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휠라·네파·디앤액트 직원 납품업체에 거액 수뢰 혐의 기소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1.11.18 09:20
  • 호수 1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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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고개’ 넘으니 검찰發 악재가 ‘발목’ 잡나…해당 업체 측 “개인 일탈로 회사와 무관”

한 의류 납품업체 오너의 일탈로 시작된 검찰 수사가 의류업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휠라코리아와 네파, 디앤액트(옛 화승) 등 쟁쟁한 의류기업의 임원이나 간부가 최근 납품 대가로 A사에서 거액을 받았다가 검찰에 덜미를 잡혔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기업들은 “직원 개인의 문제로 회사와 무관하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파장이 의류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수도 있어 주목된다.  

지난 2020년 12월 의류 제조 및 판매업체인 A사가 원자재를 수입하다 부산세관에 적발된 것이 이 사건의 발단이다. 수입 가격이 당초 신고가보다 높았던 것이 문제가 됐다. 부산세관은 A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고,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의류 원자재 수입가격을 308억원에서 350억원으로 42억원 높게 신고한 사실을 확인했다. 부산세관은 이 회사 대표 박아무개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부산지검 공공외사부는 최근 박씨를 구속 기소했다.

의류업계 전반으로 檢 수사 확대되나

세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추가 수사를 이어갔다. 통상적으로 수입업체들은 관세를 내지 않거나 덜 내기 위해 가격을 조작한다. 하지만 A사는 수입가격을 40억원 이상 부풀리면서 관세를 추가로 납부했기 때문이다. 이를 수상히 여긴 검찰은 추가 수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A사가 수입가격을 부풀려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이 돈 중 일부를 휠라코리아, 네파, 디앤액트 등 원청인 의류업체 임원이나 간부에게 건낸 정황을 포착했다. 일부 임원의 경우 남품 대가 명목으로 받은 돈이 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들 역시 배임증재 등의 혐의로 최근 구속하거나 불구속 기소했다.

이병석 부산지검 공보관(인권보호관)은 “수입가격을 부풀린 목적이 재산 도피용인지, 아니면 비자금 조성 목적인지를 당연히 파악해야 했는데 세관이 간과한 것 같다”면서 “그 부분에 주목한 검사가 보완수사를 통해 부정한 거래를 척결할 수 있었다. 범죄 수익 추징보전 절차도 마무리된 상태다”고 설명했다.

부산세관 관계자는 “세관은 이번 사건의 가격 조작과 자금세탁 혐의를 수사하던 중 무역 자금이 국내로 흘러들어온 사실을 확인하고 비자금 관련 배임 등 수사권이 있는 검찰에 관련 내용을 공유하였다”고 밝혔다.

구설에 오른 기업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해명을 요구하는 기자의 요청에 응하지 않거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만 휠라코리아 측은 “개인의 문제로 회사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문제의 직원이 사건 발생 이전에 퇴사해 자세한 사항은 알지 못한다. 회사의 직원 관리에는 문제가 없었다”면서도 “퇴사 이유는 개인 프라이버시이기 때문에 밝히기 곤란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A사가 조성한 비자금의 용처가 주로 납품 대가나 편의 제공 명목이었다. 때문에 검찰은 A사에서 흘러간 돈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추가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수사가 의류 및 패션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의류·패션 업계는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 고개’를 겨우 넘고 이제 좀 숨통이 트인 상황에서 또다시 검찰 수사를 받을 경우 ‘충격파’가 더 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장 휠라코리아나 네파, 디앤액트 등의 현재 상황이 만만치 않다. 올해는 휠라코리아가 창립한 지 30주년 되는 해다. 윤윤수 휠라홀딩스 회장은 1991년 이탈리아 본사의 한국지사로 시작한 지 12년 만에 휠라 본사를 인수했다. 2011년에는 세계적 골프기업 아쿠쉬네트까지 품에 안았다. 이후 매출이 수직 상승했다. 2017년 매출 2조원을 돌파한 지 2년 만에 ‘3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지난해 매출은 3조1288억원으로 10년 만에 덩치가 4배 이상 커졌다. 지난해 휠라는 기존 휠라코리아를 물적분할해 지주사인 휠라홀딩스와 사업부문인 휠라코리아로 나눴다.

그동안 고공행진을 거듭했던 휠라는 최근 실적 정체 상태에 빠졌다. 특히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매출은 9%, 영업이익은 26%나 감소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휠라는 지난 8월 201억6678만원의 추징금을 국세청으로부터 부과받았다. 이의신청을 통해 당초 부과됐던 과징금(602억3926만원)보다 크게 낮아지긴 했지만 지난해 순이익의 10% 수준이다. 휠라코리아는 최근 잔여 추징세액에 대해서도 조세불복 소송을 진행 중이다.

네파나 디앤액트의 상황은 더하다. 네파는 2013년까지 아웃도어 유행에 힘입어 실적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당시 매출은 4704억원, 영업이익은 1182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실적이 정점을 찍고 하락하기 시작했다. 2015년에는 매출 1700억원대, 당기순손실 1200억원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부터 영업이익이 흑자와 적자 사이를 오가는 등 불안한 항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출이 3000억원 아래로 떨어졌고, 당기순손실 역시 1168억원을 기록했다.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리는 윤윤수 회장(오른쪽)은 최근 계속된 악재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연합뉴스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리는 윤윤수 회장(오른쪽)은 최근 계속된 악재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연합뉴스

“경영 정상화 동력 떨어질까” 우려

네파는 최근 tvN 드라마 《지리산》 제작을 후원하면서 반사이익을 노렸다. 《지리산》은 장르물의 대가인 김은희 작가와 《도깨비》의 흥행을 이끈 이응복 감독이 의기투합했고, 흥행 보증수표인 전지현과 주지훈이 캐스팅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제작비만 해도 3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드라마가 기대만큼 주목을 받지 못하면서 곤혹스러워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르카프’ 브랜드로 잘 알려진 디앤액트 역시 지난 199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스포츠 시장을 이끌었다. 나이키나 리복 등 쟁쟁한 브랜드를 제치고 3대 스포츠 메이커로 자리 잡았다. 이후 세 번이나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회사는 만신창이가 됐다. 최근 상황도 다르지 않다. 2016년 3000억원대이던 매출이 2019년 2100억원대로 급감했다. 결국 디앤액트는 그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디앤액트는 지난해 초 법원 회생절차를 조기 졸업했다. 이후 사명을 ‘화승’에서 ‘디앤액트’로 바꾸고, 정신모 대표를 영입하면서 본격적인 경영 정상화 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2019년 회사의 당기순손실은 822억원으로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 비리가 불거지면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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