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불패’와 ‘하우스 푸어’는 동전의 양면
  •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7.06 10:00
  • 호수 165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테크-부동산] 과거 대비 상승률보다 미래 집값 변화에 투자 초점 맞춰야

‘가격이 비싸다, 싸다’라는 판단은 주관적일 수 있다. 집값도 마찬가지다. 소득이 올라가고 보유 자산이 많다면 집값이 아무리 올라도 싸다고 느껴질 수 있다. 반면, 소득이 정체돼 있는데 가격만 올랐다면 집값이 비싸게 느껴질 수 있다. 집값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없을까.

최근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국내 부동산이 상당히 고평가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근거로는 위험선호 및 수익추구 강화 등으로 투기적 수요가 몰리고 그에 따른 과도한 자금 유입을 제시했다. 현재 가격에 대한 평가를 ‘얼마가 올랐다’ 혹은 ‘가계소득 대비 집값이 얼마다’라고 판단하지 않고 투기적 수요에서 찾은 것은 흥미로운 접근법이다.

일반적으로 가격에 대한 가치판단 기준은 과거다. 가격이 몇%만큼 상승했는지. 소득 대비 가격 비율, GDP 대비 가격 비율 등 과거를 기준으로 가격 수준을 판단한다. 그러나 미래를 대응하고 투자해야 하는 입장에서 과거는 말 그대로 과거일 뿐이다. 따라서 중요한 건 가격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가격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즉 미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미래 전망을 위해서는 현재 가격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다음 두 가지 상황을 가정해 보자. 현재 집값이 과거 대비 50% 상승했다. 첫 번째 상승 이유는 많은 사람의 소득이 증가하고 고용률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상황은 상승 이유가 저금리에 따른 대출 증가와 투자 목적에 따른 수요 증가다. 집값 상승률은 같은데 어느 쪽 집값이 비싸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6월27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 연합뉴스
6월27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 연합뉴스

집값 상승은 글로벌 현상…부작용 주목

코로나19로 인해 저금리 구조가 확산되면서 부동산 관련 대출이 최근 크게 늘어났다. 2021년 3월말 기준 주택 구입과 관련된 가계대출은 1198조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금융도 2000조원이 넘은 상황이다. 대출 증가와 함께 과거와 다른 20~30대 수요가 확대됐고 증여가 증가하면서 공급(매물)이 감소했다. 역대 최저금리, 역대 최고 증여, 역대 최대 20~30대 주택 수요 증가로 형성된 지금의 집값은 어떤 수준일까.

최근 발표된 자료(Financial Times, Oxford Economics)에 따르면 미국·스웨덴·캐나다·영국·중국 등 대다수 국가에서 집값이 지난해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올랐다. 심지어 고령화로 인해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일본과 이탈리아에서도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전 세계 집값이 유사하게 상승한 이유는 역사상 유례없는 저금리와 유동성 확대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문제는 단기간 빠른 집값 상승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가장 큰 부작용은 빈부 격차 확대다. 우리나라에서도 벼락거지로 이야기되는 부동산 격차가 커지면서 사회적 불만이 커지고 있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투자자들이 보유한 부동산 몰수를 요구하면서 세입자들이 거리에 나섰고, 미국에서는 42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임대료 체납 등으로 퇴거 위험에 직면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부동산 문제가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된 근본적 이유는 높은 가격 상승에 있다.

상승 이후 나타나기 시작한 부작용을 고려하면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집값이 버블이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용기(?)가 나지 않는다. 가격에 대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인과관계와 현재의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까지 올랐고 오늘이 가장 싸다’는 말로는 가격을 판단할 수 없는 이유다.

‘집은 사는(Live) 곳이지 사는(Buy) 것이 아니다’는 말을 듣곤 한다. 그러나 우리가 거주해야 하는 집도 스스로 만들지 못한다면 시장에서 사야(Buy) 한다. 시장 가격을 움직이는 건 집을 거주 목적으로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투자 목적으로 사고파는 사람들이다. 금리가 낮아지면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사고, 세금이 커지면 집을 파는 이유는 투자 목적으로 집을 거래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거주해야 하는 집을 살 때나 팔 때도 투자로 움직이는 가격에 대한 스스로의 판단이 필요하다.

6월24일 부동산적폐청산시민행동이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연합뉴스
6월24일 부동산적폐청산시민행동이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연합뉴스

투자 시장, 예측보다 판단과 대응이 중요

투자로 움직이는 시장에서 예측은 일기예보나 동전 던지기와는 다르다. 날씨 예측을 아무리 잘한다고 하더라도 예측이 날씨에 직접 영향을 못 미친다. 날씨는 그저 날씨대로 돌아간다.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은 다르다. 사람들의 예측에 따라 시장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 예를 들어 어떤 주식을 팔아야 한다고 예측하면 모든 사람이 동시에 이 주식을 팔려고 할 것이다. 반면 아무도 주식을 사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기존 예측은 쓸모가 없어진다. 그 결과, 예측은 거래자들이 돈을 벌게 도와주기보다는 오히려 그들의 손실을 키운다.

투자로 움직이는 시장은 이러한 되먹임 현상(feedback)으로 가득 차 있다. 되먹임은 매수 또는 매도 의사 결정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가격을 형성하고 또다시 새로운 되먹임을 낳는 식으로 반복된다. 이렇게 변화무쌍한 되먹임으로 움직이는 시장에서는 예측보다 현재에 대한 판단과 대응이 더욱 중요하다.

판단과 대응이라는 관점에서 현재 부동산 시장과 가격이 과열인지 아닌지를 가늠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가격 상승률 자체보다 왜 올랐는지, 그리고 지금 시장이 어떤 상황인지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0년 중반 부동산 가격이 크게 상승하던 시기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던 단어 중 하나가 불패였다. 그러나 이후 유행한 단어는 아이러니하게도 ‘하우스 푸어’ 였다.

부동산 정책과 규제가 또다시 변화하고 있다.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7월부터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 실시된다. 지방에서 일부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하고 있다.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서울 노후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고가 아파트가 고점보다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시장은 혼란스럽다. 누군가는 휘모리장단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쉬어 갈 때라고 한다. 그러나 중요한 건 예측이 아니다. 잘 대응하기 위해, 아니 잘살기 위해서는 지금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묻는다. 버블인가? 아닌가?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