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윤석열, 두 불안한 선두주자의 대결 양상 [유창선의 시시비비]
  • 유창선 시사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7.05 10:00
  • 호수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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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조기 후보 선출이 이재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국민의힘, 윤석열과 플랜B 두 개의 카드 동시에 쥘 듯

여야 대선주자들의 출사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내년 3월 대선과 관련된 몇 가지 중요한 일들이 최근 이어졌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의 경선 일정이 확정돼 9월 상순께면 여당 후보가 정해지게 되었다. 남은 기간이 그리 길지 않음을 감안하면 현재 여당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여당 후보로 결정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음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지사는 7월1일 정식으로 출마를 선언하며 대세몰이에 나섰다.

그리고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사퇴가 있었다.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되는지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면서 감사원장직을 사퇴한 그는 조만간 야권의 대선후보 경쟁에 뛰어들 것이 확실시된다. 그의 경우는 국민의힘 입당을 통해 일단 제1야당 후보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할 가능성이 커 보이는데, 5% 지지율을 넘는 대선주자의 기근에 시달리는 국민의힘 경선 판도에 적지 않은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으로서는 홍준표·유승민·원희룡 등 기존 주자들에 최재형이 가세할 경우 비관적이었던 경선 흥행에 돌파구가 열리고, 윤석열이 조기 입당하지 않더라도 자기 당 후보의 경쟁력에 희망을 걸어봄 직한 상황이 되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 시사저널 박은숙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 시사저널 박은숙

두 후보 모두 안정된 대통령감으로 인정 못 받아

무엇보다 관심을 모은 것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출마선언이었다. 그는 출마선언을 통해 야권의 연대를 통한 정권교체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석열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든, 아니면 야권 후보 단일화 방식을 택하든, 국민의힘과 힘을 모으겠다는 입장은 확인한 셈이다. 야권으로서는 문재인 정부에 몸담았던 거물급 인사들이 야권 대선주자로 등판함에 따라 정권교체를 위한 인물난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이제 관심은 내년 3월 대선이 현재의 흐름대로 ‘이재명 대 윤석열’의 대결로 치러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일단 민주당의 경우는 이재명의 후보 선출이 유력해 보인다. 두 달밖에 남지 않은 민주당의 경선 일정을 생각하면 이낙연·정세균·추미애·박용진·이광재 등이 이재명을 추월할 계기를 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재명 비토 정서가 강했던 ‘친문’ 쪽에서도 막상 대안 부재 상황이라 이재명의 독주를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그렇다고 비(非)이재명 주자들이 반(反)이재명을 내걸고 연대하는 것도 명분이 궁색해 방법이 되기 어렵다. 이재명에 대한 불안, 즉 문재인 대통령을 배신할지 모른다는 우려, 후보 확정 뒤 추락 위험이 있는 불안한 인물이라는 우려에도 이재명을 이길 다른 대안이 없는 것이 당내 친문들의 상황이다.

하지만 예선을 비교적 순조롭게 통과하더라도 이재명의 앞길이 그리 순탄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 그가 민심이반의 한복판에 있는 집권당 후보라는 사실은 최대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밖에 없다. 근래 들어 이재명을 박스권 지지율에 갇히게 만들었던 것도 민주당 주자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이었다. 또한 불안한 후보라는 일각의 시선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도 그에게는 만만치 않은 숙제가 될 것이다. 그를 따라다니고 있는 급진 포퓰리스트라는 시선, 자신에 대한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 독선적 리더십이라는 우려를 넘어서 신뢰할 수 있는 안정된 대통령감으로 인정받는 일이 본선에서 중요하게 될 것이다.

야권의 경우는 윤석열의 독주에도 아직은 후보 윤곽의 가변성을 배제할 수 없는 단계라 할 수 있다. 부동의 선두 자리를 지켜왔던 윤석열이 앞으로 정치인으로서 본격적인 검증의 관문을 어떻게 통과할 수 있을 것인가를 지켜봐야 할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29일 있었던 윤석열의 출마선언은 그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보여주었다. 윤석열은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고 정권교체를 역설하는 격정의 얘기들을 쏟아냈지만, 국민의힘을 넘어서는 새로운 의제나 화두는 내놓지 못했다.

앞으로 윤석열이 국민의힘 지지층뿐 아니라 중도층과 탈(脫)진보층까지 껴안을 확장성을 목표로 한다면, 진영의 정치를 넘어선 자신만의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근본적 과제가 될 것이다. 그가 중도-탈진보층까지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과 콘텐츠를 보여 압도적 우위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야권의 후보 경쟁도 언제든 혼전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 윤석열이 검증의 터널을 통과하고서도 높은 지지율을 지킬 때까지, 국민의힘으로서는 윤석열 카드와 ‘플랜B’를 동시에 쥐고 가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네거티브로는 절대 민심 얻을 수 없어

현재의 대선 구도가 드러내는 특징은 여야 선두주자들이 내년 3월을 장담하기 어려울 정도의 불안함을 각기 안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여야의 경선 일정 차이도 이번 대선의 숨겨진 변수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은 이재명계와 비이재명계가 극심한 갈등을 빚었던 경선 일정을 현행 당헌·당규대로 진행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9월 상순께 대선후보를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송영길 지도부가 이 같은 일정을 고수한 것은 원칙을 지킨다는 측면은 있지만, 조기 후보 선출에 따른 부담이 생겨날 가능성은 상당히 있다.

민주당과는 달리 야권은 통합경선이든, 2단계에 걸친 후보 단일화든, 최종 단일후보 확정이 상당히 늦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물론 그러한 일정 차이에 따른 유불리를 하나로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아무래도 단일후보 확정 때까지 오랫동안 여러 카드를 갖고 국민의 시선을 모아나갈 야권에 유리할 가능성이 크다.  

대선정국이 본격 개막하는 시점에서의 한 가지 소망은, 이번 대선이 네거티브로 점철되는 선거판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지난 4·7 재보선은 대한민국의 제1, 제2 도시에서 치러진 선거임에도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가 되고 말았다. ‘생태탕 선거’라는 이름은 그런 우리 선거의 부끄러운 장면을 말해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4·7 선거 결과는 그런 네거티브로는 민심을 얻을 수 없음도 보여주었다. 물론 대통령 후보의 신상·도덕성·정책 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검증이라는 양의 머리를 내걸고 흑색선전이라는 개고기를 파는 구태가 재연돼서는 안 될 일이다. 벌써부터 ‘삐라’를 방불케 하는 출처불명의 온갖 흑색선전이 선거판에 난무하고 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민심을 얻을 수 없는 자가 네거티브에 목을 매고 승부를 걸게 된다는 것.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다. 2022년 대선을 20세기 선거로 돌리려는 낡은 행태는 유권자들이 심판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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