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청와대 주인, MZ세대 손에 달렸다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1.23 07:30
  • 호수 167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총선 여당 압승, 올해 재보선 야당 승리 이끈 ‘집단성’ 보여…파괴력과 효과성까지 체감

차기 대선은 MZ세대에 달려 있다. 유력 대선후보들의 행보를 보면 2030(만 18세 이상)세대 표심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매타버스(매주 타는 버스)를 타고 청년세대 표심을 잡기 위한 현장 행보에 여념이 없다. 매타버스라는 이름 역시 MZ세대의 새로운 소통 수단인 가상공간 ‘메타버스’를 의미한다. 청년들과 소통 가능한 기회와 공간이라면 주저 없이 최우선적으로 선택되고 있는 상황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역시 다르지 않다. 최종 후보로 결정되기 전부터 특히 2030 MZ세대에 공을 많이 들였다. 60대 이상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윤 후보가 가장 선거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연령대가 MZ세대다. 오죽하면 ‘국대점퍼(국가대표가 입는 점퍼)’를 입고 한국시리즈를 직관하기까지 했다. 야구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은 행보는 2030세대와의 간격을 최대한 좁히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왼쪽)11월11일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청년, 가상자산을 말하다’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11월14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두산 대 KT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을 관람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윤석열캠프 제공

탈이념적 20대, 정권교체 여론 강해

두 유력 후보가 만 18세 이상 MZ세대에 골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다. 40대는 이재명 후보가 우세하고 60대 이상은 윤석열 후보가 우세하다. 선거일까지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50대는 두 후보에 대한 지지가 엇비슷하다. 마치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대결처럼 프레임 대결 구도로 나뉘어 있다. 하지만 2030 MZ세대는 다르다. 아직까지 변동성이 크게 유지되고 있고 선거 막판까지 후보 사이에 확보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유권자층이다. 그렇다면 이전과 비교해볼 때 2030에 대한 정치적 주목도가 이처럼 높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집단성·파괴력·효과성 때문이다.

우선 집단성이다. 2030 MZ세대는 지난 2017년 선거까지만 하더라도 집단투표 성격을 보이지 않았다. 출구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20대 표심은 특정 후보에게 집중되지 않았다. 분산투표가 이루어졌다. 게다가 2030 투표율은 다른 세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정치와 선거에 대한 무관심과 함께 집단투표의 조직력이 작동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여당인 민주당의 압승 배경에 2030세대의 집단투표가 있었고, 올해 4월 재보선에서 서울 20대 남자는 압도적으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힘을 실었다. 6월에는 2030세대의 선풍적인 열기로 최초의 30대 제1야당 대표(이준석)가 탄생했다. 집단성뿐만 아니라 파괴력까지 검증된 셈이다. 20대와 30대는 해묵은 정치적 분노, 경제적 피해, 사회적 소외를 해소하는 방법이 주요 선거에서 집단적으로 투표하고 그 파괴력으로 얻게 되는 정치적 이득이라는 효과성을 체감하고 있는 세대다. 선거에서 ‘앵그리 버드(성난 유권자)’만큼이나 무서운 유권자층으로 거듭난 MZ세대다.

지금의 MZ세대의 집단분노 표심은 정치인이나 정치세력에 기댄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분기탱천한 움직임이어서 더 의미 있고 인상적이다.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인 33%나 되는 MZ세대가 대선 국면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첫째로 ‘20대의 정권교체 여론’에 주목하게 된다. 20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탈이념적이고 탈지역적이다. 이들에게 지역주의를 강권하거나 이념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득보다는 실이다.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과 경제 발전 모델에서 혼돈의 세대가 20대다. 기성세대와 달리 ‘계층 사다리’의 기회가 날아가버린 20대는 철저하게 실용과 이익 투표 성향이 강해졌다. 가상자산(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은 20대는 내년부터 가상자산의 일정 수익 이상에 대해 과중한 세금이 부과되는 사실에 거부감이 크다. 대선후보들은 앞다퉈 가상자산 과세 유예, 청년세대에 대한 근로소득세 면제 등 장밋빛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의 의뢰를 받아 매주 실시하는 조사(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20대 지지율을 분석해 보았다. 이재명 후보는 7월30~31일 조사에서 20.8%였는데 가장 최근인 11월12~13일 조사에서 17.8%로 내려갔다. 윤석열 후보는 10월15~16일 조사에서 17.3%로 고꾸라졌던 지지율이 후보가 된 이후인 11월5~6일 조사에서 30%대로 껑충 뛰어올랐다(그림①). 조사 시점마다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20대의 정권교체 영향’ 현상이 두드러진다.

20~30대, 타 연령층에 비해 부동층 많아

둘째로는 이른바 ‘부동산 영끌의 30대’다. 차기 대선에 대한 30대의 표심에는 부동산 영향이 크다. 30대는 20대보다는 이념적 영향을 더 많이 받는 연령대다. 진보와 보수에 대한 인식이 존재하고 지난 대선에서 주로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 성향이 강했던 연령대다. 그렇지만 이번 대선을 앞두고 30대 역시 부동산, 주식 투자 등 이익 투표 성향이 강해졌다. 이 후보는 토지세 부과 세율을 높이는 ‘국토보유세’를 강조하는 반면 윤 후보는 ‘1가구 1주택’에 대해 종합부동산세 폐지 검토를 부동산 공약 간판으로 내걸었다. 모든 지역과 세대가 부동산 정책 특히 세금에 영향을 받지만 그 반응성은 서울 지역과 30대에서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는 편이다. 30대의 대선후보 지지율에서는 두 후보 모두 7월 이후 올라갔다. 윤 후보는 7월 조사에서 28.1%였는데, 11월12~13일 결과는 45.4%로 껑충 뛰었다. 이 후보는 7월에 18.6%에서 28.2%로 올라갔다(그림②).

MZ세대 대선 전쟁은 계속된다. 표심 변동성이 다른 세대보다 크기 때문에 확정된 채로 지속되지도 않고 대선 막판까지 조금씩 지속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2030세대의 무응답층, 즉 답변 유보층에 주목해야 한다. 부동층이 줄어들었다가 다시 늘어나기도 하는 유동성이 더 활발하고 더 거칠게 작동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부동층은 10월15~16일 조사에서 49.9%로 거의 전체의 절반이나 되는 수준이었다. 30대 부동층 역시 45.5%나 된다. 가장 최근 조사인 11월12~13일엔 20대와 30대 부동층이 각각 29.9%, 13.2%로 줄어들었다(그림③). 그러나 20대는 직전 조사와 비교하면 입장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더 늘어났다. 데이터 그대로 MZ세대 표심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변동성만큼이나 선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커졌다. 그래서 MZ세대를 잡아야 다음 대통령이 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