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군인공제회, ‘마스크 대란’ 틈타 15억 리베이트 요구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1.11.17 09:00
  • 호수 1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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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엠플러스F&C, 리베이트 거부하자 계약물량 줄여”…윗선 개입 의혹 제기돼 

군인공제회 자회사가 중소기업과 마스크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15억여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액수를 고려했을 때 개인의 일탈 차원이 아니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자회사 측은 리베이트를 요구한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군인공제회 100% 자회사인 엠플러스F&C는 포장지 제조업체 Y사와 지난해 중순 ‘마스크 10억 장 공급’ 계약을 추진 중이었다. 일단 양사는 공급 수량을 2억 장과 5000만 장으로 나눠 각각 계약서를 쓰기로 합의했다. 계약 체결을 앞두고 엠플러스F&C는 Y사에 계약조건이 적힌 문서를 보냈다. 

시사저널은 해당 문서가 찍힌 사진을 입수했다. 여기에 따르면, 2억 장 공급 계약의 조건 사항에는 ‘계약 시 PAY BACK(페이백) 5000만원’ ‘물품대금 수령 후 PAY BACK 5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또 5000만 장 계약의 경우 ‘계약 시 PAY BACK 2500만원’ ‘물품대금 수령 후 PAY BACK 10원’이라고 나와 있었다. 

ⓒ시사저널 사진자료
2016년 5월26일 서울 강남구 군인공제회관 건물 전경ⓒ시사저널 사진자료

‘계약 시 PAY BACK’… 15억여원 리베이트 조건 제시

Y사 대표는 “계약할 때 5000만원과 2500만원을 줘야 하고, 물품대금 지급이 끝나면 또 마스크 1장당 5원과 10원을 줘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조건대로라면 공급계약 체결 시 Y사가 엠플러스F&C 측에 지급해야 할 돈은 총 15억7500만원에 이른다. 이에 대해 Y사는 “불법 리베이트”라며 “직원 개인의 횡령으로 보기엔 액수가 너무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리베이트를 거부하자 계약 물량이 기존 2억5000만 장에서 1억 장으로 수정됐다”고 했다. 

Y사는 1억 장 공급계약 건에 대한 보증보험 증권을 발행하고 계약서를 썼다. 하지만 엠플러스F&C는 납품 지연 등을 이유로 계약 물량을 다시 3000만 장으로 줄였다. Y사 대표는 “3000만 장 계약 때 또 리베이트 요구가 들어왔다”고 전했다. 결국 Y사는 약 120만 장을 공급하는 데 그쳤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엠플러스F&C는 “마스크 생산량 폭증과 생산·유통 가격 하락으로 추가 구매가 불가하다”며 마스크 납품계약을 해지했다.  

리베이트는 그 자체만으로 불법이라고 규정할 수 없다. 상거래에서 보통 인정돼온 관행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관행에 비해 리베이트 규모가 지나칠 경우, 공정거래법에 따라 ‘부당고객 유인행위’로 여겨진다. 또 이를 요구하는 업자는 ‘거래상 지위 남용’에 해당한다. 이렇게 되면 불공정 거래로 간주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받거나 검찰 고발로 이어질 수 있다.  

한 제지업체 대표는 “마스크 거래에서 리베이트를 주고받는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마스크처럼 가격이 싼 제품에 리베이트를 적용하면 공급업체 입장에선 사실상 남는 게 없을 것”이라고 했다.  

엠플러스F&C 측은 실제로 리베이트를 요구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Y사와의 거래 실무를 담당한 팀장 A씨는 “지난해 마스크 품귀 현상이 심했을 때 우리도 마스크 중간 유통을 했다”면서 “당시 (마스크 구매를 원하는) 바이어들이 ‘1장당 5~10원을 돌려줄 수 있느냐’고 물어봐서 (Y사에) 유통 수수료 개념을 언급했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유통 수수료를 받으려면 별도 계약을 해야 한다는 법률 자문이 있었고 복잡하기도 해서 추진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럼 15억여원 상당의 페이백 조건이 기재된 문건은 왜 보낸 걸까. 이에 대해 A씨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우리가 만든 것도 아니고, 보낸 적도 없다”는 주장이다. 조작됐을 거라는 취지다. 하지만 Y사 대표가 시사저널에 직접 보여준 카카오톡 대화 내역에는 A씨로부터 해당 문건을 받은 기록이 남아있었다. 

엠플러스 공 F&C 직원 A씨가 2020년 6월3일 Y사 대표에게 보낸 마스크 공급계약 조건문. 리베이트 를 암시하는 ‘계약 시 PAY BACK’이란 글귀가 적혀 있다.ⓒY사 제공

“문건 조작” 주장하지만… 카톡에 직접 전송 내역 남아있어

리베이트 요구가 불법이라면 관건은 ‘누가 요구했느냐’다. 공정위 관계자는 “리베이트를 회사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요구했는지, 아니면 직원이 개인적으로 요구했는지에 따라 판단 근거가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Y사 대표는 “이런 거액을 개인이 횡령하려고 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A씨의 상사인 실장 B씨는 “나는 관여하지 않아서 모른다”고 일축했다. 오명석 엠플러스F&C 대표는 수차례 연락에도 답이 없었다.

Y사는 올 1월 부당 계약해지를 이유로 엠플러스F&C를 공정위에 제소했다. Y사 대표는 “작년 말까지 마스크 생산을 위해 들어간 돈만 22억원이 넘는다”며 “인건비 미지급, 신용회사 독촉, 노동청 조사 등으로 현재 폐업 위기에 몰린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군인공제회 홍보팀 관계자는 “엠플러스F&C의 세부적인 계약 내용에 대해선 우리가 알기 어렵다”며 거리를 뒀다. 엠플러스F&C는 원래 ‘제일F&C’라는 군인공제회 직영 사업소였다. 2015년 군인공제회가 100% 출자해 지금의 독립법인으로 바뀌었다. 피복, 천막, 전투화, 가공식품 등 군수물품을 생산·납품하고 있다. 군인공제회 관계자는 “대기업과 경쟁하다 보니 납품계약 따내기도 어렵고, 군납업체로 선정되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각이 많다”고 주장했다. 엠플러스F&C의 지난해 매출액은 540억원, 당기순이익은 7억원을 기록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군인공제회 산하 법인에서 불법적 리베이트를 요구하고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는 등 불공정 갑질 행위를 한 것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고 엄정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엠플러스F&C는 불공정 행위로 국회 국정감사 때 도마에 올랐다. 국방부에 납품하기로 한 피복류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불법 하청을 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또 올 4월에는 마스크 생산시설을 구축했는데, 쌓인 재고를 처리하지 못해 투자비 회수기간이 길어졌다. 이에 엠플러스F&C는 마스크를 군인공제회와 자사 직원들에게 나라장터(온라인 입찰 시스템) 대비 2~3배 비싼 가격에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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