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미국식 아마존보다  한국식 쿠팡 원한다
  •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전 한국유통학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7.05 08:00
  • 호수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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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와 소통 위해 ESG 경영관리체제 즉시 도입해야

쿠팡이 1주당 29배의 차등의결권이 보장되는 뉴욕증시에 직상장을 했다. 시가총액은 최소 50조원 이상으로 기대치는 100조원대에 이르고 있다. 한국의 아마존이 될 것이란 기대는 성공적이었다. 2010년 창업 이후 매출 규모가 현재 13조원이 넘는다. 적자도 5257억원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용자는 1485만 명이며 로켓와우 멤버십 가입자만 470만 명으로 전체 이용자의 32%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투자자들에게 쿠팡에 대한 미래의 기대치를 높였다. 공모가인 35달러에서 시작한 주가는 장 중 69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런데 주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상장 후 3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주가가 30달러 후반대로 떨어져 있다. 지금 쿠팡과 연관된 뉴스는 대다수가 부정적이다. 욱일기 상품 판매, 쿠팡이츠 ‘새우튀김 갑질 논란’, 근로자 과로사와 열악한 노동환경, 물류센터 화재 사건 등은 주가 하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신세계의 이베이코리아 인수와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의 로켓배송 등 경쟁구도 변화나 이커머스 관련 규제 강화 움직임 등도 쿠팡에 불리한 시장 환경이다.

6월24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관계자들이 ‘덕평물류센터 화재 사과 및 노조와 성실 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6월24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관계자들이 ‘덕평물류센터 화재 사과 및 노조와 성실 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쿠팡, 여전히 국민 정서 체감하지 못하고 있어

더욱이 최근 화재 사건 여파로 쿠팡 앱 사용자는 47만 명이 줄었다고 한다. 쿠팡 불매운동과 회원 탈퇴가 지속된다면 이용자 수는 급속히 줄어들 수도 있다. 주가는 그 기업의 명성과 미래 수익구조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다. 그럼에도 쿠팡의 뉴욕 주가가 30달러대 후반은 유지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쿠팡의 로켓배송이란 편의성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곧 정상적으로 회복될 것이란 점과 쿠팡을 지원하는 비전펀드 등 투자세력들이 주가를 끌어올려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오히려 지금이 저점이니만큼 투자해야 한다는 견해마저 있다. 게다가 김범석 쿠팡아이엔씨 이사회 의장의 아시아 진출 등 글로벌 경영 매진, 쿠팡의 지속적인 물류 및 배송시설 투자, 글로벌 소싱을 통한 최저가 가성비 유지, 고객에 대한 반품 서비스를 지속화하겠다는 고객 집착 경영도 주가 유지, 심지어 상승 기대감을 부추기는 요소로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쿠팡 주가가 감지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쿠팡에 대한 국민 정서다. 우선 쿠팡의 주인이 한국인이 아니란 점이다. 설립자인 김 의장은 미국인이고 대표 투자자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일본인이다. 게다가 김 의장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책임을 회피하고자 등기대표로서 회장 자리를 내놓았다는 보도도 있다. 물론 뉴욕 상장 때에도 적시된 정보이긴 하다. 산재 책임을 지는 대상을 명목상 대표로 보아야 하는지, 아니면 실질적인 경영 지배권을 갖고 있는 자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 법철학적 관점이나 윤리적 관점에서 볼 때 김 의장은 실제 경영권을 행사하는 권리를 갖고 있기에 그 책임과 비난을 피해 가기에는 명분이 약하다. 화재로 숨진 소방관 김 대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니 다행이긴 하다.

그러나 빈소에서 고인에 대한 비통한 심정과 사과, 국민에 대한 죄송함이 크게 전달된 것이 없다. 조문 관련 사진 한 장도 공개되지 않았다. 김 의장은 내부 임원회의나 투자자 설명회에서 자상하고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리는 영리한 경영자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데 왜 사회와의 소통과는 거리가 먼 것일까. 김 의장의 신비주의적 행동과 비밀스러운 경영 태도가 그 해답일 수 있다. 그렇다 보니 한국인의 정서에 다가옴이 없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쿠팡 조직 내 한국 직원들을 외국 이름으로 부른다는 것이다. 통역인들을 대동하면 외국인 임원들과 한국 임직원 간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음에도 이런 독특한 조직문화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외국인 최고 임원진의 관리적 편의성에 기인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쿠팡이 월급을 준다고 해서 부모가 만들어준 한국 이름을 바꾸어 부를 권리는 없다. 또한 쿠팡의 고객과 협력기업, 사회에 대한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 특히 고객에 대한 반품 지속화는 협력기업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불친절한 AS(애프터서비스)와 서비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 내규에 맞게 적법한 절차를 거쳤고 현행 규범체제에도 저촉이 안 된다는 무미건조한 대답이 돌아왔다. 자율적인 경영활동을 소비자의 욕구에 다 맞추어 서비스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소비자의 시간과 실망에 대한 감정 처리와 진정성 있는 사과가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이러한 서비스 행위가 담당자의 성격에 따라 달리 반응될 수도 있다. 다른 유통업체들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유발될 수도 있다. 왜 그럼 쿠팡에 대해서만 유독 한국 소비자들의 불만이 큰 것일까.

쿠팡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에 실망도 더 크게 나타났다. 뉴욕증시에서 성공한 쿠팡과 벼락부자가 된 김 의장은 한국 젊은이들의 우상이자 한국인의 자부심이었다. 쿠팡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물류 및 배송 시스템, 직매입, 로켓 당일 및 새벽배송, 유료회원제 로켓와우 멤버십, 쿠페이 원터치 결제 서비스 등 아마존의 모방이긴 했어도 특유의 혁신적 경영방식으로 한국 유통업계와 소비자들에게 이커머스란 신세계를 보여주었다. 한마디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게다가 인공지능을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과 이에 기반한 선진형 마케팅 관리 시스템, 일자리 창출 등은 유통산업과 국민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고객의 편의성에 집착하고, 환경을 생각하고 사회적 가치 창출에 집중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기업 쿠팡에 거는 희망은 아직도 살아있다. 쿠팡은 임직원의 인권 보호와 산재 관리 강화, 순직 소방관 유족에 대한 평생 지원과 인근 지역 주민들의 피해 보상도 약속한 바 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사후 대처와 개선을 약속하고 있다.

 

한국인 근로자 존중·소통 문화 만들어야

위기가 쿠팡의 개선과 변화를 만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부분들은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정상적으로 이행하지 못하면 기업에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경영계에 회자되고 있는 ESG 경영관리를 쿠팡에 제안한다. 뉴욕증시 상장 때 김 의장은 ESG 경영을 하겠다는 의지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신고 자료에도 적시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 사회와 소통하며 공헌하고 한국의 소비자들과 한국의 노동자들을 존중하고 소통하는 조직 구성원의 인식 개선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경영관리 및 조직문화를 기업 의사결정 시스템 안에 내재화해 주길 기대한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언급되는 쿠팡의 해명이 사실에 기인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한국인의 독특한 정서와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 한국 사회와 조화롭게 공생하기를 희망한다. 한국 소비자들은 쿠팡 없이도 살 수 있다. 우리는 미국 경영방식의 아마존이 아닌 한국 사회와 한국 소비자를 존중하는 한국의 쿠팡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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