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노 파업에 브레이크 걸린 완성차업계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1.07.0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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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화된 파업…현대차‧한국지엠 파업 초읽기
‘파업 리스크’에 외국계 기업은 한국 철수 고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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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업계에서 도미노 파업이 예고되고 있다.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을 놓고 노사가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결과다. 노조가 파업에 나설 경우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게 경영계의 주장이다.

현대자동차와 한국지엠은 현재 파업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지난 7일 찬반투표 결과 재적 인원 73.8%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 5일 파업 찬반투표 결과 조합원 76.5%의 동의를 얻었다. 지난해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한 르노삼성은 이미 올해 초부터 여러 차례 파업을 벌이며 사측과 줄다리기를 이어오고 있다.

현대차는 이미 세계 자동차업계 반도체 수급난으로 올해 상반기에 7만 대에 달하는 생산 차질을 겪은 바 있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경직이 점차 풀리고 있어 각각 트레일블레이저와 XM3 등 수출 차종 생산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상황이다.

완성차업계는 ‘파업 리스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파업 없이 지나가는 해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실제 현대차‧기아차‧쌍용차‧르노삼성‧한국GM 등 완성차 5사 가운데 쌍용차를 제외한 나머지 4개사 노조는 지난 10년간 임단협을 무분규로 타결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특히 기아차 노조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파업을 진행했다. 올해는 아직 파업과 관련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임단협 결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기아차 노조가 사측과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올해도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기아차는 ‘11년 연속 파업’이라는 신기록을 쓰게 된다.

현대차 노조도 2012년부터 2018년까지 7년 연속 파업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2019년과 지난해 임단협이 파업 없이 지나가면서 한때 현대차 안팎에선 향후 무분규 행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 달리 현대차 노조는 올해 교섭 초부터 사측에 파업 카드를 내밀었다.

또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 10년 동안 2014년과 2015년, 2018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파업을 단행했다. 르노삼성 노조는 경영난에 빠진 2015년부터 3년 동안 무분규로 교섭을 타결했지만, 2018년부터 다시 파업을 재개했다.

쌍용차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파업으로부터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현재의 상황은 파업을 하지 않은 것보다 하지 못한 것에 가깝다. 2009년 이른바 ‘쌍용차 사태’ 이후 지속적인 경영난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특히 쌍용차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는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논의까지 이뤄지고 있어 파업은 생각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관행화된 완성차업계의 파업은 국내 기업에겐 매년 반복되는 익숙한 풍경이다. 하지만 외국계 기업에게는 다르다. ‘노조 리스크’ 때문에 한국 철수를 고려할 정도다. 실제 한국GM의 모기업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 2018년 군산공장을 폐쇄하고 한국 철수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대량실직 위기에 직면한 노조는 그해 자구안을 포함한 합의서에 서명했다.

르노삼성도 철수를 암시한 바 있다. 르노그룹 제조·공급 총괄 임원인 호세 비센트 드 로스 모조스 부회장은 지난 2월 부산공장의 노사 갈등과 관련해 “부산공장 임직원들을 믿고 XM3 생산을 결정했지만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부산공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새로운 방법을 찾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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