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셋 중 한 명꼴로 겪는 ‘삼킴장애’ [강재헌의 생생건강]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6.28 11:00
  • 호수 165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음식물이 폐로 들어가 흡인성 폐렴 일으킬 수도

2년 전 발생한 뇌졸중 후유증으로 가벼운 좌측 편마비가 있는 68세 여성이 2개월 전부터 기침과 미열, 피로가 지속돼 병원을 방문했다. 1개월 전부터 동네 의원에서 항생제 처방을 받아 복용해 왔으나 큰 차도는 없었다. 진찰과 흉부 방사선검사를 통해 흡인성 폐렴 진단을 받았다. 원인은 삼킴장애로 인해 음식물이 기도를 통해 폐로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많은 사람이 간혹 음식을 삼키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식사 시간이 길어지고 기침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저절로 개선돼 의학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뇌졸중 등 신경계 질환이 있는 노인 중에는 삼킴장애로 인해 흡인성 폐렴이 발생하거나 영양결핍과 탈수 등이 초래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삼킴장애는 노인, 만성질환자, 장기 입원환자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국내 한 대학병원에서 노인 인구의 삼킴장애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 65세 이상 노인 3명당 1명은 삼킴장애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삼킴이란 음식을 입안으로 받아들이고 인두를 통해 식도로 이동시키는 과정을 말하는데, 이 과정 중에서 기도 입구와 비인두가 닫혀 질식이나 기도흡인을 방지한다. 정상적인 삼킴은 통상적으로 음식물 덩어리의 위치에 따라 구강기·인두기·식도기의 세 과정으로 나뉜 부드럽고 조화된 일련의 움직임으로 이루어진다.

삼킴장애의 원인은 크게 구인두(입과 식도 사이) 병변과 식도 병변으로 구별된다. 구인두 병변은 대부분 뇌졸중·치매·파킨슨병 등 만성 신경계 질환 때문이다. 이 외에도 구강건조증이나 잘 맞지 않는 의치, 만성 기침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식사는 천천히 조금씩 나눠 먹어야

식도 병변은 역류성 식도염, 약물, 식도 협착, 식도암 등 때문이다. 역류성 식도염으로 인해 식도 점막에 위산으로 인한 손상이 반복되면 식도 협착이 생길 수 있다. 일부 항생제와 소염제 등이 식도에 직접적인 점막 손상을 일으켜 삼킴장애를 일으킬 수 있고, 식도암이나 식도 협착이 삼킴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캔디다 식도염이나 헤르페스 식도염도 원인이다.

삼킴장애는 원인에 따라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식사 중에 음식물이 목에 달라붙는 느낌이나 가슴 부위의 타는 듯한 불편감을 느낄 수 있고, 목에 이물질이 걸려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식사 때 기침을 자주 하고 식후 목소리가 변화할 수 있으며 체중 감소가 진행될 수 있다. 삼킴장애가 의심돼 병·의원을 방문하면 의사는 병력과 증상에 대해 문진하고, 진찰한 후 입과 목 안을 들여다본다. 필요할 경우 비디오 투시 연하검사, 내시경검사 등 정밀검사를 추가로 실시한다.

삼킴장애가 있다면 원인에 따라 치료하고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역류성 식도염이 있다면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식사를 천천히 하고, 조금씩 나누어 먹으며, 음주와 커피를 피하고, 비만인 경우 체중을 줄이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잘 때 머리를 높여서 자는 것이 도움이 된다. 뇌질환으로 인한 삼킴장애가 있다면 음식물이 기도로 들어가지 않도록 삼킴 재활 치료가 필요하다. 흡인성 폐렴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경우 튜브를 이용해 식사해야 하고, 식도 등 좁아진 부위가 있을 때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