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른 尹, 통합·법치·공정에 답해야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1.07.02 12:00
  • 호수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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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의 대의명분과 비전에서 尹의 위기 시작된다
‘반문’ 깃발 유효기간 예상보다 짧을 수도

공식적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정치인 윤석열’ 앞에는 이전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혹독한 검증과 견제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라는 ‘견장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분명한 비전과 실력으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별의 순간’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는 ‘반(反)문재인’을 대의명분으로 삼아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공정’과 ‘자유’ ‘법치’라는 가치를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그가 국민에게 제시할 비전의 핵심도, 위기를 돌파할 비단 주머니도 바로 이 세 가지에 담겨있을 가능성이 크다. 뒤집어 말하면 ‘대선주자 윤석열’이 넘어서야 할 가장 중요한 시험대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의 앞길에 놓인 세 가지 핵심적인 고비를 정리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월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공식적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월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공식적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 시사저널 박은숙

1. ‘反文’이란 대의명분의 유통기한

선거의 3요소는 ‘구도·인물·이슈’다. 여기서도 가장 중요한 게 바로 구도다. ‘대선주자 윤석열’은 구도를 ‘반문재인’으로 짰다. 윤 전 총장은 6월29일 대선 출마 기자회견 내내 문재인 정부를 강도 높게 공격했다. 문재인 정부는 독재정권이며, 정권과 이해관계로 얽힌 ‘소수 이권 카르텔’이 공정과 법치를 짓밟고 국민을 약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득주도성장·부동산·탈원전 정책을 “이 정권이 저지른 무도한 행태”라고 지목했다. ‘빼앗긴 주권’ ‘부패완판 대한민국’이라는 수위 높은 표현도 사용했다. 

‘대선주자 윤석열’로서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고도의 전략적 판단 없이 이런 메시지를 냈을 리 없다. 윤 전 총장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이들‘만’을 바라보고 기자회견을 했다. 이유는 확실하다. ‘검찰총장 윤석열’을 ‘대선주자 윤석열’로 끌어올린 것은 지지율이다. 그는 지지율로 정치권에 호출됐다. 그 지지율을 기반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도 잘 안다. 그의 앞날은 지지율에 달려있다. 그리고 그 지지율은 지금 정권교체를 바라는 ‘반문(反文)’ 세력이 결정한다. 이렇게 보면 그의 기자회견 내용과 표현은 충분히 합리적이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윤 전 총장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은 반문 정서가 투영된 지지율”이라면서 “그의 가장 큰 숙제는 이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이다. 지지율이 버텨줘야 다른 야권 주자들의 견제도 버텨내고 이겨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런 합리적 전략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단편적 분석만 해봐도 그렇다. 대선은 과거를 평가하는 회고적 투표와 집권 비전이 심판받는 전망적 투표라는 두 가지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 윤 전 총장이 반문이란 반사이익을 뛰어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 자신만의 비전과 청사진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살아있는 권력과 맞선 ‘검사 윤석열’이 아닌 국민에게 미래 비전을 선보여야 하는 ‘정치인 윤석열’의 실력이 검증받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반문’이란 구도의 유효기간이 예상보다 짧을 수 있는 이유는 세 사람 때문이다. 우선 내년 대선에 문 대통령은 빠진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도 6월30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는 대선정국에 관여해서도 안 되지만, 관여할 생각도 전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대선 이슈에서 주목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민주당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비주류다. 대표 비문(非文)이다. 이 지사는 당내 경선 전후 어떤 식으로든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이 지사가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확실히 하면서 동시에 정권 연장의 당위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면 지금 윤 전 총장의 ‘반문 구도’는 점차 힘을 잃게 될 수 있다. 최소한 국민 절반만을 공략하는 전략이 된다. 

반문 구도의 유통기한이 얼마나 지속될지를 결정할 핵심 주인공은 바로 윤 전 총장 자신이다. 윤 전 총장은 출마선언문에서 현 정부가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갈라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국민을 좌절과 분노에 빠지게 했다고 비판했다. 그렇게 그는 ‘큰 정치’와 ‘반문 빅텐트’를 내세운다. 그런데 여기엔 한 가지 중요한 점이 빠졌다. 바로 ‘통합’에 대한 답, 즉 ‘통합의 리더십’이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편을 가르는 적폐청산이 지긋지긋한 국민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리더십은 ‘어떻게 나라를 다시 하나로 묶어낼 것이냐’라는 통합의 리더십이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의 출마선언문에선 이런 대목을 찾을 수가 없다. 오히려 일각에선 그가 대통령이 되면 전임 정부에 대한 보복을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나라가 내 편 네 편으로 갈라져 좌절과 분노에 빠진 국민에겐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다. 대표적 보수언론인 조선일보조차 “그가 집권할 경우 ‘검찰 공화국’이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6월30일자 사설)”고 짚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윤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자신이 몸담았던 정부를 계속해서 ‘독재’ ‘반헌법적’이라고 공격했는데, 이건 어떤 국민들에겐 도의를 저버린 표현”이라고 꼬집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25일 청와대에서 당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25일 청와대에서 당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2. 법치 강조하더니 ‘내로남불’ 논란

윤 전 총장은 출마선언문에서 ‘법치’를 8번이나 말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가 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헌법의 근간인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내려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는 자유를 지키기 위한 것이고 자유는 정부의 권력 한계를 그어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는 진짜 민주주의가 아니고 독재요 전제”라고 했다. 

그런데 그는 정작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강조해온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원칙을 스스로 저버린 점을 해소하지 못했다. 전직 검찰총장으로서 스스로 권력의 한계를 그어 검찰의 자유를 왜 지켜주지 않는지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지 않았다. 대신 윤 전 총장은 검찰의 중립성 훼손 비판에 대해 ‘정권교체 열망’을 명분으로 방어막을 쳤다. 윤 전 총장은 그의 정치 직행이 검찰의 독립·중립을 훼손할 거란 질문에 “(검찰총장이 정치를 하지 않는) 관행은 의미 있다. (하지만) 절대적인 원칙은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법치와 상식을 되찾으라고 하는 여망을 제가 외면할 수 없고, 제 혼신을 다해서 이 일을 해야 된다는 그런 생각으로 정치에 참여하게 됐다. 국민이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이 문제는 결코 간단치 않다. 당장 윤 전 총장의 대선 출마로 재임 시절 진행한 수사가 정치적 야망 실현을 위해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낳게 만들었다. 더 큰 문제는 그가 스스로 했던 말이다. 윤 전 총장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왜 당신이 대통령이 돼야 하나’라는 질문에 “무너진 법치와 상식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그만큼 그에게 법치와 상식은 중요한 가치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그 법치에서 예외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발언도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윤 전 총장은 지난해 2월 전국지검장회의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생명과도 같다. 검사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은 부패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14개월 만에 스스로 검찰청법에 명시된 중립성의 원칙을 걷어차는 선택을 했다. 즉 그는 앞으로 ‘윤석열판 내로남불’ 논란을 뚫어내야 한다. 당장 윤 전 총장은 이어지는 언론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을 받으면서 “내로남불 아니냐”라는 말을 듣고 있다. 

또 하나의 숙제는 국민의힘 입당 문제다. 윤 전 총장은 지금 정권교체를 바라는 보수 지지층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 실망해 이탈한 여권 일부 지지자와 중도층의 지지도 함께 받고 있다. 높은 지지율의 비결이다. 그런데 이들 중 일부는 여전히 제1야당을 ‘헌정체제를 무너뜨렸던 정당’으로 본다. 최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탄핵의 강’을 건너겠다고 선언하면서 신뢰를 일부 회복하고 있지만, 이 점은 보수야당이 2016년 이후 전국 단위 선거에서 4연패한 결정적 이유였다. 전직 대통령을 수사하며 원칙과 법치를 강조했던 윤 전 총장이 제1야당 후보가 되는 순간 그가 내세웠던 가치는 내부로부터 허물어질 수 있다. 일부 지지층의 이탈도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 문제와 거리를 두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물론 시간은 벌 수 있다. 하지만 계속 피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와 아내를 고소·고발한 사업가 정대택씨 ⓒ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와 아내를 고소·고발한 사업가 정대택씨 ⓒ 연합뉴스

3. 윤석열의 공정은 과연 공정할까 

‘대선주자 윤석열’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은 ‘검찰총장 윤석열’에서 나온다. 그는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는 모습으로 반문의 확실한 아이콘이자 원칙과 소신을 중시하는 투사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검증의 시작은 뒤집어보기다. 윤 전 총장은 검사로서, 검찰총장으로서 늘 공명정대하게 수사에 임해 왔을까. 

윤 전 총장은 당장 자신과 가족, 측근을 두고 제기된 다양한 의혹에 대한 검증을 넘어서야 한다. 가장 먼저 넘어야 할 관문은 진행 중인 수사와 재판이다. 윤 전 총장은 장모 사건 등과 관련해 “법 집행은 국민이 납득하게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법 적용엔 예외가 있을 수 없다”며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현재 윤 전 총장 본인 및 가족·측근 관련 사건은 모두 7건이다. 이 수사·재판 결과는 ‘공정’이라는 깃발을 치켜든 윤 전 총장이 대권으로 가는 길 자체를 요동치게 만들 수도 있다. 

여기에 1994년부터 시작된 ‘검사 윤석열’의 모든 말과 행동도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검찰주의자로서 ‘검찰 무오류론’에 빠져있다는 공격에도 내몰릴 수 있다. 실제 ‘검찰총장 윤석열’은 검찰의 잘못에 대한 사과에 인색했다. 윤 전 총장은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 등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문무일 전 총장이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등에게 사과한 것과 비교된다. 무엇이 더 용기 있는 행동일까. 반면 윤 전 총장은 라임 사태와 관련한 ‘검사 술접대 의혹’을 제 식구 감싸기 식으로 처리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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