 일인데 왜 이규원 검사를 문제 삼아 수사를 하느냐. 이규원 검사가 곧 유학을 가는데 출국에 문제가 없도록 해 달라’고 말하면서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의 요구사항을 전달하였다...(중략)...윤대진 검찰국장은 그 즉시 이현철 안양지청장에게 전화하여 ‘장관(박상기)이 왜 이런 거 계속 조사하냐고 하면서 나한테 엄청 화를 내서 내가 겨우 막았다’고 질책하였다.”

수원지검은 지난 5월13일 윤대진 당시 검찰국장, 이현철 안양지청장, 배용원 안양지청 차장검사의 수사 외압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이첩했다. 이첩한 사건 기록에는 조국 당시 민정수석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내용도 포함돼 있다. 청와대-법무부의 최고위층이 다시 한번 수사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학의 불법 출금 당시의 김오수 법무부 차관이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되면서,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이 5월26일 예정된 인사청문회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오수 후보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서면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이 결국 임기 1년을 남긴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아챈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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