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아라비안나이트 18년 6570일의 夜話 [최보기의 책보기]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1.1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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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매혹적인 아랍이라니》ㅣ손원호 지음ㅣ부키 펴냄ㅣ356쪽ㅣ18,000원

필자가 초등학교를 다녔던 1970년대 남해안 섬은 학교에서 무상으로 나눠주는 교과서 말고는 책이 귀했다. 새학기 교과서를 받아오면 몇 날 며칠 그 책들을 읽는 재미에 푹 빠졌다. 배를 타고 근처 항구에 나가면 조그만 서점이 있었지만 현금으로는 단 한 권의 책도 살 수 없었다. 그나마 가슴 두근거리는 어린이 월간 잡지나 위인전 같은 책을 마음껏 볼 수 있는 곳은 학교 도서관이 유일했다.

그때 읽었던 책 중 가장 재미있었던 책을 묻는다면 단연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신밧드의 모험’, ‘알라딘의 요술램프’를 뺄 수 없다. 모두 아랍 지역 구전설화집 《아라비안나이트》의 대표작이다. ‘1001일 밤 동안 펼치는 이야기’란 뜻으로 《천일야화(千一夜話)》라고도 하는데 ‘야화’를 아직도 ‘야설’ 쯤으로 오해하는 사람은 지독히 책과 담을 쌓은 사람이다.

어렸을 때는 우리나라가 아닌 외국 이야기 정도로 알았지 중세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중심이었던 이라크 바그다드를 배경으로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페르시아 지역 아랍인 이야기임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 우리에게 주로 ‘석유벼락부자’로 인식되는 아랍은 유럽보다 훨씬 먼 땅이고, 빈라덴 911 테러, 시리아 전쟁, 이슬람IS 과격단체, 독재, 히잡과 여성차별 등 부정적인 단어가 익숙한 곳이니까. 그러나 그곳이 사실은 인류 4대 문명 중 이집트 문명과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발상했던 곳이다. 유럽의 총과 기계에 밀리지 않았다면 얼마든지 세계를 주름잡았을 그들이다. 

아랍 연구가 손원호는 18년 6,570일 동안 아랍의 중심인 이집트, 예맨,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를 위험을 무릅쓰고, 의도적으로 여행한 이야기를 《이토록 매혹적인 아랍이라니》로 기록했다. 이슬람 경전 코란(2:219]은 ‘술과 도박에 관하여 그대에게 물을 때 일러 가로되 그 두 곳에는 큰 죄악과 인간에 유용한 것이 있으나 그것의 죄악은 효용보다 더 크다’며 음주를 금기시한다. 그러나 사막의 베두인이 집에서 빚은, 안동소주와 비슷한 대추야자주를 원하면 얼마든지 구해 마실 수 있을 만큼 이집트는 술에 관대한 나라다.

예맨의 수도 ‘사나’는 아직 현대문명이 들어서지 않은, 중세 도시 같은 느낌이 든다. 멋스러운 곳이긴 하나 이곳 사람들은 자기중심적이라 남 말을 잘 듣지 않고 감정을 숨기지 않아 화도 잘 낸다. 생방송 토론 중 상대 패널에게 마이크를 집어 던지기, 몸싸움, 일방적 퇴장이 다반사다. 그런 문화는 아랍연맹 정상회의에서도 볼 수 있다. 감정적인 만큼 이들의 가슴은 뜨거워 감동도 잘 받는다. 비즈니스든 학문이든 아랍인을 상대하려면 이런 그들의 타고난 기질(DNA)부터 알아야 한다.

‘1938년의 기적’을 맞은 석유 부국 사우디아라비아는 말 그대로 ‘불로소득 국가’이다. 국민은 세금 낼 이유도, 열심히 똑똑하게 일 할 이유도 없다. 석유는 그들에게 축복만큼 게으름의 저주도 함께 내리고 있다.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사이에 있어 메소포타미아 문명 중심지였던 이라크 바빌론에는 바벨탑과 에덴동산, 아브라함의 흔적이 남아있다. 아랍에미리트를 포함 아라비아반도 동쪽 척박한 아라비아만에 살던 사람들은 7천 년 전부터 진주 잡이로 생계를 유지했다. 루브르 아부다비 박물관에는 8천 년 아랍의 사연과 세월을 담고 있는 0.3cm 짜리 진주를 볼 수 있다. 두 번째 오래 된 진주는 2천5백년 전 페르시아 공주의 진주로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있다.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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