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왜 포항을 파트너로 선택했을까
  • 최관호 영남본부 기자 (sisa523@sisajournal.com)
  • 승인 2021.11.01 12:25
  • 호수 1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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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연구 인프라와 미래 산업생태계 선제적으로 조성
25개 지자체 뛰어든 애플 유치전에서 포항이 최종 승리

경북 포항시가 ‘3대 핵심 신산업’을 선점했다. 바이오산업과 배터리, 수소연료전지다. 미국 보호무역과 중국 저가 철강 제품의 수입 등으로 인한 철강산업 위기를 모두 신산업으로 타개하겠다는 게 포항시의 구상이다. 때맞춰 세계적인 IT 기업인 애플의 투자도 유치했다. 다양한 연구 인프라와 미래 산업생태계를 선제적으로 조성한 덕분이다. 국내 철강산업의 메카인 포항은 ‘3대 핵심 신산업’이 지역 미래 신성장동력의 한 축이 될 것으로 보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바이오오픈이노베이션센터ⓒ포항시
바이오오픈이노베이션센터 전경ⓒ포항시

바이오산업·배터리·수소연료전지 신산업 선점

포항시의 바이오산업 관련 인프라 구축 성과가 우선 눈에 띈다. 바이오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 지원하기 위해 ‘2020년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한 시설 설치 및 운영 조례’를 제정했다. 산업 성장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면서 바이오산업 인프라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포항시는 지난 9월29일 바이오산업 핵심 인프라인 세포막단백질연구소를 준공했다. 식물백신 생산을 위한 기반시설과 식물백신 개발 중소·벤처기업을 지원·육성하기 위한 그린백신실증지원센터 준공도 목전에 두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K바이오 랩허브 구축사업’을 준비 중이다. 포항시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다양한 연구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은 3·4세대 방사광가속기와 극저온전자현미경 등 첨단 연구장비를 갖추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개발 연구기관인 인공지능연구원과 첨단 소재 분야 협업 기관인 나노융합기술원 등 다양한 연구기관 간 협업체계도 갖추고 있다. 포스텍·한동대 등에 1000여 명의 생명과학 분야 교수·학생과 연구인력 등 인적자원 또한 풍부하다. 특히 포스코·포스텍 벤처 펀드를 바탕으로 현재 40여 개의 유망 바이오벤처도 소재하고 있다. 

포항시는 최근 철강 중심 산업구조를 개편하고,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꾸준하게 노력했다. 그 결과 지난 2019년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로 선정됐다.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종합관리 실증과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재사용 실증, 재사용 불가 배터리 재활용 실증 등 3개 사업에 대한 규제 특례를 지정받은 것이다. 이처럼 배터리 규제자유특구 지정 이후 포항시는 에코프로와 포스코케미칼 등 앵커 기업을 필두로 투자유치 1조5000억원, 고용 3300명의 효과를 창출했다. 대외적으로 성과도 인정받았다. 중소벤처기업부의 ‘규제자유특구 성과평가’에서 2년 연속 최고 등급인 우수특구로 선정됐다. 전국에서 유일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후속 사업으로 최근 환경부의 국가 전략 그린뉴딜사업인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자원순환 클러스터도 유치했다. 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에 ‘이차전지 종합 관리센터’가 올해 안으로 건립되고, 정부 예비타당성조사 사업으로 추진 중인 가속기 기반 ‘차세대 배터리파크 조성사업’까지 완성된다면 명실공히 ‘배터리산업 메카도시’로서 위상을 다질 전망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향후 특구를 중심으로 배터리 재활용산업이 활성화되면 매립·소각을 하지 않아 환경오염 예방과 탄소중립을 통해 금전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항시는 친환경 수소연료전지산업 생태계 구축을 통한 수소경제 활성화에도 선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세계 TOP3 수소연료전지 발전 클러스터 구축이 목표다. 포항시가 산·학·연·관 산업생태계 조성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연료전지산업 공급망 구축으로 혁신산업을 육성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클러스터 내 기업 유치를 통한 신규 일자리 창출에 나섰는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오는 2027년까지 1863억원을 들여 포항 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 일원에 기업 집적화 단지와 부품·소재 성능평가센터, 국산화 실증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포항시는 수소연료전지 발전 클러스터 구축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국내 연료전지 선도기업인 두산퓨얼셀, 한국수력원자력 등 기업·연구기관과 업무협약을 맺고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실제로 한수원이 국내 최초로 직접 건설하는 20㎿ 수소연료전지발전소가 내년에 가동되면 연료전지 유지·보수(O&M) 기술을 확보할 전망이다. 오는 2024년까지 건립 예정인 차세대 연료전지 생산공장 효과는 어마어마하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수소연료전지 발전 클러스터가 성공적으로 구축되면 지역 소재 산업을 포함한 전통 제조업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고, 에너지 신산업 육성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수소경제 시대에 포항이 명실상부한 수소연료전지산업의 메카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포항시, 애플MOU체결ⓒ포항시
9월27일 포항시 등이 애플과 제조업 R&D 지원센터 설립 등 MOU를 체결하고 있다.ⓒ포항시

세계 최고 IT기업 애플과 함께하는 포항시

2007년 1월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세상에 내놨을 때 메타버스 같은 세상이 펼쳐질지 그 누구도 몰랐다. 그런 세계 최고의 IT기업 애플이 포항 포스텍에 둥지를 틀며 투자하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위의 성과에서 보듯 포항시가 미래를 내다보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신성장 산업의 기반을 착실하게 조성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9월27일 포항시·경북도·포스텍과 함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애플은 세계 최초로 제조업 R&D 지원센터와 개발자 아카데미를 포스텍 캠퍼스 내에 설립하고 포스텍과 공동 운영할 예정이다. 이처럼 애플이 포항시와 함께하게 된 데는 이강덕 포항시장의 뚝심과 포항이 축적한 첨단 R&D 인프라 역량이 큰 힘을 발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포항시가 경북도·포스텍과 함께 원팀을 구성해 발 빠르게 유치에 나서며 차별화된 유치전략을 구사한 것도 주효했다. 

애플의 투자는 R&D 역량 강화를 의미한다. 그 중심에 세계적 철강기업 포스코와 연구중심대학 포스텍, 방사가속기연구소, 나노융합기술센터, 첨단과학기술사업화센터 등이 있다. 그야말로 애플이 요구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최적화된 연구·개발 인프라를 갖췄고, 포스텍을 중심으로 우수한 연구인력이 풍부하다. 이들은 애플이 주목하는 R&D 역량의 든든한 자원이다.

앞서 애플이 투자 의향을 내비치자 포항시는 경북도·포스텍과 함께 힘을 합쳐 발 빠르게 ‘애플 유치 민관 TF’를 구성하며 유치에 나섰다. 또 애플의 ‘제조업 R&D지원센터’ 입주를 위해 타 지자체와 차별화된 공간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이고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게다가 이강덕 시장은 3번의 현장실사 때마다 참석해 집적화된 최고 수준의 연구시설과 우수 인력 등 포항만이 가진 장점을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유치를 지원했다. 결국 전국 25개 지자체가 뛰어든 애플 유치전에서 포항이 최종 승리했다. ‘애플과 함께하는 도시’라는,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글로벌 도시 브랜드를 확보한 것이다. 포항시 측은 “미래 인재 교육 분야와 국내 중소기업 성장 지원 등 지역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다양한 협력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도약할 대전환의 기회를 맞이하면서 막대한 시너지 효과 역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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