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 석포제련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 박치현 영남본부 기자 (sisa518@sisajournal.com)
  • 승인 2021.11.10 11:00
  • 호수 1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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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선고로 51년 만에 처음 ‘셧다운’
환경단체·피해 주민들 “소송으로 버티지 말고 공장 폐쇄하라”

버티기 작전은 통하지 않았다. 중금속 오염수를 무단 유출해 조업정지 명령을 받은 제련소는 무리한 소송을 이어가며 3년을 끌었지만, 대법원은 공장을 세우라고 최종 판결했다. 이 업체는 상습적으로 환경법을 위반했다. 행정명령도 여러 차례 받았다. 그때마다 소송을 제기하며 시간을 끌었다.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낙동강과 식수 오염의 주범이라며 제련소 문을 닫고 떠나라고 압박했다. 경북 봉화군에 있는 석포제련소 이야기다. 석포제련소는 영풍그룹 계열사다. 

석포제련소는 식수원인 낙동강 상류에 위치해 있다. 아연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카드뮴 오염수가 낙동강 상류 수질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경북도·환경단체 등과 수년째 법정 공방을 벌여왔다. 문제의 발단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북도와 대구지방환경청은 2018년 2월 석포제련소에 대한 합동점검을 실시했다. 폐수를 무단 배출한 행위가 적발돼 조업정지 10일의 행정처분이 내려졌다. 석포제련소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패소하자 즉시 상고했다. 하지만 지난 10월14일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석포제련소는 11월8일부터 10일간 공장 문을 닫아야 한다. 1970년 공장 가동 후 51년 만에 첫 '셧다운'이다. 김수동 안동환경운동연합 의장은 “지금도 석포제련소에서 나오는 카드뮴 오염수가 낙동강으로 콸콸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석포제련소대책위 제공

'조업정지' 행정소송 중 또다시 폐수 방류

행정소송 1심이 진행 중이던 2019년 4월 환경부 중앙기동단속반은 사흘간 제련소 현장을 뒤졌다. 공장 하류에서 기준을 초과한 카드뮴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공장에 설치한 별도 배관을 통해 폐수를 배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제련소 측은 “침전조 폐수가 넘쳐 배관을 타고 나간 건 맞지만, 폐수처리장으로 되돌아온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조업정지' 행정소송 중에 또 폐수 방류 행위가 적발된 것이다. 환경부는 석포제련소가 환경법을 반복적으로 위반했다며 120일 조업정지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경북도가 이에 대해 과도한 처분이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양 부처 간 이견 조율은 청문회에서도 불발됐다. 결국 이 사안은 국무총리실 산하 행정협의조정위원회로 넘어가 60일 조업정지로 최종 확정됐다. 이번에도 제련소 측은 소송으로 맞섰고,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월 환경부가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 실태를 조사한 결과, 하루에 카드뮴 22kg이 하천으로 흘러나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앞서 환경부는 2019년 4월 석포제련소 인근 하천에서 기준치(0.005mg/L)의 최대 8배를 초과한 0.042㎎/L의 카드뮴이 검출된 이후 1년간 조사를 진행했다. 결과는 심각했다. 공장 부지 전반이 카드뮴에 오염됐고, 심한 곳은 2691㎎/kg이 검출돼 토양오염 대책기준(180㎎/kg)의 15배에 달했다. 땅속 21.6m 깊이에서도 오염된 흙이 발견됐다. 환경부는 이렇게 축척된 카드뮴이 지하수를 따라 하천으로 유입되는 양을 하루 22kg 정도로 분석했다.

제련소 측은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환경부가 산출한 유출량은 실험에 의한 추정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그만한 양이 강으로 유출됐다면 하천수의 카드뮴 수치가 정상 대비 20배 이상 높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국가수질측정망에도 포착된 징후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카드뮴 유출량은 정확하다며 오염 사실을 덮으려는 제련소 측의 억지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석포제련소 환경오염 논란이 불거진 지 햇수로만 7년째다. 2014년 국정감사에서 석포제련소가 처음 거론됐다. 낙동강이 중금속으로 심하게 오염됐고, 제련소 인근 산의 나무들이 계속 고사하면서다. 아연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가스(수증기 등)와 오폐수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2016년을 빼놓고 최근까지 해마다 열린 국정감사에서 석포제련소는 단골손님이었다. 

환경부는 2019년 11월 석포제련소 2공장 내부 지하수 수질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아연과 카드뮴 농도가 공업용수 기준치를 6~110배까지 초과했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 때문에 낙동강은 중금속에 오염되고, 어류들은 카드뮴과 아연 등에 중독돼 있다고 판단했다.

환경부 기동단속반원들이 석포제련소 공장을 돌며 점검을 하고 있다.ⓒ석포제련소 노조 제공
석포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 공동대책위원회는 2018년부터 제련소 폐쇄를 촉구하고 있다.ⓒ석포제련소공동대책위 제공

인근 주민 체내 중금속 농도, 평균보다 높아 

국립환경과학원과 동국대가 2017년 4월 발표한 ‘경북 봉화군 석포면 주민 건강영향조사’에 따르면, 제련소 인근 주민들 체내에서 카드뮴과 납 농도가 일반인보다 2~3배 높게 나왔다. 제련소에서 멀리 사는 주민일수록 체내 중금속 농도가 낮았다. 카드뮴 고농도자 6명 중 4명은 제련소 근무 경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석포제련소 근무와 주변 지역 거주 여부 등이 체내 중금속 농도와 상관성을 보여, 환경오염과의 관련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강인 석포제련소 대표는 2018년 10월25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주민 피해 보상을 약속했지만, 3년이 지나도록 지켜지지 않고 있다.

영풍그룹은 재계 30위권 대기업이다. ‘영풍문고’로 유명하지만, 이 그룹의 근간은 세계 1위 아연 제련소인 고려아연과 연매출 1조2000억원을 올리는 석포제련소다. 석포제련소는 설립 때부터 ‘환경오염 주범’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2013년 이후에만 74회 환경법을 위반해 수사기관에 여러 차례 고발당했다. 지난해 2월에는 오염물질 배출량을 조작한 환경담당 모 임원이 구속됐다. 이 임원은 측정 대행업체와 짜고 2016년부터 3년간 1868건의 대기오염물질 농도를 조작·축소했다가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이강인 대표는 모든 임직원이 ‘환경지킴이’로 변신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지난해 4월21일부터 29일까지 실시한 환경부 특별점검에서 11건의 환경법 위반사항이 또 적발됐다. 

제련소 주변 땅이 중금속에 오염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환경보건기술연구원이 2014년부터 2년간 실시한 조사 결과 제련소 부지와 인근 농지에서 카드뮴 중금속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봉화군은 2017년까지 토양 정화작업을 끝내라고 행정명령을 내렸다. 정화 대상은 축구장 90개 크기다. 이번에도 석포제련소는 소송을 통한 시간 끌기 작전에 들어갔다. 경제적 손실을 이유로 정화 기간을 늘려 달라는 제련소 측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현재 중금속에 오염된 땅은 정화작업을 시작하지 못한 채 방치된 상태다. 

환경단체와 피해 주민들은 지자체의 ‘석포 구하기 작전’이 사태를 키운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폐수를 무단 방류한 석포제련소에 대한 환경부의 120일 조업정지 명령에 경북도는 과도한 처분이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또 석포제련소에 20일 조업정지가 내려졌을 때 엄태항 봉화군수는 “선처를 바란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내기도 했다. 지자체가 주민 건강은 외면한 채 환경오염 업체를 위한 ‘방탄 행정’을 펼친다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제련소 인근 피해 주민들은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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