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건설 품에 안긴 대우건설, 재입찰에 부쳐진 까닭은?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1.07.05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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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가격 놓고 중흥건설 수정요청
KDBI “인수 불발 날라” 재입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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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이 재입찰 끝에 본입찰 승자인 중흥건설 품에 안기게 됐다. 인수가는 지난달 본입찰 당시 제시한 2조3000억원보다 2000억원 낮아진 2조1000억원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재입찰을 대단히 이례적인 일로 평가하며 그 배경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대우건설 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는 5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재입찰에서 2조1000억원을 써낸 중흥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중흥건설의 경쟁 인수 후보이던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은 약 2조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대우건설의 재입찰은 대단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제시된 인수가격이 낮아서가 아닌, 높아서 재입찰을 진행하는 경우는 전례에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본입찰에서 중흥건설과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은 각각 2조3000억원과 1조8000억원 써냈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중흥건설의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이런 가운데 KDB인베스트먼트는 돌연 재입찰 결정을 내렸다. 당장 대우건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 회사 노조 관계자는 “중흥건설이 입찰가를 높게 썼다는 이유로 재입찰을 진행한다고 한다”며 “이런 상식 밖의 결정이야말로 특정 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밀실·특혜 매각”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국민청원도 제기됐다. 청원인은 대우건설의 졸속 매각을 지적하며 특혜 매각 의혹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그는 “재입찰은 명백한 입찰 방해이자 특정 업체를 밀어주는 배임죄에 해당할 것”이라며 “국가 자산을 매각하는 정책금융기관이 본인들의 이익만을 위해 전 국민을 기만하고, 대우건설 임직원을 사지로 몰아넣는 파렴치한 행위”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대우건설이 재입찰에 부쳐진 까닭은 뭘까. KDB인베스트먼트는 지난달 29일 중흥건설이 인수조건을 바꿔 달라고 요구하면서 재입찰을 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중흥건설이 인수조건 수정요청을 한 건 인수 가격 때문이다. 당초 대우건설 인수가로 2조원 전후를 고려했으나, 경쟁사인 호반건설이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2조3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결국 호반건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중흥건설은 DS네트웍스 컨소시엄보다 5000억원이나 높은 가격을 써낸 상황이 됐다. 이에 중흥건설은 정창선 회장의 주도로 KDBI인베스트먼트에 수정요청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KDBI인베스트먼트가 중흥건설의 수정요청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가격을 제시하도록 한 건 인수 불발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결정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중흥건설은 향후 약 500억원의 입찰 보증금 내야 한다. 인수금에 포함되는 입찰 보증금은 인수 불발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후 중흥건설은 KDBI인베스트먼트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한 달여간 상세실사를 거쳐 본계약을 맺을 전망이다.

한편, 중흥건설이 대우건설을 품에 안으면 재계 순위가 크게 오르게 된다. 중흥그룹은 자산총액은 9조2070억원 규모로 현재 재계 47위에 랭크돼 있다. 이런 가운데 대우건설이 계열사로 합류하면 중흥건설의 자산총액은 19조540억원으로 증가, 재계 순위 20위권에 진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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