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질환 극복하려면 ‘한국형 지중해 식단’을”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1.11.09 07:30
  • 호수 1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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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지원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 “탄수화물·지방·단백질 비율 5:3:2가 핵심”

한 번쯤 들어봤음 직한 지중해 식단은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연구 결과로도 확인됐는데, 2018년에도 세계적인 의학저널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지중해 식단이 심혈관질환을 예방한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병원 클리닉(Hospital Clinic Barcelona)의 라몬 에스트루 박사 연구팀은 아직 심혈관질환에 걸리지는 않았으나, 그 위험성이 큰 7447명을 세 그룹으로 나눠 4년 이상 추적했다. 

A그룹은 지중해식+올리브유, B그룹은 지중해식+견과류, C그룹은 일반식을 각각 섭취토록 했다. 이들 가운데 288명에게서 심근경색이나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등이 발생했다. 이를 그룹별로 분석한 연구팀은 A와 B그룹이 C그룹보다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이 약 30% 감소한다는 결과를 내놨다.

지중해 식단의 특징은 유제품·적색육·가공육·당분의 비중을 낮춘 점이다. 대신 올리브유·과일·견과류·채소·곡물을 충분히 섭취하고, 생선·가금류는 적당히 섭취하도록 구성했고, 포도주를 약간 곁들이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인은 서양인과 식습관이 다르다. 단백질과 지방보다 탄수화물 섭취량이 많다. 또 식재료도 유럽 국가들과 우리나라가 다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이지원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한국인에게 맞는 ‘한국형 지중해 식단’을 개발했다. 이 교수는 이른바 한국형 지중해 식단이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을 낮춰 심혈관질환을 예방한다는 사실을 연구로 증명해 국제 학술지 ‘뉴트리언트(Nutrients)’에 보고했다.

이 교수 연구팀은 고지혈증 환자 92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10주 동안 살펴봤다. A그룹에는 처음 4주 동안 한국형 지중해식을 매일 두 끼(점심과 저녁) 제공했고, 2주간의 휴식기를 가진 후 4주 동안 일반식을 섭취하도록 했다. B그룹에는 순서를 바꿔 처음 4주 동안 일반식을 섭취하도록 했고, 2주간의 휴식기를 가진 후 4주 동안 한국형 지중해식을 제공했다.

두 그룹 모두에서 지중해식을 섭취할 때와 일반식을 먹을 때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중해식을 섭취할 때 몸무게가 평균 1.76kg 감소했고, 허리둘레도 1.73cm 줄었다. 총콜레스테롤,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 지방간 지수 등 이상지질혈증에 영향을 끼치는 지표도 모두 유의미하게 떨어졌다. 체내 염증 정도를 나타내는 백혈구 수치를 비롯해 공복 혈당, 공복 인슐린, 인슐린 저항성 지수도 감소했다. 

한마디로 일반식과 비교해 한국형 지중해식 섭취는 심혈관질환에 나쁜 영향을 주는 신진대사 지표들을 크게 개선한 셈이다. 이 교수로부터 한국형 지중해 식단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시사저널 이종현

지금까지 한국형 지중해 식단을 개발한 사례가 없었나.

“지중해 식단이 심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는 많다. 또 특정 식단에 관한 연구는 대다수 영양학자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의사가 한국형 지중해 식단을 개발하고 그 효과를 연구로 밝힌 것은 처음인 것 같다.”

한국형 지중해 식단은 한마디로 우리 건강에 어떤 도움을 주는가.

“국민의 약 40%가 고지혈증 환자일 정도로 많다. 중년 이후에는 두 명 중 한 명이 고지혈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형 지중해 식단은 고지혈증 환자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춤으로써 이상지질혈증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체내 염증과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고 지방간을 호전시켜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좋은 콜레스테롤(HDL)은 높아야 이로운데, 한국형 지중해식을 섭취한 사람에게서 HDL도 감소했는데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HDL 감소는 섭취하는 열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HDL은 약을 먹어도 잘 오르지 않는다. 운동이 필요한 부분이다.”

지중해 식단과 한국형 지중해 식단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서양인보다 한국인은 단백질과 지방 섭취가 적다. 물론 예전보다 이런 성분의 섭취가 늘어났지만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 이런 점을 고려해 단백질과 지방 함량을 높였고 탄수화물은 줄인 것이 한국형 지중해 식단이다.”

한국형 지중해 식단과 일반 식단 사이에 열량 차이가 있나.

“한국형 지중해 식단은 일반 식단보다 총열량이 300kcal 정도 낮다. 일반 식단의 열량은 약 1500kcal이고, 한국형 지중해 식단은 약 1200kcal다.”

단순히 열량을 낮춘 식단이 중요하다면, 굳이 한국형 지중해 식단이 따로 필요한가.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일반 식단이 있지만, 일반 가정에서 영양소 균형을 맞추거나 열량을 계산하면서 섭취하기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한국형 지중해 식단은 단순히 한식처럼 만들었다는 것이 아니다. 한국형 지중해 식단이라는 이름 때문에 이탈리아·스페인 등에서 먹는 토마토·파스타 등으로 오해하는데, 그것이 아니라 지중해 식단의 ‘개념’을 가져온 것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사망률을 낮추는 연구를 진행해 왔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인에게 적합한 영양소 비율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어떤 음식이라도 영양 비율을 잘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형 지중해 식단 예

한국형 지중해 식단의 영양소는 어떻게 구성돼 있나.

“일반 식단의 비율은 탄수화물 56%, 지방 27%, 단백질 17%다. 한국형 지중해 식단의 탄수화물·지방·단백질 비율은 51% 대 30% 대 19%다. 즉 5 대 3 대 2 비율을 위해 곡물을 줄이고 생선·해산물·두부 비중을 높였다.”

한국형 지중해 식단에 오메가3와 오메가6를 추가한 이유는 무엇인가. 

“지방도 오메가3·오메가6와 같은 불포화지방산을 섭취해야 콜레스테롤 해소에 도움이 된다. 오메가3는 등푸른생선, 견과류, 들기름 등에 많다. 오메가6는 식물성 기름에 함유돼 있다. 오메가3와 오메가6의 이상적인 비율은 1 대 1이지만 현대인은 1 대 10을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한국인의 식습관을 고려해 8 대 4 미만으로 구성했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 오메가3를 보충할 필요가 있다.”

지중해 식단에는 적포도주를 약간 곁들이는데, 한국형 지중해 식단에서는 이것이 빠진 이유가 있는가.   

“한국인은 적포도주보다 소주·맥주·막걸리를 주로 마신다. 또 적포도주 한두 잔은 심혈관질환 예방에 이롭지만, 간질환이 있는 사람과 암환자에게 알코올 섭취는 절대로 좋지 않다. 적포도주를 굳이 마시지 않아도 적포도주에 있는 폴리페놀 성분은 과일을 통해 섭취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베리류(블루베리·크랜베리 등)에 그 성분이 풍부하다.”

가정에서 지중해 식단을 어떻게 구성할지 팁을 준다면.

“한국형 지중해 식단은 우선 흰쌀밥이 아니라 현미가 주를 이룬다. 채소도 브로콜리나 청경채 등을 되도록 많이 조리하지 않은 상태로 준비한다. 채소·과일 샐러드를 먹을 때도 드레싱을 최소화한다. 단백질도 붉은 육류보다 생선으로, 기름도 올리브유로 섭취하면 좋다(하루 두 끼 분량의 한국형 지중해 식단에는 올리브유 15g, 과일 1.5접시, 채소 4접시, 콩류 1접시, 생선과 고기 3.5접시 등이 포함된다).” 

한국형 지중해식을 먹을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 

“한국형 지중해식을 섭취하더라도 평소 나쁜 식습관이 있다면 무용지물이다. 즉 탄수화물도 단순당(흰쌀밥·설탕·빵·국수 등)으로 섭취하거나 지방도 포화지방(동물성 기름, 버터 등), 단백질도 정제된 음식으로 먹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매번 한국형 지중해식을 먹을 수 없으므로 일반적인 식사도 해야 하는데 이때 이런 점을 유념해야 한다.”

한국형 지중해 식단의 효과를 심혈관질환 관련 약의 효과와 비교하면 어느 정도라고 이해하면 좋을까. 

“한국형 지중해식 섭취가 심혈관질환 예방에 효과적이지만 약 복용만큼의 효과는 아니다. 그러나 짧은 기간(4주) 한국형 지중해식을 섭취해 이 정도 효과를 보였다면, 2~3개월 이상 꾸준히 유지하면 약 효과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지 않을까 추측한다. 그만큼 식습관 개선이 심혈관질환 예방에 중요하다는 의미다.”

한국형 지중해식을 꾸준히 섭취하면 심혈관질환 약을 줄이거나 끊을 수도 있을까.

“약을 줄이거나 끊을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약을 먹지 않고 식단만 개선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의사의 처방에 따라 정도가 심한 사람은 관련 약을 먹어야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식단 개선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건강검진에서 지방간을 발견하는데 한국형 지중해 식단은 지방간 해소에도 도움이 될까.

“지중해 식단으로 지방간이 호전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당뇨, 암, 치매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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