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투자시장에는 악재?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ls@sisajournal.com)
  • 승인 2021.10.27 12:00
  • 호수 1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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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 정상화로 자산 버블 걱정할 상황
주식투자, 지수보다 업종에 주목해야

위드 코로나의 원조는 영국이다. 지난 7월19일 정책을 바꿨는데 당시 영국의 백신 1회 접종률과 접종 완료율은 각각 69.5%, 54.4%였다. 10월 중순 현재 우리나라의 해당 수치가 78%와 64%이니, 우리도 위드 코로나 정책을 펴는 데 문제가 없는 상태다.

그동안 영국 주식시장은 사회적 거리 두기와 같이 움직였다. 방역정책이 완화되면 주가가 올라갔다가, 확진자 발생이 늘어나면 떨어지는 형태였다. 이 추세는 백신 접종이 본격화돼 방역 단계가 낮아진 상반기에 더 뚜렷이 나타났다.

다른 나라 주식시장도 영국과 비슷한 형태였지만 나라에 따라 등락률에 차이가 있었다. 코로나19의 영향을 많이 받은 업종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반응이 달랐는데,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나라는 위드 코로나가 되면서 주가가 오르지만, 제조업 비중이 높은 나라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정보통신(IT)을 비롯한 언택트 산업 발전 정도도 코로나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거르는 역할을 했다. 미국이 대표적인 예다. 미국의 경우 경제 전체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만, 아마존과 구글, 페이스북 등 언택트를 주도하는 세계적 기업을 보유하고 있어 주가가 올랐다.

ⓒ연합뉴스
정부가 11월부터 위드 코로나 정책을 단계별로 시행한다고 발표하면서 투자전략 역시 다시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연합뉴스

나라별로 주식시장 등락률 차이 왜 나나

정부가 11월부터 위드 코로나 정책을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사회적으로 긍정적 분위기가 나오고 있지만, 주식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우리 주식시장은 거리 두기를 강화해도 반응하지 않았다. 시가총액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기 때문이다.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2%로, 제조업 비중 68%와 차이가 크다.

위드 코로나가 주가에 선반영된 것도 영향력을 줄이는 역할을 했다. 코스피는 작년 3월 팬데믹과 함께 크게 하락했다 원상을 회복한 후, 연말에는 감염병 발생 이전보다 50% 이상 높아졌다. 코로나19로 인한 주가 하락이 단기에 그쳤던 것이다. 올해 감염병 재확산으로 거리 두기가 몇 차례 강화됐고, 8월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거리 두기가 4단계까지 격상됐지만 주가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코스피가 조금 하락하긴 했지만, 코로나19 확산보다는 높은 주가에 대한 부담과 경기둔화 우려가 주가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업종동향을 봐도 비슷한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여행과 레저산업이 코로나19로 타격을 가장 크게 본 업종이지만, 주가가 이미 코로나19 이전 고점을 뛰어넘었기 때문에 질병의 영향에서 벗어난 상태라고 보는 게 맞다.

이런 사실을 감안할 때 위드 코로나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지수보다 업종에 국한될 것으로 보인다. 5월부터 국내 소매판매 감소가 뚜렷해졌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영향을 받아서다. 품목별로는 자동차를 포함한 내구소비재와 화장품 등 생활필수품의 소비 감소가 두드러졌다. 또 하나는 음식과 숙박업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영향으로 7월 매출액이 6월보다 7.5% 줄어들었다.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 영향을 크게 받은 업종이니만큼 위드 코로나의 혜택을 많이 받을 가능성이 크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는 정책이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만 주는 건 아니다. 그 이상의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는데, 가장 큰 문제는 통화정책 정상화다. 작년에 팬데믹이 선언되자 많은 나라가 금리를 낮추고, 유동성 풀기에 나섰다. 작년 3월부터 1년간 전 세계에 36조 달러의 돈이 풀렸는데, 이 정도 돈이면 사람들이 일을 안 해도 경제를 꾸려가는 데 문제가 없을 수준이다. 이렇게 공급된 유동성 중 상당부분이 실물경제를 일으키는 데 쓰였지만, 그 이상의 돈이 자산시장으로 들어왔다. 그 결과 8월에 미국의 주택가격 상승률이 19.6%까지 치솟았다. 우리나라도 2년간 10% 넘는 집값 상승을 기록하고 있다. 유럽 선진국도 사정이 비슷하다. 특히 주식시장의 경우 코로나19 발생 직후 저점에 비해 코스피가 110%, 미국 시장도 배 이상 올랐다. 자산 버블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한 나라의 자산 버블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 국내총생산(GDP)과 가계순자산을 비교하는 것이다. 가계순자산은 가계가 가지고 있는 부동산, 주식, 예금 등의 가치에서 해당 자산을 사기 위해 빌린 돈을 뺀 것으로, 이 수치가 높으면 자산 버블 정도가 심하다고 판단한다. 현재 미국의 해당 수치는 620%다. 과거에는 해당 수치가 100% 높아지는 데 23~24년 정도 걸렸다. 작년에는 한 해 사이에 100% 넘게 올랐다. 자산 버블 정도가 심한 걸 부인할 수는 없다.

 

국내외 자산 버블 심각한 수준

자산 버블을 만든 주범은 작년에 집중 공급된 유동성과 금리 인하인데, 위드 코로나가 시행되면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할 명분이 사라진다. 지금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정부가 높은 부동산 가격 때문에 엄청난 정치적 압력을 받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 필사적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을 수밖에 없는데, 금리를 빨리 올리고 유동성을 크게 줄일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이후 상승을 이끌어온 동력이 위드 코로나로 사라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 8월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했다. 11월에 또 한 차례 인상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에 연말에 우리 기준금리가 1%를 회복할 걸로 보인다. 내년에도 대선 이전에 금리를 한 번 더 올려 1.25%를 만들고, 연말에는 금리를 2%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유동성 공급을 막는 정도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미 공급된 유동성을 줄이는 작업에 들어갈 것이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수준이 높아서인데, 현재 GDP 대비 국내 가계부채 비율은 105%로 세계 3위에 올라있다. 정부는 지금 가계부채 증가를 제어하지 않으면 앞으로 금융위기를 비롯한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작년 자산가격 상승의 시발점은 코로나19였다. 많은 사람이 시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했던 재료가 거꾸로 최고 상황을 만드는 힘이 됐는데, 위드 코로나는 그 반대다.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현재의 자산가격을 어떻게 보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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