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ETN 투자로 원자재 위기를 기회로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7.01 12:00
  • 호수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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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_금융] 구리·석유·옥수수값 줄줄이 인상…원자재 기초자산 삼아 위험 줄여야

원자재 시장이 10년 만에 요동치고 있다. 6개월 사이 국제유가가 48% 상승했고, 구리 가격도 22% 올랐다. 가격 상승은 농산물까지 번져 옥수수 가격이 39% 올랐다. 원자재 가격이 이렇게 급등한 건 선진국을 중심으로 제조업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원자재 생산이 정상이 아닌 상태에서 제조업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가 늘어나다 보니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달러 약세도 원자재 가격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올해 달러 강세가 될 것이라 전망했었다. 미국 경제가 다른 선진국보다 강하고, 백신 접종에 의한 집단면역 도달 시점도 빠를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현실은 정반대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수준을 보여주는 달러인덱스가 90 부근에서 좀처럼 오르지 못하고 있다. 달러가 약세가 되자 시장에서는 2014년에 해당 지수가 70까지 떨어질 정도로 약해졌던 상황이 재연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왔다. 원자재는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 약세가 되면 생산업자는 적정 이윤을 확보하기 위해 가격을 올리게 된다. 최근에 그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인프라 투자 계획이 가시화되면서 원자재 수요가 늘어날 거란 기대감도 가격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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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월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초대형 인프라 투자와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EPA연합

원자재發 호황, ‘슈퍼사이클’ 될 가능성 낮아

수요가 늘어났지만 공급은 여전히 병목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남미 지역의 기상 악화로 구리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고, 코로나19로 인한 생산 중단으로 재고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가격 상승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OPEC+의 감산정책 지속도 석유 가격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시장에서는 2000년대 10년같이 슈퍼사이클이 진행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커졌다. 코로나19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은 시점에 원자재 가격 상승이 시작돼 단순한 수급 차질보다 구조적으로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경기 회복, 재정확대 정책, 유동성 증가,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그에 해당한다.

원자재 슈퍼사이클은 석유를 포함해 금속·농산물 등 많은 원자재가 오랜 시간 상승하는 상황을 말한다. 1890년 이후 네 번 있었는데, 한번 사이클이 시작되면 30년 가까이 이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지난 네 번째 사이클이 2016년 마무리됐으니까 지금은 한창 가격이 오르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상승이 예상보다 길게 이어질 거란 추론이 가능하다.

2000년대 원자재 가격 상승 요인을 살펴보면 향후 상황이 어떻게 될지 가늠해 볼 수 있다. 2000년대 10년은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이 본격적으로 세계 경제에 들어오던 때다. 당시 신흥국은 평균 경제성장률이 6%를 넘어 40년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었다. 신흥국 중에서 규모가 큰 중국과 인도의 경우 성장률이 10.5%와 6.6%였다. 당시 두 나라는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 전 세계 GDP 내 6분의 1을 차지하고 있었다. 2012년에 중국이 전 세계 에너지의 22%, 산업금속의 43%, 곡물의 23%를 소비했을 정도니 그 영향이 어땠을지 알 수 있다.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로 유동성 공급이 크게 늘어난 것도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과거에는 실제 사용 규모에 따라 원자재 가격이 결정됐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금융부문의 영향이 커졌다. 2002년 원자재시장에서 5~10% 정도 비중을 차지했던 단순 투자자금이 2012년에는 30% 이상으로 커진 게 대표적인 사례다.

지금은 2000년대와 같은 원자재 특수가 없다. 경기 회복은 코로나19의 반작용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경기 회복의 강도가 강하지 않아 미국 경제가 올해 7% 성장한 후 내년에는 3.3%로 성장이 둔화될 걸로 전망된다. 제조업 중심의 경기 회복이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리는 주역이지만, 제조업 경기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크게 뛰어넘을 정도로 강하지도 않다. 9월이면 선진국의 경기 부양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회복 강도가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이런 사실을 감안할 때 원자재 가격 상승이 슈퍼사이클로 발전하기는 힘들다. 그래도 원자재 수요가 1~2년은 더 유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높은 가격을 상당 기간 유지할 것이다. 하반기에 가장 신경 쓰고 있는 인플레와 관련해 원자재가 인플레 헤지 수단이 되는 만큼 당분간 원자재 수요가 줄어들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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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주유소 가격표ⓒ시사저널 이종현

코로나 고비 넘자마자 원자재 리스크?

원자재에 투자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해당 원자재를 직접 사고파는 방법이다.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는 뉴욕 상업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전 세계에서 거래되는 상품 중 가장 거래량이 많아 매매하기 쉽다. 석유를 포함한 상품 선물을 거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물회사에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증거금을 입금하면 모든 절차가 완료되며, 선물회사의 매매시스템을 이용해 거래한다.

상품 선물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보증금인 거래증거금이 있어야 한다. 중간에 가격이 변하더라도 결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보장하는 장치인데, 부동산 월세 계약을 맺을 때 일정 규모의 보증금을 내는 것과 같은 원리다. 시세 변동에 따라 증거금이 부족해지면 계약이 강제 정산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직접투자보다 많이 사용하는 게 원자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을 매매하는 방법이다. 간접적인 투자 형태로 주식처럼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이 변하며 증권시장에서 쉽게 사고팔 수 있어 편리하다.

는 여러 원자재 가격을 모아 하나의 지수로 만든 후 해당 지수를 사고파는 상품이고, ETN은 원자재 변동성을 기초자산으로 해 만기에 수익 지급을 약속한 증권이다. 채권과 원자재, 통화, 주식, 선물 등에 투자하기 때문에 해당 상품 가격이 오를 경우 수익률이 높아진다. 수수료 부담이 적고 매도할 경우 증권거래세 0.3%가 면제된다. ETN은 가격이 내려가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인버스 상품, 변동폭보다 훨씬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한 레버리지 상품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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