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그 학교 다니는데…” 교장 화장실 몰카에 충격 빠진 학부모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10.29 16:4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교사 화장실에 몰래카메라 설치한 교장, 긴급체포
학부모들, 불안감 호소하며 철저한 수사 및 처벌 촉구
7월24일 오전 서울대에서 물카탐지기 개발자인 김기태 팀장이 개발한 몰카 탐지기 시연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몰카 탐지기 시연 장면.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시사저널 임준선

경기도 안양의 한 초등학교 교장이 학교 내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학부모와 교단 전체가 큰 충격에 빠졌다. 범행이 학교 내에서 이뤄진 데다, 학생들을 보호해야 할 교장이 강력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사태가 일파만파 하고 있다. 

29일 안양 지역 맘카페와 학부모들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이번 사건을 두고 불안감을 호소하는 게시물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자신의 초등생 딸이 사건이 발생한 학교에 재학 중이라는 한 시민은 "혹시나 하고 확인해 봤는데 딸이 다니는 학교가 맞았다. 여교사 화장실에 설치한 걸로 나왔지만 학생들이 이용하는 화장실에도 설치했을지 모를 일"이라며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 곳이 학교였는데 이제는 누구를 믿어야 하느냐"고 탄식했다. 

해당 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또 다른 학부모는 "교장 얼굴도 알고 인사도 나눴는데 그 사람이 성범죄자였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끼친다"며 "평소 우리 아이들과 선생님들을 어떤 눈으로 바라봤을지…너무나도 끔찍하다"고 말했다. 

교단도 발칵 뒤집혔다. 경기도 지역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심아무개 교사는 "몰래카메라 사건으로 교단 전체가 뒤숭숭하다"며 "'혹시 내가 다니는 학교도'라는 불안감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연히 범행이 발각되지 않았더라면, 두 얼굴로 계속 살아갔을텐데 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도 참담하고 부끄럽다"고 토로했다.

교사들은 불법 촬영 카메라 점검을 보다 실효성 있게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과 같이 예고제로 진행할 경우 범죄자에 오히려 범행 은폐 시간을 벌어주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현직 교사들이 교내 화장실이나 학교 기숙사에 불법 촬영 카메라를 설치했다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경남 김해와 창녕에서 이같은 범죄 행각이 적발됐고, 교육부는 후속 조치로 전수조사에 나섰지만 적발 건수는 '0'이었다. 일선 교사들은 현행 교육부 점검 방식으로는 범죄를 막는 데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안양교육지원청과 경기도교육청 등에는 해당 학교가 어디인지와 학생들에 대한 추가 범죄는 없었는지, 교장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학부모들의 전화가 쉴새없이 걸려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경기도교육청은 A 교장을 즉각 직위 해제하고 감사에 착수했다. 향후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A 교장에 대한 징계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안양교육지원청은 비상대책반을 꾸려 해당 학교 교사 등 구성원들에게 심리상담과 공동체 신뢰 회복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이날 오전 긴급대책 회의를 소집한 이재정 교육감은 "학교 교육을 책임지는 학교장의 불미스러운 사안 발생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며 학교와 교육계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생을 비롯한 학부모와 교사들에게 어려움이 없도록 필요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이런 사안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가장 강력한 대처와 엄중한 조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경기 안양동안경찰서는 이날 자신이 근무하는 초등학교 여교사 화장실에 소형 카메라를 설치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A(57) 교장을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다. 

A 교장의 범행 행각은 여교사 화장실을 이용하려던 한 교직원이 용변기 근처에 설치된 2~4㎝ 크기의 소형 카메라를 발견해 학교 측에 알리면서 드러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 교장이 학교 관리자임에도 신고에 소극적인 점 등을 수상히 여겨 면담하는 과정에서 그의 범행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발견된 카메라에서 신체를 촬영한 영상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A 교장의 휴대전화에서 불법 촬영이 의심되는 영상물이 발견됐다.

A 교장은 경찰 조사에서 "카메라를 설치한 것은 맞지만, 성적인 의도는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발견된 카메라에 대해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하며 설치 시기 등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