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보의 역설…“이 협업은 위험한데?”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1.06.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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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슈머 공략해 식품-비식품 간 콜라보 제품 대거 등장
“제품 안전성도 고려해야”

서로 다른 브랜드의 내용물과 패키지의 조합. 기업 입장에서는 괜찮은 마케팅 방법이다. 물건을 구입할 때 상품에 대한 재미를 고려하는 ‘펀슈머’가 늘어나면서, 콜라보 제품들은 소비자에게 ‘먹히는’ 아이템이 됐다. 펀슈머들의 SNS 인증샷을 통해 주목 효과까지 생기면서 브랜드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도 역시 높아지고, 매출 상승이라는 결과까지 따라온다. 그러나 식품-식품 간 콜라보를 넘어 식품-비식품 간 콜라보 제품들이 대거 등장하자, 일각에서는 일부 제품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LG생활건강과 서울우유가 콜라보해 내놓은 보디워시 제품 뒷면에 적힌 경고 문구 ⓒ홈플러스 인터넷 홈페이지 캡쳐
LG생활건강과 서울우유가 콜라보해 내놓은 보디워시 제품 뒷면에 적힌 경고 문구 ⓒ홈플러스 인터넷 홈페이지 캡쳐

최근 논란이 일었던 것은 홈플러스가 LG생활건강, 서울우유와 협업해 출시한 보디워시다. 서울우유의 로고, 서체, 색깔, 패키지 디자인을 활용한 이 제품에 대해 경고 문구나 제품에 대한 설명 문구를 읽지 못하는 아이들이 포장 용기를 보고 착각해 섭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제품은 홈플러스 한 매장의 우유 코너에 실제 우유와 함께 진열되면서 안전성 문제가 크게 대두되기도 했다. 하이트진로와 협업해 출시한 소주병 모양의 디퓨저도 유사한 지적을 받았다. 마시지 말라는 경고 문구가 표기돼 있더라도 인지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제품을 미니어처 소주 등으로 오인할 경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제품의 용기를 보고 착각해 안전사고로 이어진 사례가 있다. ‘젤리 용기’ 형태로 포장된 손 소독제를 음료나 젤리로 착각해 섭취한 안전사고가 지난해 11건, 올해 3건 발생했다.

GS25는 문구기업 모나미와 함께 유성매직 모양 음료수를 출시한 바 있다. ⓒGS25
GS25는 문구기업 모나미와 함께 유성매직 모양 음료수를 출시한 바 있다. ⓒGS25

‘먹을 수 있는 제품’을 ‘먹으면 안 되는 상품의 패키지’로 포장한 콜라보 제품들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구두약 초콜릿’ ‘유성매직 음료’ ‘천마표시멘트 팝콘 과자’ ‘바둑알 초콜릿’ 등이다. 소비자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기존 제품들의 서체·식감·패키지를 살리기 때문에, 언뜻 보면 식품인지 화학제품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콜라보 제품들을 먼저 접한 미취학 아동들이나 인지 장애가 있는 사람의 경우, 기존 제품들을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해 섭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흥미를 위주로 제품을 출시하더라도 식품과 인체에 해로운 화학제품의 포장은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일부 제품은 판매를 중단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해외의 경우 식품을 모방한 제품의 판매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어린이가 장난감이나 식품 등으로 오인할 수 있는 모양 및 포장의 제품에 대해 판매를 금지하고, 적극적으로 리콜을 실시해 어린이 안전사고를 예방한다. 중국에서는 음료수와 비슷한 포장 용기와 ‘신선한 주스’ 등의 문구를 사용한 보디샴푸를 전량 리콜한 사례가 있다.

혼동을 줄 수 있는 콜라보 제품과 관련한 이슈가 불거지자 국내에서도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최근 식품의 형태나 용기 등을 모방한 화장품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화장품법 개정안, 생활화학제품 등과 유사해 식품으로 오인할 수 있는 제품의 출시를 막기 위한 식품표시광고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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