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천시, iH 특정감사 ‘헛발질’…처분요구서 문구 “조정될 여지 있어”
  • 이정용 인천본부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1.06.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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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사장, 외국인 전용 임대주택 매각 ‘책임자’로 몰려
“매각 결정권자는 마케팅본부장…경영회의 기록 공개해야”

인천시가 ‘송도웰카운티3단지 외국인 전용 임대주택 불법 매각’에 대한 특정감사를 진행하면서 이승우 인천도시공사(iH) 사장을 책임자로 몰려고 했다가 헛발질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 전용 임대주택 불법 매각의 최종 결정권자는 마케팅본부장이었는데, 사업개발본부장을 맡았던 이 사장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운 ‘특정감사 처분요구서’를 작성했기 때문이다.

이 바람에 이 사장은 최근 인천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가 주관한 업무보고에서 사퇴압박을 받기도 했다. iH노동조합은 “인천시 감사관실이 iH의 내부 규정도 모르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감사’를 진행했다”며 “경영회의 기록을 공개해 시시비비를 분명하게 가려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천시청사 전경. ⓒ인천시 제공
인천시청사 전경. ⓒ인천시 제공

‘경자법‧공특법 위반’…직원 2명 경고처분 요구

29일 시사저널이 단독으로 입수한 ‘iH 송도 외국인 전용 임대주택 매각 관련 특정감사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iH는 2017년 6월30일 입찰을 통해 외국인 전용 임대주택 120가구를 민간임대사업자에게 매각했다. 이는 2017년 1월25일 수립한 ‘리스크관리위원회 운영계획’에 따른 것이다.

매각대금은 2016년 감정가(554억3200만원)보다 7% 할인된 515억5200만원이다. 매각대금은 계약금(10%)과 잔금(90%)을 계약일로부터 5개월 이내에 납부하도록 했다. 당초 계약금(10%)과 중도금(60%), 잔금(30%)을 계약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납부하도록 했던 것을 완화했다.

하지만, 인천시 감사관실은 이 과정에서 iH가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경자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iH가 임대개시일로부터 10년간 매각할 수 없는 외국인 전용 임대주택을 매각했다는 것이다.

인천시 감사관실은 또 iH가 ‘공공주택 특별법(공특법)’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외국인 전용 임대주택을 공공주택임대사업자에게 매각하지 않고, 부당하게 민간임대사업자에게 매각했기 때문이다.    

인천시 감사관실은 iH가 외국인 전용 임대주택의 매매가격도 적정하지 않게 인하도 부적정하다고 봤다. 당초 매각예정가격의 5%를 낮춘 매입희망자가 있었기 때문에 좀 더 높은 가격에 매각할 수 있었는데도, 타당한 근거 없이 7%를 할인해줬다는 게 인천시 감사관실의 설명이다. 

이에 인천시 감사관실은 이 사장에게 기관 경고하고, 3급 직원 2명을 경고 처분하라고 요구했다. 또 주요 재산을 매각할 때 관련규정을 준수하고 제반 행정절차 등을 이행하라는 주의를 줬다.   

앞서 iH는 2016년 7월26일 ‘하반기 리스크 관리운영위원회 운영계획’을 수립하고, 그 해 안에 외국인 전용 임대주택 매각을 추진했다. 당시 iH는 2016년 6월 말 기준으로 자산이 2조9428억600만원에 불과했는데, 부채는 7조651억3600만원에 달했다. 부채비율이 무려 240.08%에 달한 셈이다.

인천시 감사관실은 처분요구서에 "주요 변경사항인 대금납부방법을 변경하면서 '경영회의'와 '재산심의회' 심의없이 사업개발본부장 전결로 방침을 결정한 후 입찰공고하여 매각하였다"며 '매각절차 이행 부적정'으로 지적했다. 그러나 대금납부방법은 iH의 사무규칙상 본부장 전결 사안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시 감사관실은 해당 문구에 대해"조정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처분요구서 갈무리.
인천시 감사관실은 처분요구서에 "주요 변경사항인 대금납부방법을 변경하면서 '경영회의'와 '재산심의회' 심의없이 사업개발본부장 전결로 방침을 결정한 후 입찰공고하여 매각하였다"며 '매각절차 이행 부적정'으로 지적했다. 그러나 대금납부방법은 iH의 사무규칙상 사업개발본부장의 전결 사안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시 감사관실은 해당 문구에 대해 "조정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정용 기자

“감사관실이 내부규정도 모르고 처분요구서 작성”

인천시 감사관실은 외국인 전용 임대주택을 매각하는 절차의 적정성도 지적했다. 주요 변경사항인 매각대금 납부 방법을 완화하면서 경영회의와 재산심의회 심의 없이 사업개발본부장의 전결로 방침을 결정한 후 입찰공고를 통해 매각했다고 꼬집었다. 당시 사업개발본부장은 이 사장이었다. 인천시 감사관실이 이 사장의 업무처리를 지적한 셈이다. 

이는 이 사장이 사퇴압박을 받게 되는 발단이 됐다. 박성민 인천시의원은 지난 16일 열린 건설교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외국인 전용 임대주택 매각을 둘러싼 이번 사태가 시장과 도시공사 직원들에게 부담이 된다면 임명직으로서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인천평화복지연대도 지난 14일 성명서를 통해 “외국인 전용 임대주택 불법 매각 의혹에 관해 당시 사업담당 본부장이었던 이승우 사장이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iH에서 외국인 전용 임대주택 매각을 결정할 수 있는 직위는 마케팅본부장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iH사장이 공석이었기 때문에 직제규정에 따라 마케팅본부장이 사장의 직무를 대행했다. 또 매각대금 납부 방법을 완화해 주는 것은 사업본부장의 전결 사항이었기 때문에 경영회의나 재산심의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장의 잘못이 없는 셈이다. 

iH노조 관계자는 “인천시 감사관실이 2017년 4월18일자 경영회의 자료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처분요구서를 작성했다는 의심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경찰이 내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사측에 경영회의 음성파일과 기록 등 모든 자료를 경찰에 제공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도 인천시 감사관실의 처분요구서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사장은 “외국인 전용 임대주택 매각 문제에 관여하거나 영향을 끼친 책임이 있다면 승계할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감사관실이 프레임과 의혹을 갖고 감사를 진행했다”며 “감사관실의 감사를 불신하다”고 말했다.

이에 인천시 감사관실 관계자는 “외국인 전용 임대주택 매각의 최종 책임자는 당시 마케팅본부장이 맞다”며 “처분요구서에 명시된 ‘이 사장이 전결로 처리해 매각했다’는 문구는 조정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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