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미국보다 약한 이유는 뭘까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1.23 11:00
  • 호수 1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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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이익 상승했지만, 주가는 지지부진

올 3분기에 미국 기업 이익이 44% 늘어났을 걸로 추정된다. 전체 기업의 80% 이상이 실적 발표를 마쳤으니 이 숫자가 크게 바뀌진 않을 것이다. 우리 기업은 이익 증가율이 더 높다. 3분기에 영업이익이 61% 정도 늘어났을 걸로 추정된다. 10월 중순 이후 한 달간 미국 주식시장이 양호한 실적을 바탕으로 크게 올랐다. 

나스닥은 거래일수 20일 중 3일을 제외하고 모두 상승할 정도였다. 1개월간 상승률이 13%에 달했다. 반면, 우리 시장은 미국보다 더 좋은 실적을 올렸는데도 하락해 코스피 2900을 간신히 유지하는 수준이다. 과거보다 강도가 약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주가 동조화가 존재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특이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왜 우리 주식시장이 미국과 다른 모양이 됐을까?

ⓒ시사저널 최준필
11월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2.31포인트(0.08%) 하락 한 2997.21을 나타내고 있다.ⓒ시사저널 최준필

글로벌 기업 부재한 한국

무엇보다 시장을 구성하는 핵심 종목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은 애플, 구글, 아마존, 테슬라 등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주가가 조금만 올라도 지수가 크게 상승하게 된다. 우리도 네이버, 카카오와 2차 전지, 바이오 기업들이 있지만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가시적인 성과 면에서 미국 기업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지금 글로벌 금융시장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성장성도 뛰어난 기업들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 경제와 시장의 주역은 여전히 중후장대형 기업들이다. 철강, 화학부터 자동차까지 산업구조가 국제 금융시장의 관심과 다르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정책도 양국의 주가를 다르게 만드는 요인이다. 우리는 이미 8월에 금리를 올렸고, 11월에 또 한 번의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11월에 겨우 유동성 공급을 줄이는 테이퍼링을 시작하겠다고 예고했다. 금리를 언제 올릴지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반면, 연준은 여전히 눈치를 보고 있는 건데 서로 다른 중앙은행의 태도가 주가의 모양새를 다르게 만들고 있다. 작년 3월 이후 주식시장을 끌고 온 동력은 유동성이다. 이 부분을 건드리는 강도가 다른 만큼 두 나라 주가가 상반된 움직임을 보일 수밖에 없다.

아시아 시장만의 약세 요인도 있다. 3분기에 중국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9% 성장했다. 시장 예상치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분기 성장률 4.9%는 코로나19 여파로 부진한 성장을 기록했던 작년 2~3분기를 제외하고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성장률이다.

전분기 대비 성장률에서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2분기에 비해 0.2% 성장했는데 1분기와 동일했다. 1분기는 2020년 4분기 성장률 3.2%의 기저효과 때문에 낮을 수밖에 없지만, 3분기는 그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자체적인 성장 역량이 0%대 초반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할 수밖에 없다. 중국이 분기성장률을 발표한 2011년 이후 전분기 대비 성장률 평균이 1.74%였음을 감안하면, 3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이 얼마나 낮은지 알 수 있다.

중국 경제는 아시아 많은 나라에 큰 영향을 준다.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경제가 높은 물가와 경기 둔화가 한꺼번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좋지 않다는 걸 감안하면 문제가 심각할 수밖에 없다. 중국 주식시장도 경제의 영향을 받아 주요국 중 주가가 가장 못 오른 축에 속해 있다. 중국 리스크가 우리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 투자자의 생각도 다르다. 미국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주가가 오르기 시작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13년간 주가가 상승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상승을 당연할 걸로 받아들이고, 모든 재료를 시장에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고 있다.

 

여기저기 휘둘리는 한국 증시

반면, 우리 시장은 2011년 조정에 들어가 6년 가까이 지지부진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2018년 코스피가 2600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1년도 안 돼 다시 2000 밑으로 떨어졌다. 우리 투자자에게는 주가 상승이 일상적 경험이 아닌 셈인데, 이렇게 시장을 보는 시각이 다르다 보니 우리 투자자는 상황이 조금만 나빠져도 방어적인 쪽으로 행태가 바뀔 수밖에 없다.

한국과 미국의 주가 차별화는 단기에 끝나지 않는다. 중간에 기복을 거쳐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주식시장이 계속 상승한다면 우리 시장도 일정 폭까지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오래전부터 세계 주식시장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왔기 때문이다. 

그래도 미국 시장에 계속 얹혀갈 수는 없다. 이런 상승은 자기 실력보다 미국 시장이라는 심리적 요인에 편승하는 형태이므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미국과 우리 시장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건 미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특별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에 국한될 것이다. 

2012~17년이 그런 형태였다. 미국 시장이 계속 상승했지만 우리 시장은 1900~2200 사이를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 시장이 중요 지점을 넘을 때 우리 시장도 박스권 상단까지 올라갔지만 이내 원래 수준으로 복귀했다. 미국 주가 상승이 코스피를 끌어올리지 못하고 하락을 막는 정도에 그쳤던 건데 이번에도 그런 모습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시장이 상승을 멈추고 하락을 시작한다면 코스피는 2900을 뚫고 내려올 것이다. 우리 시장 입장에서 하락을 저지하는 동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모습이 정보통신(IT) 버블 붕괴 직전인 2000년에도 나타났다. 연초 이후 3개월간 미국 주식시장이 15% 가까이 오르는 동안 코스피는 950선을 유지했지만, 미국 시장이 떨어지자 우리 시장도 본격적으로 내려왔다. 

우리와 미국 시장이 다른 모양이 된 건 우리 시장의 약세 요인이 커졌다는 의미다. 두 나라의 주가 차이가 벌어진 후 중간에 차이가 다시 좁혀졌던 사례가 없었다는 점도 부담이 된다. 과거에는 차별화를 참고 견딜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해외 주식 투자가 자유로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우리 주식을 팔고 미국 주식을 사는 건데, 그럴수록 코스피는 더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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