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재판 개입 의혹’ 임성근 전 판사 탄핵 ‘각하’
  • 박세진 디지털팀 기자 (ordinary_psj@naver.com)
  • 승인 2021.10.28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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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퇴직한 상태, 탄핵제도 가능할 여지가 없게 돼”
탄핵주도 국회 측 “헌재가 헌법 수호 역할 포기” 비판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탄핵심판 사건 선고 공판에 들어오고 있다.ⓒ연합뉴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탄핵심판 사건 선고 공판에 들어오고 있다.ⓒ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재판 관여 의혹을 받는 임성근 전 부장판사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는 부적법하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번 사건은 법관을 상대로 한 사상 첫 탄핵심판 건이다.

헌법재판소는 28일 오후 2시 서울시 종로구 재동 청사 대심판정에서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심판사건을 재판관 5인의 다수의견에 따라 각하했다.

헌재는 "임기만료로 퇴직한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해 국회와 헌재의 관여를 통한 탄핵제도가 더 이상 기능할 여지가 없게 됐다"며 "파면 여부와 상관없이 오로지 탄핵사유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한 심판의 이익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헌법 및 헌법재판소법 등 규정의 문언과 취지 및 탄핵심판절차의 헌법수호기능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더라도 탄핵심판 청구는 이익이 인정되지 않아 부적법하므로 각하해야 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임기만료 퇴직에도 피청구인에게 '5년간 공직 취임 제한'의 효력을 끼치기 위해 탄핵심판의 이익이 인정돼야 한다는 국회 측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날 헌재가 탄핵심판 청구를 각하했다는 것은 탄핵심판 청구의 요건조차 충족하지 못한 경우를 뜻한다. 앞서 임 전 부장판사를 파면하기 위해서는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탄핵심판 청구를 인용했어야 했지만 5인이 각하의견을 냈다.

반면 탄핵심판 청구를 인용한 재판관들은 "임 전 부장판사가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할 당시 재판에 관여한 행위는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 것"이라며 "법관의 강력한 신분보장을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면죄부를 준다면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을 그대로 용인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국회는 이날 헌재의 결정에 유감을 표명했다. 탄핵 소추를 주도한 판사 출신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공판 직후 헌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명백한 재판 개입 행위, 헌법 위반자에 대해 임기 만료를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은 재판 개입 행위를 조장하는 것"이라며 "다수 의견은 본안 판단을 회피함으로써 헌법 수호 역할을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저희가 기대했던 바는 각하하더라도 임성근에 대해 헌법적 평가를 해 주기를 바랐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점이 매우 아쉽다"라며 "예전에는 각하나 기각 판단을 하더라도 헌재가 여러 헌법적인 평가를 했는데, (이번 결정은) 형식적 판단에 그쳤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공판 이후 임 전 부장판사는 기자단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법리에 따른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주신 헌법재판소에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며 "앞으로 더욱 겸허한 마음으로 사회에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임 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하던 2014∼2015년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추문설'을 칼럼에 쓴 혐의(명예훼손)로 기소되자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들의 대한문 앞 집회 사건 판결문 수정 지시와 프로야구 선수들의 원정도박 사건 약식명령 종결 지시 등 재판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국회는 올해 2월4일 본회의를 열고 당시 현직 법관이었던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당시 표결은 재석 288석 중 찬성 179명으로 가결했다. 이번 탄핵심판 사건과 별도로 재판 관여 의혹으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임 전 부장판사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현재 해당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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