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중증 역대 최다⋯“부스터샷이 유일한 대안”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1.11.19 10:00
  • 호수 1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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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추가 접종 간격 4~5개월로 단축하기로…“연말까지 1378만 명 받게 돼”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수가 500명 선을 넘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1월17일 0시 기준 인공호흡기 등으로 격리치료 중인 위중증 환자가 522명이라고 발표했다. 역대 최다다. 11월1일 위중증 환자 수는 343명이었으나,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국내 백신 완전 접종률이 78%를 넘는데도 위중증 환자가 증가하는 주요 원인은 고령층의 돌파감염 탓이다. 위중증 환자의 약 82%는 60대 이상이다. 고령층의 돌파감염 발생률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고,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돌파감염 발생률도 상승하는 추세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돌파감염 발생은 40대 62.6명, 50대 46.0명인 데 반해 60대 119.9명, 70대 123.9명, 80대 143.9명 등이다. 

사망자, 4~5일 만에 100명씩 증가

본래 백신의 효과(감염·중증·사망 예방)는 90% 이상이다. 이는 임상시험에서 백신 접종 2개월 후의 데이터다. 그 이후부터는 백신 효과가 줄어든다. 우리보다 백신 접종을 먼저 시작한 영국과 이스라엘 사례에서도 백신 접종 후 5~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중증·사망 예방 효과는 70%대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는 백신 접종 완료율 78%를 강조하는데, 더 중요한 것은 백신의 질이다. 60~74세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다. 이 백신의 효과는 본래 화이자·모더나 백신보다 낮았다. 국·영·수 중에 한 과목의 점수가 낮으면 전체 평균이 떨어지는 것처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과가 떨어지므로 국내 전체의 백신 효과가 낮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중증 환자 증가는 사망자 수 증가세로 이어진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층 사망자 수는 10월 첫째 주 47명에서 11월 첫째 주 122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사망자는 매일 두 자릿수로 증가해 11월17일 누적 수는 3158명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사망자 수 증가세가 가파르다는 점이 문제다. 사망자가 100명씩 증가하는 데 걸린 시간이 10월초에는 10일이었는데, 최근 이 간격이 4~5일로 단축됐다. 

정부는 ‘감염병 전담병원의 병상 가동률이 7일 이동평균 60% 이상일 때’ 경고를 내리고,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이 75% 이상일 때’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시행을 일시 중단하는 ‘비상계획(서킷 브레이커)’을 실시한다는 예시를 제시한 바 있다. 최근 환자가 집중된 수도권의 경우 중증 환자 전담병상 가동률은 76.1%로 ‘비상계획’ 발동 기준인 75%를 이미 웃돈다. 수도권의 중환자 병상 4개 중 3개 이상이 사용 중인 셈이다. 전국 기준으로도 61.7%에 달해 여력이 충분한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 ‘비상계획’을 발동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위중중 환자가 500명을 넘어도 의료체계가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현재 질병관리청이 구체적인 위험도 평가지표를 검토하고 있다. 예시로 나왔던 중증병상 가동률 75% 등과 같은 한 가지 지표만으로 ‘비상계획’을 발동하는 것은 아니고, 중증화율과 재택치료 현황 등 여러 조건을 보면서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현재의 코로나19 사망은 예방 가능한 사망이다. 죽지 않아도 될 사람이 죽는 것이다. 앞으로도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수도권의 병상 가동률이 75%를 넘었다는데, 의료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서의 병상 가동률은 90% 이상이다. 그런데 정부는 최근 중증병상 1%를 추가로 확보하라는 예비명령을 내렸다. 앞으로 전체 병상의 4%를 코로나19 병상으로 운영해야 한다. 이는 의료체계에 큰 부담이다. 사실상 ‘비상계획’이 시작된 셈이다. 병원 현장의 소식을 전하자면, 환자가 사망하면서 병상이 비워지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또 병상이 없으면 수도권의 위중증 환자를 지방으로 이송한다는데, 문제는 지자체가 꺼린다는 점이다. 2012년 메르스 유행 때 강원도에서 발생한 환자가 병원을 찾아 500km를 헤맨 사례가 있지 않나. 이런 문제에 대한 준비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상황이 급격히 악화한 것은 단계적 일상 회복을 시작한 11월1일 이후부터다. 방역 규제를 시간이든 장소든 하나씩 풀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유흥시설을 제외한 모든 영업장의 24시간 영업을 허용했다. 사적 모임이나 행사 규모도 대폭 늘어났다. 국민 이동량도 급격히 증가했다.  

한국 방역 강도, G20 중 최하위권

결국 국내 방역은 G20(주요 20개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졌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이 11월15일 발표한 ‘엄격성 지수(Stringency Index)’를 보면 한국은 100점 만점에 39.35점이다. G20 중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멕시코(35.19점)뿐이다. 엄격성 지수는 각국의 코로나19 대응 수준을 분석한 것이다. 모임 인원이나 다중이용시설 영업 등 9개 분야 방역조치를 평가한다. 점수가 높을수록 방역 강도가 세다는 뜻이다.

물론 이 점수가 낮다고 해서 방역에 실패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10월까지 40점대였던 국내 방역 수준은 단계적 일상 회복을 시작한 11월1일 이후 30점대로 급락했다. 점진적 일상 회복을 시행 중인 싱가포르(44.44점)나 방역조치를 대부분 해제한 영국(41.20점)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방역 수위가 일순간에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싱가포르는 3개월 전 코로나19 대응체제를 전환했지만 접종 완료자에 한해 식당 이용을 허용한다. 백신 미접종자는 24시간 이내 유전자 증폭(PCR)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 식당을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방역이 여전히 까다롭다. 단계적 일상 회복 시행 후 방역 패스를 해제했던 덴마크는 11월8일 방역 패스 재도입 방침을 내놨다. 국내 방역 수준이 급격히 떨어지자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11월11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상황이 나빠지면 (6주 후에도) 단계적 일상 회복 1단계를 지속하거나 방역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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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풀린 방역 다시 조이기란 쉽지 않아”

현재 추가 접종(부스터샷)은 기본 접종 후 6개월이 지난 시점에 받는 것이 원칙으로 돼 있다. 그러나 최근 고령층을 중심으로 확진자 및 위중증 환자가 늘어나면서 추가 접종 간격을 5개월로 단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우주 교수는 “한번 풀린 방역을 다시 조이기란 쉽지 않다. 현재로서는 추가 접종이 유일한 대안이다. 그러나 추가 접종은 지지부진하다. 2차 접종 6개월 후에 추가 접종을 맞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백신 효과가 연령대별로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방역 당국은 이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어떤 조치도 내리지 않고 있다. 그 사이에 예방 가능한 사망만 이어지는 형국이다. 백신 접종 간격 6개월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3개월이든 5개월이든 백신 효과가 떨어지면 추가 접종이 필요하다. 고령층이 7~9월 2차 접종을 마쳤으므로 6개월이 지나는 시점은 내년 2월께다. 그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필요한 시점이다. 영국은 2차 접종 후 5개월 후 추가 접종을 하기로 정했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참고하는 전거가감(前車可鑑·앞 수레가 넘어진 것을 보고 뒤 수레가 넘어지지 않도록 한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지적에 따라 정부는 11월16일 추가 접종을 앞당기는 방안을 전문가들과 검토했고, 11월17일 60세 이상의 백신 추가 접종 간격을 기존 6개월에서 4개월로 단축한다고 발표했다. 또 50대 연령층의 추가 접종도 기본 접종 완료 후 5개월로 앞당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60대 이상 고령층은 확진율이 한 달 전보다 2배 이상 높아진 데다 위중증 환자의 82%, 사망자의 97%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번 결정으로 연말까지 모두 1378만 명가량이 추가 접종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는 언제 들어오나?

미국 제약사 머크앤드컴퍼니(MSD)는 11월4일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몰누피라비르)의 사용 승인을 받았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도 기다리는 중이다. 화이자도 11월16일 FDA에 경구용 치료제(팍스로비드)에 대한 사용 승인을 신청했다. 이 약은 임상시험에서 입원과 사망 확률을 89%까지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MSD와 치료제 160만 명분 구매계약을 맺었다. 우리는 40만4000명분의 치료제를 확보할 계획이다. 내년 2월 경구용 치료제가 국내로 들어올 예정이다. 또 경구용 치료제는 기저질환이나 고령 등 고위험 요인이 있는 경증·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처방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사항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사용 승인 후 결정된다.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 같이 맞아도 될까?

최근 인플루엔자 환자가 증가세를 보이면서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 가능성이 커졌다. 10월31일부터 11월6일까지 독감 의심 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3.3명으로 직전 주 대비 2.0명 증가했다. 질병관리청은 독감에 취약한 유·소아, 고령자, 만성질환자 등은 독감 예방접종을 받을 것을 권고했다. 11월15일 기준, 독감 무료 접종률은 68.5%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교수는 “여러 의학적 논문을 살펴보면 독감 백신과 코로나19 백신을 같이 맞아도 이상이 없다. 부작용이 없고 항체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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