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유재석·아이유도 당했다...기부천사 날개꺾는 공익법인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1.08.15 10:00
  • 호수 1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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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한국가이드스타 공동기획] 연예인 통 큰 기부 무색하게 하는 ‘불성실 공시’ 천태만상

유재석, 아이유, 그리고 BTS. 모두 ‘기부천사’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이 지금까지 사회를 위해 내놓았다고 알려진 금액만 수십억원에 이른다. 특히 코로나19로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심각해진 지난해에 연예인들의 기부는 한 줄기 빛이 됐다. 게다가 팬들도 십시일반 모금에 나서면서 기부금이 불어났다. 이와 같은 ‘팬덤 기부’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꼽은 2021년 기부 트렌드 중 하나다.

그런데 연예인들의 잇따른 기부에 한 가지 궁금증도 제기된다. 거금을 쾌척했다는 소식은 어떻게든 전해지고 있지만, 그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는 잘 알려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의 기부금이 목적과 다르게 지출된다면 그들의 선행은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기부에 동참한 팬들로서도 상실감이 클 게 뻔하다.

ⓒ시사저널 박정훈·연합뉴스·뉴시스
ⓒ시사저널 박정훈·연합뉴스·뉴시스

BTS 1억 기부처, 기부금 용처 ‘퉁’쳤다

시사저널은 한국가이드스타(이사장 최중경)와 함께 기부천사 연예인들이 최근 3년간 후원금을 낸 공익법인의 2021년 국세청 공시 회계자료(회계연도 2020년)를 분석했다. 국내 유일의 공익법인 감시재단인 한국가이드스타는 비영리단체 평가지표를 개발해 효율성, 책무성, 투명성 등을 매년 분석하고 있다. 본지는 분석 대상 법인 중 공시 상태가 관련법(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규칙에 어긋나는 사례에 주목했다. 다만 각 법인 홈페이지에 따로 자세하게 공시한 경우는 제외했다.

우선 BTS는 기부를 통해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아이돌이다. 멤버 지민의 경우 지난해 7월 전남미래교육재단에 장학기금 1억원을 쾌척했다. 지민은 부산 출신으로 그간 모교와 부산교육청 등에 꾸준히 기부해 왔다. 이번 기부는 고향이 아닌 지역에 기부한 것이라 더 큰 울림을 가져왔다. 전남미래교육재단은 지민의 장학금으로 3년간 예술 분야 인재 육성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재단은 전라남도가 지역사회 발전과 장학사업을 위해 설립했다.

실제 재단은 2021년 공시자료를 통해 기부금 지출액 7억4400만원 전액을 ‘장학금 지급’에 썼다고 밝혔다. 수혜 인원은 총 521명이다. 1명당 평균 약 142만원을 받았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 구체적인 내역은 확인할 수 없다. 관련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올해 공시부터 수혜 금액이 100만원을 넘을 경우 개별 수혜자의 이름을 모두 적어야 한다.

재단은 지난해 공시자료에도 장학금 지급의 세부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재단을 관리하는 전남 무안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감추려는 의도는 없다”며 “잘못됐다면 당연히 수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학금은 목적에 맞게 제대로 지급됐다”고 강조했다.

❶ 전남미래교육재단 공시자료. 기부금 개별 수혜자의 이름을 모두 적지 않았다. ❷ 한국소아암재단 공시자료. 이사진 중 두 사람이 특수관계에 있어 법적 기준을 초과했다.ⓒ국세청 홈택스
❸ 지파운데이션 공시자료. 기부금 수혜자 명단에 비상임 이사의 이름이 다수 등장한다.ⓒ국세청 홈택스

유재석 1억 기부처, 임원 개인 통장에 송금

방송인 유재석은 ‘미담 자판기’로 불린다. 꾸준한 기부로 연예계 안팎에서 칭찬이 자자하다. 그는 국제개발협력 비정부단체 지파운데이션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5000만원을 기부했다. 그런데 이 단체의 기부금 지출 내역에서 이상한 정황이 발견됐다.

지파운데이션은 2019년 에티오피아의 정아무개씨에게 5385만원을 지급했다. 지난해에도 정씨에게 29차례에 걸쳐 969만원을 보냈다. 총 6354만원의 기부금이 정씨에게 전달됐다. 정씨는 지파운데이션의 비상임 이사다. 즉 해외에 거주하는 임원의 개인 통장으로 공적 기부금이 들어간 것이다.

이에 대해 지파운데이션 고위 관계자는 “에티오피아에서 국제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현지법인 등록이 안 돼 이사에게 돈을 맡긴 것”이라며 “돈은 빈곤가정과 아동교육 지원을 위해 적절히 쓰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후원자들도 동의했고, 집행 내역을 입증할 자료도 있다”고 덧붙였다.

가이드스타 측은 “정씨와 같은 비상임 이사는 보수를 지급받을 수 없고, 사업비로 썼다 할지라도 이사 개인 통장을 거쳐 집행하는 건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서울국세청 관계자는 “기부금을 개인적 목적으로 썼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2016년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설립된 지파운데이션은 외교부로부터 인가를 받아 운영되고 있다.

유재석은 지난해 말 연탄은행에도 5000만원을 기부했다. 그는 2013년 MBC 《무한도전》을 통해 연탄은행과 인연을 맺은 뒤 매년 기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유재석이 연탄은행에 전달한 총 금액은 4억8000만원으로 알려졌다. 연탄은행은 취약계층 연탄지급 사업을 비롯해 무료급식, 주거지원, 장학사업 등을 병행하고 있다.

좋은 취지임에도 회계자료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발견된다. 연탄은행(법인명 밥상공동체복지재단)은 2021년 기부금품 지출 명세서에 지출액 40억4500만원의 사용 목적을 모두 ‘고유목적사업’으로 기재했다. 정관에 기재된 연탄은행의 목적사업은 연탄은행 운영을 포함해 9가지에 이른다. 가이드스타 측은 “지출 목적이 구체적이지 않아 어떤 내용에 기부금을 썼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작년에 가이드스타로부터 별점 만점을 받은 열매나눔재단은 기부금 지출 목적을 ‘취약계층지원사업’ ‘북한이탈주민지원사업’ ‘모금개발사업’ 등 세부적으로 공시했다. 열매나눔재단은 밥상공동체복지재단과 같은 사회복지법인이지만 자산과 수익금 규모가 더 적다.

연탄은행의 2020년 기부금품 지출 명세서는 더욱 불확실하다. 지급 총액인 27억7100만원 중 90%에 가까운 24억8500만을 ‘고유목적사업 및 관리운영비’라는 단 하나의 목적으로 썼다고 공시했다. 이 돈의 지급처는 ‘원주시 외’가 전부였다. 더군다나 유재석이 지금까지 4억원이 넘는 돈을 쾌척했음에도 기부자 명단에 한 번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관련법 시행규칙은 매년 기부자의 이름 또는 사업자명과 기부액을 적도록 규정하고 있다. 연탄은행 관계자는 “기부자 명단의 작성 규칙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며 “재공시 명령이 떨어지면 당연히 그에 따를 것”이라고 했다.

2017년 아이유 팬클럽 ‘유애나’의 벽화 봉사ⓒ페이브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유 2억 기부처, 가산세 대상인데 부과 안 돼

가수 아이유는 ‘선행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누적 기부금만 25억원이 넘는다. 아이유는 작년에만 5차례 기부했는데, 이 가운데 주요 기부처가 한국소아암재단이다. 아이유는 2019~20년 이곳에 5000만원을 매년 후원했다. 또 올 5월에도 자신의 생일에 맞춰 1억원을 전달했다.

소아암재단은 연예인들의 기부처로 자주 거론되는 곳이다. 개그맨 박성광, 배우 오지호·홍수아, 가수 정동원·산다라박 등이 현금 또는 물품을 기부했다. 지난해 자산 총액은 33억여원, 수익금은 18억원이 넘는다. 일정 규모 이상이라 외부 감사 대상이다. 그럼에도 공시자료에 미흡한 점을 남겼다.

일단 수익금 세부현황 중 ‘개인기부금품’ 항목이 0원으로 기재돼 있었다. 아이유를 비롯한 많은 연예인의 기부 사실이 공공연히 알려져 있는데 이를 반영하지 않은 셈이다. 불성실 공시로 판단되는 부분이다. 또 기부금품 지출 명세서에는 모든 지출 목적이 ‘사업’ ‘운영’ ‘모집’ 등 세 가지로만 구분돼 있었다. 일례로 서점, 꽃가게, 개인용달, 가발 제작업체 등에 돈을 쓰고 ‘사업’ 목적으로 기재했다. 

소아암재단 관계자는 “물품을 후원받아 전달하거나 목적사업을 위한 운송에 돈을 써서 그렇게 표기한 것”이라며 “세무사가 통합해 업로드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재단은 홈페이지에 따로 기부금 지출 내역을 표와 그래프로 만들어 올려놓긴 했다. 그러나 확인 가능한 부분은 후원자 숫자와 환아치료비, 일반관리비, 쉼터설립기금 등 7가지 지출 항목 각각의 총액이 전부였다.

소아암재단의 이사진 구성에서도 논란의 소지가 있는 대목이 발견됐다. 이사장을 비롯해 7명의 이사 중 출연자 또는 다른 이사와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이 2명 있었다. 이는 공익법인법에서 정한 ‘특수관계인은 이사 현원의 5분의 1 초과 금지’ 규정을 어긴 것으로, 가산세 부과 대상이다. 재단 관계자는 “확인 결과 모자(母字) 관계 이사진이 2명 있다”며 “지금까지 가산세를 안 냈는데 납부해야 한다면 밀린 것까지 모두 내겠다”고 밝혔다. 국세청 관계자는 “특수관계에 있는 이사진이 인건비 등을 받았다면 가산세를 징수한다”고 설명했다.

 

"현명한 기부가 공익법인 투명성 제고할 것"

박두준 가이드스타 연구위원은 “공익법인의 불성실한 회계 공시가 기부자의 잘못은 아니다”며 “처음부터 고액을 기부할 때 회계사를 통해 공시자료를 꼼꼼히 살펴보고 기부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고액 기부자가 공익법인으로부터 기부금 사용 계획서를 받고 결과 보고서를 공개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부자의 현명한 기부가 압력으로 작용해 공익법인의 투명성 개선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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