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정위, 삼표그룹 조사 착수…편법 승계 정조준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1.10.2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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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현 삼표시멘트 사장에 그룹 물려주기 위해 일감 몰빵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 ⓒ 시사저널 최준필·연합뉴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 ⓒ 시사저널 최준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삼표그룹에 대한 조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삼표그룹에 직원 20여 명을 파견해 조사를 벌였다. 이번 공정위 조사는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 장남인 정대현 삼표시멘트 사장에 대한 편법 승계 논란과 관련된 것으로 파악됐다.

삼표그룹은 현재 후계작업이 한창이다. 삼표그룹의 유력한 후계자는 정 사장이다. 삼표그룹은 현재 ‘정도원 회장→(주)삼표→삼표산업·삼표시멘트 등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정 회장은 현재 (주)삼표 지분 65.9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런 가운데 정 사장이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정 회장이 보유한 (주)삼표 지분을 넘겨받아야 한다. 현재 정 사장의 (주)삼표 지분율은 11.34%다. 정 사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렛대로는 삼표기초소재와 네비엔이 지목됐다. 이들 회사는 그동안 내부거래를 통해 사세를 확장해왔다는 지적을 받았다.

우선 삼표기초소재는 정 사장(78.98%)과 그의 누이인 지윤·지선(각 10.51%)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골재 생산업체였다. 이 회사에는 그룹 차원의 일감이 집중됐다. 실제 삼표기초소재의 내부거래율은 △2013년 68.72%(총매출 95억원-내부거래액 65억원) 2014년 61.76%(558억원-344억원) △2015년 61.01%(684억원-417억원) △2016년 61.84%(842억원-521억원) 등이었다.

또 정 사장(70%) 등 오너 일가 지분율 100%인 철스크랩 수집·가공업체 네비엔도 계열사들의 지원에 힘입어 매출을 올렸다. 이 회사의 내부거래율은 2013년 △71.89%(1566억원-1126억원) △2014년 55.27%(1617억원-894억원) △2015년 43.90%(2220억원-975억원) △2016년 59.20%(1884억원-1115억원) △2017년 72.54%(2535억원-1839억원) 등이었다.

내부거래를 통해 사세를 키운 두 회사는 에스피네이처에 합병됐다. 에스피네이처는 2017년과 2019년 삼표기초소재와 네비엔을 각각 인수했다. 이밖에 남동레미콘과 알엠씨, 당진철도, 경한, 네비엔알이씨 당진에이치 등 정 사장의 사실상 개인회사들도 에스피네이처에 합병시켰다. 현재 에스피네이처는 정 사장(71.95%) 등 오너 일가 지분율이 96.37%에 달한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에스피네이처의 규모는 급속도로 불어났다. 2019년 말 기준 이 회사 총자산은 9808억원으로 2013년 대비 약 12배 증가했고, 같은 기간 매출은 5528억원으로 10배 가량 늘었다. 이렇게 마련한 재원을 바탕으로 에스피네이처는 (주)삼표 지분 19.43%를 보유한 2대 주주에 올랐다.

에스피네이처의 성장은 현재진행형이다. 사돈기업으로 분류되는 현대제철의 원료를 가공해 삼표산업 등 계열사에 판매하는 구조를 통해서다. 최근 7년 사이 에스피네이처는 매년 전체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내부거래로 채워왔다.

이 때문에 에스피네이처는 정 사장의 승계 재원 마련 창구로 주목받아왔다. 업계에서는 에스피네이처가 일감 몰아주기로 마련한 재원으로 (주)삼표 지분을 확보, ‘에스피네이처→(주)삼표→기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옥상옥(屋上屋) 구조를 이루거나, (주)삼표와의 합병이나 지분 교환, 현물출자 등의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삼표그룹 관계자는 "현재 공정위에서 내부거래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인 것은 맞지만 자세한 내용은 파악이 어렵다"며 "공정위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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