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만 있고 선수가 없다…與도 野도 ‘선대위 딜레마’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1.11.1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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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매머드급 규모’에도 전투력 떨어진다는 자성의 목소리
野, ‘반문 텐트’ 만들려다 초기 인선부터 난관 봉착해

“후보만 죽어라 뛰고 있다.”(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당 전반에 다소 들뜬 분위기가 감지된다.”(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대선레이스의 막이 오른 가운데 여야의 대표적인 ‘선거 전략가’들이 동시에 당에 경종을 울렸다. 여야가 받아든 숙제는 각기 다르지만, 선거대책위원회 초기 인선에서 문제가 불거지는 모양새다. 두 캠프 모두 중진들이 다수 참여하는 ‘용광로 선대위’를 꾸렸지만, 정작 후보를 지원 사격할 ‘공격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연합뉴스

與, 지고 있는데 후보만 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위기에 봉착했다. 경선 전까지 줄곧 여론조사 1위를 찍었던 이 후보다. 그러나 최근 ‘컨벤션 효과’를 등에 업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1위를 자리를 빼앗겼다. 최근에는 격차가 10%p 이상 벌어진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오자 당내에서도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문제는 이 상황을 수습할 ‘책사’, 혹은 상황을 반전시킬 ‘공격수’가 선대위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적은 과거 민주당에서 선거 승리와 패배를 모두 경험한 중진들이 먼저 제기하고 나섰다. 위기상황에 빠진 이 후보를 더 열심히 방어해줘야 하는데, 되레 몸을 사리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여당의 전략통으로 꼽히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17일 민주당 소속 21대 초선·비례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대선이 넉 달도 채 안 남은 상황에서 이렇게 유유자적 여유 있는 분위기는 우리가 참패한 2007년 대선 때 보고 처음”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책임 있는 자리를 맡은 분들이 벌써 마음 속으로 다음 대선, 다음 대표나 원내대표, 광역 단체장 자리를 계산에 두고 일한다”며 “도대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탄식이 나온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초기 국정상황실장인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1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질 때는 국회의원들이 모두 여의도에 있고, 이길 때는 다 현장에 가 있다”며 “민주당 내 많은 분이 위기 상황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당내 위기감을 전했다.

선배들의 발언 이후 민주당의 초선 의원들의 ‘반성문’도 이어지고 있다. 이탄희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저부터 먼저 선대위 직책을 내려놓겠다. 지금 이 시각 부로 선대위 너목들위원장직을 반납한다”고 글을 올렸다. 이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던 너목들위(너의 목소리를 들으러 가는 위원회)는 대국민 소통 강화 차원에서 만들어진 기구다. 이 의원은 “선대위에 현장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을 전면배치하고 나머지 의원들은 지역과 현장으로 가서 시민을 직접 만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전 민주연구원장과의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민주당 초선의원은 “(양 전 민주연구원장) 말씀 모두 구구절절 맞는 말이라 부끄러웠다”며 “여기서 더 추가 기울면 늦어진다는 위기감이 의원들 사이에 분명 있다. 이런 목소리를 지도부도 알고 있으니, 조만간 새로운 전문가나 그립감 있는 리더가 선대위로 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野, 선대위 꼬인 실타래 못 풀면 잡힌다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캠프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당초 선대위 초기 인선안을 금주 중 마무리 지을 계획이었지만 난관에 봉착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윤 후보의 인선안이 충돌하면서다. ‘실무형 캠프’를 원하는 김 전 위원장 측과 보다 큰 규모의 ‘반문 캠프’를 꾸리려 하는 윤 후보 측 간의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현재 윤 후보 측은 ‘총괄선대위원장-상임선대위원장-공동선대위원장’에 4개 분야의 본부장을 둔 선대위 인선을 구상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고 바로 아래 직책인 상임선대위원장에 김병준 전 위원장을 배치하는 한편, 선대위에서 독립된 조직인 국민통합위원회에 김한길 전 대표를 영입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윤 후보 구상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선수는 없고 ‘간판’만 그럴 듯 한 선대위라는 게 김 전 위원장 비판의 골자다. 17일 김 전 위원장은 광화문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국민통합이라는 건 과거에도 해봤지만, 이름만 내건다고 국민통합이 되는 거냐”고 반문한 뒤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통합위원장을 하고, 그 밑에 한광옥 전 의원을 데려다가 부위원장 시켰는데 지금 국민통합이란 게 요만큼이라도 된 게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의 갈등을 ‘조율 과정’이라 선을 그으면서도, 당내 구성원들에게 자성의 목소리를 요구하고 있다. 이 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지지율이 민주당과 상당한 격차를 유지하면서 당 전반에 다소 들뜬 분위기가 감지된다”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리 후보의 경쟁력이 매우 높게 유지되고 있지만 최근 일부 조사를 보면, 조정 국면에 접어드는 추세도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기술적인 조정이기에 동요 없이 정권교체를 향해 정진해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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