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어피너티와 갈등 해소 위해 상장 꺼내들었나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1.11.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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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피너티 “신창재 회장의 풋옵션 의무 이행이 먼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시사저널 이종현·뉴스뱅크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시사저널 이종현·뉴스뱅크

교보생명이 상장을 추진한다.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너티컨소시엄(이하 어피너티)과의 분쟁과 관련해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자 최후의 수단으로 ‘상장’ 카드를 꺼냈다는 평가다. 교보생명은 상장을 통해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어피너티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풋옵션 의무 이행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상황이어서 난항이 예상된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고 내년 상반기 중 상장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논의했다. 교보생명은 내달 중 한국거래소에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내년 상반기 코스피에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이 어피너티와의 갈등 해소를 위해 상장에 나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어피너티는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하고 있던 교보생명 지분 24%를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교보생명은 2015년까지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상장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어피너티는 2018년 주주 간 계약에 따라 교보생명에 주당 40만9000원에 주식을 매수하는 풋옵션을 요구했다. 이에 교보생명은 풋옵션 가격이 과도하다며 맞섰다. 이후 양측은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 신청을 하는 등 갈등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상장이 성사될 경우 어피너티이 보유 지분을 매각, ‘엑시트(투자회수)’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교보생명 역시 보다 우호적인 새 주주를 확보할 수 있고, 어피너티가 신 회장의 자택과 배당금, 급여, 실물주권 등에 건 가압류도 해소할 수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의 상장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대주주 간 분쟁이 진행 중인 상황임을 감안, 거래소가 상장 심사를 연기하거나 거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어피너티가 교보생명의 상장 발표 직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서 이런 견해에는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어피너티는 18일 공식입장을 통해 “주주간 계약에서 정한대로 풋옵션 의무를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며 “신 회장이 풋옵션 의무를 이행하고 나면 주주 간 분쟁은 해소되고 더 이상 교보생명의 상장 진행에도 아무런 장애물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피너티는 교보생명의 상장 발표에 대한 불신도 드러냈다. 어피니티는 “신 회장은 약 20년 전부터 교보생명 IPO 추진을 수차례 선언했지만 실제로 이행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이번 교보생명의 IPO 추진 발표도 신 회장의 풋옵션 불이행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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