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케이블카, 이번엔 성사될까
  • 정성환·전용찬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1.11.0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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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주변 4개 지자체 ‘합의 조건부’로 부결…구례군, 짧은 노선으로 9년 만에 단독 추진
구례군 “노선 줄여 환경훼손 최소화” vs 환경부 “4개 시·군 합의 못해 반려 가능성 커”

전남 구례군이 9년 전 환경부 반대로 무산된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을 단독으로 재추진하고 나서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2012년 지리산권 4개 지자체가 신청했다가 무산됐던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는 부결 후 지리산 주변 4개 시군 중 일부가 독자 추진을 시도했지만, 환경부로부터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구례군은 차량에 의한 지리산 성삼재 환경훼손을 막고 쇠락해 가는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케이블카를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환경부가 신청을 반려하면서 재심의 조건으로 달았던 ‘지리산 인접 4개 시·군 합의 노선 도출’을 어기고 단독 추진하는데다 환경단체가 여전히 반대하고 있어 성사가 불투명하다. 

전남 구례군이 9년 전 환경부 반대로 무산된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을 단독으로 재추진하고 나서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2012년 지리산권 4개 지자체가 신청했다가 무산됐던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는 부결 후 지리산 주변 4개 시군 중 일부가 독자 추진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이번에도 환경부가 신청을 반려하면서 내걸었던 ‘지리산 인접 4개 시·군 합의 노선 도출’이라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단독 신청을 되풀이 한데다 환경단체가 여전히 반대하고 있어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지리산 노고단 일대 전경 ⓒ구례군
전남 구례군이 9년 전 환경부 반대로 무산된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을 단독으로 재추진하고 나서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2012년 지리산권 4개 지자체가 신청했다가 무산됐던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는 부결 후 지리산 주변 4개 시군 중 일부가 독자 추진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이번에도 환경부가 신청을 반려하면서 내걸었던 ‘지리산 인접 4개 시·군 합의 노선 도출’이라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단독 신청을 되풀이 한데다 환경단체가 여전히 반대하고 있어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지리산 노고단 일대 전경 ⓒ구례군

전남도·구례군 힘 합쳐 단독 재추진…“대선 공약사업”

구례군은 전남도와 협의를 거쳐 이달 중 환경부에 지리산 케이블카 노선과 사업 효과, 자연보호 대책 등을 담은 ‘공원계획 변경 요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구례군은 2017년부터 각종 용역을 진행하며 지리산 케이블카 재추진을 준비했다. 새로 추진하는 케이블카 노선은 3.1㎞다. 기존 4.3㎞에서 1.2㎞가량 줄었다.  

최상층부인 노고단(1507m)에 바짝 접근한 곳에 도착지를 정했던 9년 전 계획과 달리 이번에는 노고단과 1.7㎞ 떨어져 있다. 구례 산동면 지리산 온천 관광단지에서 출발해 노고단을 조망할 수 있는 종석대(1360m)에 도착지를 설치하는 신규 설치안을 대안으로 마련한 것이다. 구례군은 “2012년 케이블카 설치가 무산됐을 때 문제가 됐던 ‘주요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곳에 설치하되 주요 봉우리 및 기존 탐방로와 연계를 피해야 한다’는 심사 조항에 맞춰 노선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구례군은 8인승 전동 케이블카 38대를 하루 9시간 동안 운행해 6600여명이 이용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소요 예산은 453억원으로 추산했다.구례군 관계자는 “이 코스를 걸어서 가면 3~4시간 걸리지만, 케이블카를 타면 10분 남짓이면 도착한다”며 “노약자와 장애인도 지리산 절경을 즐길 수 있다”고 했다.

 

구례군 “케이블카 필요해‘ vs 환경단체 “선거철만 되면 들고 나와”

구례군은 케이블카 설치가 오히려 환경보호에 보탬이 된다는 입장이다. 신규안대로라면 반달가슴곰 보호구역을 침범하지 않고 생태경관 보전 지역도 침범하지도 않아, 환경훼손 우려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구례군은 케이블카를 신설하면 군도 12호선의 대체 교통수단으로 지리산국립공원 내 생태복원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구례군 삭도추진단 관계자는 “새 노선은 반달가슴곰 보호구역을 침범하지 않고, 노고단을 둘러싼 생태경관 보전지역과도 600m 이상 떨어져 환경 침해를 훨씬 줄였다”고 말했다.

구례군은 지리산 노고단 구간 861번 지방도로의 차량 통행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서라도 케이블카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군 관계자는 “케이블카 종점인 종석대와 가까운 성삼재 쪽으로 향하는 지방도를 이용해 지리산을 찾는 차량이 한 해 50만대고, 이들 차량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연간 840톤”이라며 “전동 케이블카는 차량보다 훨씬 친환경적인 시설”이라고 했다. 구례군은 지리산 케이블카가 들어서면 이 도로를 아예 폐쇄한다는 방침이다.

​3일 전남 구례군에 따르면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기존 노선보다 약 1.2㎞ 줄여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사진은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노선과 달라진 신규 노선을 비교한 도면. 1안이 신규 노선(3.1㎞) ⓒ구례군 ​
​3일 전남 구례군에 따르면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기존 노선보다 약 1.2㎞ 줄여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사진은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노선과 달라진 신규 노선을 비교한 도면. 1안이 신규 노선(3.1㎞) ⓒ구례군 ​

환경부·환경단체 여전히 ‘난색’…성사여부 불투명 

하지만 구례군의 뜻대로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는 난항이 예상된다. 환경부와 환경단체는 여전히 난색을 보이고 있어서다. 우선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대상 여부부터 난제다. 지리산 인접 4개 시·군의 합의 노선 도출이 심의의 기본 조건인데 이를 건너 뛰어 신청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구례군 신청서가 공식적으로 제출되지 않아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한다”며 “케이블카 설치 여부를 결정하는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위해선 지리산 인접 4개 시·군의 합의 노선 도출이 기본 조건인데 2012년 공원위의 4개 지자체 단일화 조건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 재신청하더라도 반려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복병은 환경단체다. 지리산 관련 환경단체들은 수 킬로미터의 케이블카 노선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국립공원의 환경 훼손이 불가피하다며 줄기차게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해왔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윤주옥 대표는 “국립공원은 유원지가 아니라 보호지역인데도 지리산국립공원에 접한 지자체장과 정치인 등은 선거철만 되면 케이블카를 들고 나온다”며 “구례군의 사업 추진이 주변 지자체를 자극해 지리산이 개발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으니 지리산을 그대로 놔둬야 한다”고 했다.

앞서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는 2012년 경남 산청·함양군, 전북 남원시, 전남 구례군 등 지리산권 4개 지자체가 제출한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공원계획 변경 신청을 모두 부결했다. 이 때‘지역을 단일화해 재신청하면 검토하겠다’는 조건을 걸었다. 이후 4개 시·군의 시장과 군수, 실무자들이 직간접으로 만나 단일화 가능성을 협의했지만, 현재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지리산 주변 4개 시군 중 일부는 2012년 부결 후 9년여 동안 단독 신청을 하는 등 독자 추진을 시도했지만, 신청서가 번번이 반려됐다.

이에 대해 구례군 관계자는 “환경부의 단일화 조건을 협의하기 위해 지리산 주변 시군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해 협의했지만, 오랫동안 진척이 없었다”며 “각자 지자체가 별도의 재추진 움직임이 있는 가운데 우리 군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어 단독으로 케이블카 설치를 재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2012년 케이블카 시범사업이 4개 시·군 노선을 1개로 조정하면 가능하다는 조건으로 부결됐기 때문에 사업 재개도 유효하다고 본다”며 “2020년 6월까지 1년 동안 용역을 거쳐 환경부 기준에 적절한 케이블카 노선 계획안도 마련해 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전남도는 구례군과 ‘지리산 케이블카TF’를 구성하고 지원사격에 나섰다.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이 대선 후보들의 선거 공약에 반영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환경부는 4개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협의해 1개 노선으로 합의안을 내라고 하지만, 이는 지역 갈등을 불러일으킬 뿐”이라며 “국가가 직접 지리산 케이블카 노선을 정하라”고 말했다. 

김순호 구례군수는 “스위스 융프라우는 케이블카로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국내에선 경남 통영과 전남 여수 등이 케이블카로 ‘관광 대박’을 터뜨렸다”며 “지역 소멸 위기에 직면한 구례군 입장에선 케이블카 사업은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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