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접종률 10%도 안 되는데 마스크 벗겠다고?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1.06.29 13:00
  • 호수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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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이 바이러스·교차 접종 등에 대한 안전성부터 챙겨야

6월23일 기준 국내에서 한 번이라도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사람은 1500만 명을 넘어 접종률이 약 30%가 됐다. 정부는 7월부터 백신을 한 번이라도 맞은 사람은 실외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고 사적 모임도 6명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기상조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우리보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영국 등지에서도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면서 다시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백신 접종 속도에만 신경 쓰다 보니 안전성과 국민이 알아야 할 정보를 명확히 제공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신 접종 안전성과 관련된 이슈를 전문가의 견해와 함께 살펴봤다.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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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률 60% 넘어도 감염자 증가하는 이유는?

변이 바이러스가 ‘주종’이기 때문...국내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 50% 전망

우리처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주로 맞는 영국은 1차 접종률이 약 62%고, 2차 접종률도 45%가 넘는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통계를 보면, 영국의 코로나19 감염자가 1월 중순부터 감소세를 보였고 4~5월 하루 2000명대로 떨어졌다. 영국은 당초 6월 중순부터 봉쇄를 풀고 일상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5월19일부터 감염자가 다시 증가했고, 6월 들어 하루 1만 명이 넘는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백신을 접종하는데도 코로나19 감염자가 다시 늘어나는 이유는 델타(인도형) 변이 바이러스가 주종으로 유행하기 때문이다. 영국 공중보건국(PHE)이 5월26일~6월2일 자국의 변이 바이러스를 분석한 결과, 76%가 델타 변이 바이러스고 24%가 알파(영국형) 변이 바이러스로 나타났다. 최근 일주일 만에 델타 변이 감염자는 243% 증가해 4만2323명으로 확인됐다. PHE는 6월11일 신규 감염자의 90%가 델타 변이 감염이라고 발표했다.

델타 변이는 다른 변이보다 전파력이 빠르고 감염이나 백신 접종으로 형성된 항체를 피해갈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와 향후 ‘지배종’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PHE는 5월22일 델타 변이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화이자 백신의 예방 효과를 떨어뜨린다고 보고한 바 있다. 델타 변이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의 예방 효과는 1차 접종자에서 32.9%고, 2차 접종자에서 88.9%로 나타났다. 화이자의 예방 효과는 1차 접종자에서 33.2%고, 2차 접종자에서 87.9%로 집계됐다. 백신 1차 접종만으로는 변이 바이러스를 막을 수 없는 셈이다. 

60%가 넘는 백신 접종률을 보이는 이스라엘도 신규 확진자가 100명대로 다시 늘어나면서, 백신 접종을 아동·청소년으로 확대해 델타 변이 확산에 대비하고 있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해외 주요 국가의 변이 바이러스 검출률은 6월1~8일 기준 영국 98.98%, 프랑스 85.98%, 미국 67.79%, 일본 51.27% 등이다. 국내 주요 바이러스 검출률은 6월 들어 40%에 육박했다. 백신 1차 접종률은 약 30%지만, 2차 접종률은 10%가 안 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소아와 18세 이하 청소년은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면역 공백지대에 있다. 게다가 아스트라제네카의 접종 간격은 12주다. 보통 백신을 접종하면 항체가 3~4주에 정점을 이루고 감소한다. 12주면 항체가 가장 적은 시기다. 이 기간에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 국내 변이 바이러스 검출률은 7월 50%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마스크를 벗도록 한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없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백신 맞으면 변이 바이러스에 잘 감염된다고?

그만큼 변이 바이러스 전파 속도보다 빠르다는 증거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이 화이자 1·2차 접종 14일 후 유증상 양성 판정을 받은 400명과 백신을 맞지 않고 양성 판정을 받은 400명을 대상으로 연구했다. 베타(남아공형)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의 비율은 백신 접종군에서 5.4%, 비접종군에서 0.7%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 때문에 백신을 맞으면 변이 바이러스에 오히려 더 취약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생겼다. 

백신은 중국에서 퍼진 본래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만들다 보니 변이 바이러스에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백신 접종자가 변이 바이러스에 더 잘 감염되는 것은 아니다. 김 교수는 “접종 때문에 변이 바이러스에 더 잘 걸리는 것이 아니라 변이 바이러스 전파 속도가 백신 접종 속도보다 빠른 것이다. 특히 베타 변이 바이러스는 다른 변이 바이러스보다 백신 효과를 더 떨어뜨린다”고 설명했다.

 

백신 교차 접종, 안전할까?

예방 효과는 있지만 부작용은 ‘글쎄’

아스트라제네카를 맞은 사람 중 일부는 2차 접종 때 화이자를 맞는다. 1차와 2차 접종의 백신 종류가 다른 것을 교차 접종이라고 한다. 교차 접종을 위한 임상시험 연구는 없어 1차와 2차 접종 모두 동일한 백신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교차 접종을 하려는 이유는 백신 수급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동안 1차 접종 속도를 높이기 위해 2차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미리 사용했다. 또 추가 백신 물량의 도입 시기가 뒤로 밀리면서 백신 수급에 문제가 발생했다. 

캐나다·스웨덴·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는 교차 접종을 허용한다. 근거는 스페인 연구에서 교차 접종 후 예방 효과가 있다는 결과다. 따라서 1차와 2차 백신 종류가 달라도 접종을 마치는 것이 유리하다. 문제는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미국은 교차 접종을 허용하지 않는다. 

김 교수는 “압통이나 발열과 같이 예상 가능한 이상 반응을 우려하는 것이 아니다.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는 점이 문제다.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이나 모세혈관 누출증후군도 임상시험에서 나오지 않아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지 않나. 정부가 2~3월 1차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백신을 많이 접종할 때 나는 두 가지를 예고했다. 2차 접종 백신이 부족해 교차 접종이 필요한 상황이 올 것이라는 점, 그리고 접종 간격을 12주로 늘리면 변이 바이러스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결국 예고는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약 복용 환자는 백신 접종해도 되나?

고혈압·고지혈증·퇴행성 관절염·류머티스 환자를 위한 전문가 조언

고혈압 환자는 코로나19 감염 고위험군이므로 백신을 맞아야 한다. 고혈압약을 먹더라도 백신과 충돌해 효과가 떨어지거나 부작용이 늘어나지 않는다. 다만 백신 접종 2~3일 전부터 충분한 수면과 식사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접종 후 3일 동안은 무리하지 말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지혈증 환자는 스타틴이라는 콜레스테롤 저하제를 먹는다. 이 약을 먹는다고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퇴행성 관절염 환자는 비스테로이드 항염증제(NSAID)를 먹는다. 이 약은 백신 효과를 떨어뜨리지 않지만 이론적으로는 면역반응 정도를 낮출 수 있다. 따라서 약 복용을 중단했을 때 퇴행성 관절염 증상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일주일 정도 약을 끊었을 때 증상이 악화하지 않으면 단기간 복용을 중단하고 백신을 맞는 것이 좋다. 그러나 증상이 악화하면 약 복용을 중단하지 말아야 한다.

면역억제제를 먹는 류머티스 환자가 백신을 맞아도 될까. 대한류마티스학회는 지침을 마련했다. 특별한 금기증이 없으면 면역억제제 복용을 중단할 필요 없이 백신 주사를 맞아도 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접종 전 한 번쯤은 류머티스내과 전문의와 상담할 필요가 있다. 김 교수는 “스테로이드제는 항체 생성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류머티스 질환이 악화하지 않는 선까지 감량하는 것이 좋다. 그 외의 약물도 투약을 중단하거나 투약 시기를 조절할 필요가 있으므로 류머티스 환자는 백신 접종을 류머티스내과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임신부를 위한 접종 가이드라인 필요 

미국과 영국은 임신부에게 백신 접종 권고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에 임신부는 포함되지 않아 임신부에 대한 백신 접종 근거가 없다. 그런데 미국에서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들 가운데 임신부 2만~3만 명이 포함됐다. 1차 접종 대상자인 의료인 중 접종 후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이다. 이들을 조사한 결과, 조산·유산·사산·신생아 기형 등 백신 부작용은 없었다.

임신부에게서 항체가 생기면 태반을 통해 아이에게 전달돼 아이도 예방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현재 6개월 이하 신생아에게 백신 접종을 허용하는 국가는 없다. 6개월 이하 신생아는 오로지 엄마로부터 받은 항체로 코로나19를 방어한다. 미국과 영국 산부인과 의사들은 임신부에게 백신 접종을 권고하는 추세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 임신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이 아니다. 산부인과학회와 질병관리청이 임신부에 대한 백신 접종 논의를 진행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논의조차 안 되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또 다른 부작용 ‘모세혈관 누출증후군’

쇼크 오기 전에 수액·전해질·알부민 투여 필요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에 이어 모세혈관 누출증후군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새로운 부작용으로 확인됐다. 동맥과 정맥 사이에 있는 모세혈관에서 체액(알부민 등)이 새는 증상이다. 이 때문에 팔과 다리가 붓고 혈압이 떨어지며 혈액이 농축되고 저알부민혈증도 생긴다. 100만 명당 0.2명 미만으로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부작용이지만 쇼크로 위급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6월11일 모세혈관 누출증후군을 앓았던 사람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금기 대상으로 정했다. 김 교수는 “알레르기로 팔과 다리가 붓는 증상과 구분해야 한다. 또 수액뿐 아니라 전해질과 알부민을 투여해야 한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혈압이 떨어져 쇼크가 오면 치명적이므로 신속히 치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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