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운동, 외려 건강 해칠 수 있다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1.11.18 07:30
  • 호수 1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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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체력에 맞는 운동 시간·강도가 중요…“준비운동과 마무리 운동도 중요”

가을철인 데다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단계로 접어들면서 운동하기에 좋은 환경이 마련됐다. 운동하는 이유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운동으로 체중이 빠지지는 않아도 다양한 건강 지표는 향상된다. 이것만으로도 운동을 꾸준히 할 이유는 충분하다. 그렇지만 자신의 운동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운동으로 부상을 입거나 심할 경우 오히려 건강을 잃기도 한다. 유재욱재활의학과의원 유재욱 원장은 “운동 부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의 절반은 자신의 체력은 약한데 그보다 무리한 경우이고, 나머지 절반은 체력이 너무 좋아 운동중독에 빠진 사람이다. 자신의 체력에 맞게 운동하는 것이 부상을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스포츠안전재단이 2019년 실시한 스포츠 안전사고 실태조사에서 운동 중 부상을 당하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힌 것은 무리한 동작이었다. 준비운동과 마무리 운동을 하는 경우는 각각 59%와 38%에 불과했다. 일반인에게 운동이란 기록을 세우거나 경쟁하기 위한 것이 아니므로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운동 부상의 주된 이유는 준비운동을 하지 않고 곧바로 운동하거나, 같은 동작을 지나치게 여러 번 반복하거나, 잘못된 운동 자세 때문이다. 또 오랜 시간 쉬지 않고 운동하거나, 체력보다 강도 높은 운동을 하거나, 몸에 맞지 않는 운동기구를 사용할 때도 부상이 흔하게 나타난다. 운동 부상을 예방하려면 준비운동과 마무리 운동이 필요하다. 준비운동을 하면 혈액순환을 늘리고 근육과 인대 온도를 높여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사저널 사진자료
ⓒ시사저널 사진자료

잘못된 운동 자세도 허리디스크 원인

잘못된 자세로 운동하다 부상을 입기 쉬운 부위는 허리다. 예를 들어 스트레칭할 때 허리를 앞으로 과하게 구부리면 척추 뒤쪽에 가해지는 압력이 커져 허리디스크가 올 수 있다. 특히 허리 근육이 약한 사람은 척추를 받쳐주는 힘이 약해 무리한 동작을 할 때 척추에 더 큰 부담이 가해진다. 

복근을 만들기 위한 윗몸일으키기도 자세가 중요하다. 복근의 힘으로 몸을 일으키는 것이 바른 자세다. 그러나 대부분 허리의 반동으로 몸을 세우는데, 척추에 충격이 누적되면서 허리디스크 문제가 발생한다. 장한지 세란병원 신경외과 과장은 “운동으로 몸의 활력을 얻는 것은 좋지만 자신의 신체 상태를 고려해 운동해야 한다. 허리 근육이 약하거나 허리 질환을 앓은 적이 있다면 무거운 것을 드는 운동과 과도하게 허리를 구부리는 운동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걷기나 실내자전거 타기도 자세가 중요하다. 올바른 걷기 자세는 등을 곧게 펴고 턱과 배를 안쪽으로 가볍게 당기는 것이다. 시선은 10m 앞을 향하며 처음에는 주 3회 정도, 매회 3km 내외를 30~45분 정도 걷는 게 적당하다. 이 강도가 몸에 익숙해지면 조금씩 속도를 높이거나 주당 실시하는 횟수를 늘린다. 실내자전거를 탈 때는 아래쪽 페달을 밟았을 때 무릎이 약간 굽혀져 있을 정도로 안장 높이를 맞추고 허리를 지나치게 숙이지 않도록 한다. 허리를 너무 숙이면 허리에 무리가 간다.

자세 못지않게 신경을 써야 할 점은 자신의 운동능력이다. 이 능력을 넘어 무리하다 쉽게 손상되는 부위는 무릎이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 등산할 때, 집에서 스쿼트와 같은 운동을 할 때 무릎에 큰 압력이 집중된다. 이 때문에 무릎 앞쪽에 만져지는 동그란 슬개골과 관절 주변의 연골이 망가진다. 또 갑자기 큰 부하가 걸리면 ‘툭’ 하는 파열음과 함께 십자인대(무릎 관절을 유지해 주는 인대)가 찢어지기도 한다. 참을 만하거나 통증이 사라졌다고 해서 방치하면 더 큰 병으로 이어지므로 즉시 병원을 찾아 진료받아야 한다. 

이동훈연세정형외과의원 이동훈 원장은 “흔히 하체 근육 발달을 위해 스쿼트나 레그 프레스를 하는데, 무릎을 90도 이상 굽히거나 무거운 중량을 가하다가 슬개골이 망가져 병원을 찾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하지 않던 사람이 이런 운동을 시작할 때는 무릎을 30~40도만 굽히고 나중에 근육에 힘이 생긴 후 점차 각도를 늘리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무리한 동작으로 어깨 힘줄 파열까지 

어깨도 무리한 운동으로 다치기 쉬운 부위다. 자신이 들 수 있는 무게보다 무거운 바벨을 들거나 같은 동작을 반복할 때 어깨충돌증후군과 회전근개파열이 생긴다. 어깨 위에 있는 견봉뼈와 어깨 힘줄 사이가 좁아지면 잦은 마찰로 염증이 생기는데 이것이 어깨충돌증후군이다. 어깨충돌증후군이 발생하면 어깨 전체에 걸쳐 통증을 느끼며 팔을 밖으로 벌렸을 때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흔하다. 

어깨충돌증후군을 방치하면 어깨 힘줄인 회전근개가 찢어질 수 있다. 또 무거운 것을 머리 위로 드는 자세나 어깨를 회전하는 동작이 정상 운동 범위보다 큰 경우가 반복돼도 회전근개파열이 발생한다. 김명서 강동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회전근개 파열을 예방하려면 운동 전후 어깨 스트레칭을 충분히 하고 평상시에도 자주 기지개를 켜는 습관으로 어깨 근육과 인대의 유연성을 기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걷기·등산·조깅·골프 등 다리를 많이 사용하는 운동을 하다가 삐끗하면 발목을 다치기 쉽다. 일반적으로 발목 인대가 손상되는데, 인대가 제구실을 못 해서 발목이 다소 불안정하게 덜렁거리는 느낌을 받는다. 이를 방치해 계속 발목을 다치고 결국 발목 연골도 손상된다. 발목을 삐끗했거나 접질렸다면 즉시 발목을 고정하고 냉찜질을 하거나 발목을 심장 위치보다 높이 올리고 부기를 빼주면 인대가 늘어난 채로 붙지 않고 원래 제 길이대로 회복된다. 

크고 작은 부상을 방지하려면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자신의 체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체력에 맞는 운동 시간과 운동 강도를 선택해야 한다. 심박수 등으로 자신에게 맞는 운동량을 계산하는 방식이 있지만 일반인이 이를 확인해 가며 운동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지만 평소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 운동을 시작한다면 운동 시간을 15~30분으로 시작해 익숙해지면 60분까지 서서히 늘리는 것이 좋고, 운동 강도도 호흡에 지장이 없으면서 약간 숨이 찰 정도가 바람직하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초보라면 운동 트레이너의 도움도 필요

자신에게 맞는 운동 종목이나 강도 등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전문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을 필요도 있다. 유 원장은 “운동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운동 방법, 자세, 강도를 알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 운동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를 추천한다. 또 운동에는 기본 운동이 있고 레저 운동이 있다. 기본 운동은 걷기나 달리기 등인데 재미가 없으니 기본 운동을 건너뛰고 축구·골프·배드민턴과 같은 레저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최소 3개월간 기본 운동을 한 후에 레저 운동을 시작할 것을 권한다”고 설명했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자세·시간·강도 등을 무시하면 각종 부상은 물론 뼈까지 상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오랜 기간 운동을 하지 못하거나 영구적으로 특정 운동 종목을 즐기지 못할 수 있다. 예컨대 조깅을 무리하게 하면 근육이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고 뼈가 대신 충격을 받는다. 이때 피로 골절이 발생한다. 뼈가 부러진 것은 아니지만 치유 불가능한 미세한 손상이 뼈에 축적되면서 뼈에 금이 생긴 상태다. 피로 골절이 일어나면 4~8주간의 휴식이 필요하며 이때 체중 부하를 피해야 한다. 통증이 사라졌다고 해서 바로 운동을 시작하면 안 되고 가벼운 운동부터 천천히 운동량 및 강도를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운동을 시작했다면 본운동 전과 후에 준비운동과 마무리 운동을 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추천하는 준비운동은 스트레칭이다. 첫 5분 동안 스트레칭을 하면 근육과 인대에 탄력이 붙고 관절 가동 범위를 늘려 운동 효과를 높이면서 부상도 예방할 수 있다. 탄력이나 반동 없이 근육과 인대를 가볍게 당겨 늘려준 상태로 15~30초 유지하면 된다. 마무리 운동은 운동으로 높아진 심박수를 정상화하고 체온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5~10분 동안 운동 강도와 속도를 낮추면 된다. 

강 교수는 “평소 운동을 하지 않았던 사람이나 신체 활동량이 적거나 동반 질환이 있는 사람은 주치의와 상의해 운동 종목과 강도를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운동은 조깅·에어로빅·축구·농구 같은 고강도 운동보다 걷기·수영·실내자전거 타기 등 저강도 운동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운동하는 동안이나 직후에 가슴 통증·두근거림·호흡곤란·현기증이 나타나거나 관절이 붓거나 아프면 즉시 병원을 찾아 적절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동중독을 질병으로 인식해야” 주장도

운동이 어느 정도 몸에 습관처럼 붙었을 때 유념할 점은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다. 마라톤 선수가 경기 초반엔 극심한 한계를 느끼지만 중후반부터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희열을 느끼는 순간이 오는데 이것이 러너스 하이다. 
러너스 하이를 느끼기 위해 운동 시간과 강도를 높이다 보면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게 된다. 운동 중 부상을 입어도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또 어느 선에서 운동을 멈춰야 하는데 조정 능력을 잃어버려 그렇게 하지 못한다. 이 정도가 되면 운동중독이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일과가 손에 잡히지 않고 심하면 우울증세도 보인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운동중독을 질병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유재욱재활의학과의원 유재욱 원장은 “운동중독에 이르면 운동의 득보다 실이 늘어난다. 일반적으로 웨이트 트레이닝, 마라톤, 골프, 배드민턴 등에 중독되는 경우가 많다. 혼자 자제하기 힘들기 때문에 가이드가 필요하다. 골프 등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운동을 한 후에는 2~3일 쉬어야 한다. 작은 손상을 회복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느끼지 못하는 작은 손상을 방치하면 큰 부상으로 이어져 오랜 기간 또는 영구적으로 운동을 즐기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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