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삼킨 새우, 제대로 소화할까
  •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 (shchun@ssu.ac.kr)
  • 승인 2021.11.02 10:00
  • 호수 167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에디슨모터스, 쌍용차 인수 최대 관건은?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경쟁력 확보해야”

쌍용차가 에디슨모터스에 인수되는 것으로 결정된 듯하다. 물론 에디슨모터스가 최종적으로 인수자가 될지는 아직 모른다. 그럼에도 법정관리를 하고 있는 법원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점을 보면 거의 확실한 것은 사실이다.

쌍용차 인수 건과 관련해 시장에 충격을 준 것은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고 표현되듯이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M&A(인수·합병)가 성사되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인수자인 에디슨모터스는 지난해 매출액 897억원, 영업이익 27억원에 불과할 정도의 중소기업 수준인 반면, 피인수자인 쌍용차의 매출은 2조9500억원에 달한다.

과거의 시각으로 보면 말도 안 되는 M&A인 것이다. 그러나 이미 전 세계적으로 시가총액 기준 TOP10에 포함된 대부분의 기업이 IT플랫폼 기업임을 감안하면 이제는 기업 평가 시 매출액 규모나 자산, 자본총액 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가수익비율(PER)과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규모가 작더라도 성장 가능성이 높으면 비록 새우라도 고래를 삼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의미다.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모습ⓒ연합뉴스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모습ⓒ연합뉴스

1조5000억원 인수자금에 우려 여전

문제는 인수자금이다. 아무리 성장 가능성이 크더라도 인수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대기업, 특히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에 속한 중소기업의 경우 계열사들의 지원을 받아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금산분리 규제, 순환출자 금지, 부당지원 금지, 지주회사 규제 등 각종 규제 때문에 이러한 인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대형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의 투자를 받아야 한다.

언론에 따르면 에디슨모터스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1조5000억원가량을 조달하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인수자금 모두를 직접자금으로 조달하는 것이 아니라 반 정도는 직접 조달하고 반 정도는 간접 조달 즉,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는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를 위해 산업은행에 8000억원의 지원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보면 알 수 있다. 결국, 정책금융 지원을 통해 새우가 고래를 삼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큰 산이 2개나 있다. 하나는 인수에 성공하고도 배임죄 논란에 빠질 위험을 회피해야 한다. 지난 2015년 대법원이 LBO로 온세통신을 인수한 것이 배임이 아니라는 판결을 한 바 있어 차입매수 방식으로 인수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현행법상 LBO를 명문으로 허용하는 규정이 없는 만큼 배임죄 논란을 불식시키는 데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물론, 산업은행이 지원한 경우에는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에디슨모터스 측이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으려는 것으로 이해된다.

또 하나의 큰 산은 정책금융 지원을 해야 하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를 전기차 생산기업으로 전면 탈바꿈해 신성장동력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신성장동력이란 민간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혁신기술 기반의 산업을 의미하는데, 이미 전기차산업은 국내 기업 중에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를 생산해 내고 있는 만큼 신성장동력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

오히려 1조5000억원 모두를 직접투자를 통해 조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즉,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에디슨모터스, 쎄미시스코, 키스톤, KCGI 등이 총력을 다해 1차, 2차 유상증자로 인수자금을 모두 조달하는 것이다. 만약 여의치 않으면 KCGI뿐만 아니라 다른 대형 PEF를 추가로 참여시키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다만, 시장에서 필요자금 모두를 직접 조달하기 위해서는 에디슨모터스가 차별화된 기술력과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어야 한다.

알리바바의 창업자인 마윈도 창업 초기에 자금 조달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때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35%의 지분을 받는 대가로 2000만 달러를 직접투자한 후 오늘날의 알리바바로 성장했다. 당연히 소프트뱅크도 수백조원대의 자산 가치 증가 효과를 봤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페이스북에서 1.5% 정도 지분을 받는 대가로 2억 달러를 직접투자한 후 오늘날의 페이스북으로 성장한 것이다. 당연히 MS도 수조원대의 자산 가치 증대 효과를 봤다.

알리바바의 경우 거대한 중국 시장을 대상으로 한 전자상거래라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기 때문에 소프트뱅크가 거액의 직접투자를 한 것이다. 다만, 차별화된 기술을 보유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있어 상당 기간 직접투자를 받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페이스북의 경우에는 시장이 글로벌하고 SNS라는 혁신적인 기술에 BM 특허까지 취득한 점이 고려돼 단기간에 고액의 직접투자를 유치했던 것으로 이해된다.

 

산업은행 자금 지원, 확실한 명분 필요

결론적으로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를 인수한 후 글로벌 전기차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대규모 직접투자를 유발할 수 있는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서는 선발주자인 굴지의 전기차회사들보다 차별화된 기술력을 선보여야 한다.

동시에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도 제시해야 한다. 거대 시장과 시장을 독점할 수 있는 기술력만 있으면 직접 자금조달을 통해 새우도 고래를 삼킬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는 면밀한 검토와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쌍용차의 회생과 성장은 국가 경제적으로 중요한 사안임이 분명하다.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를 인수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전기차기업으로 성장하면 쌍용차는 물론이고 에디슨모터스, 투자자, 산업은행 등 채권자, 근로자, 국가 경제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 그러나 만에 하나 지금의 쌍용차처럼 적자만 기록하는 기업으로 전락한다면 앞에서 언급한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국가 경제를 혼란에 빠트리는 패착이 될 수 있다.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와 관련해서는 이해관계자 모두의 적극적인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우선, 에디슨모터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 전기차를 생산해낼 수 있는 차별화된 기술력과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해야 대규모 직접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쌍용차는 내연차 제조회사에서 전기차 제조회사로 어떻게 탈바꿈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시하는 것이 급선무다. 산업은행이 에머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에 수천억원의 정책금융을 지원하려면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명분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쌍용차 인수가 ‘승자의 저주’라는 덫에 걸릴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