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與野 넘나들며 정치판 뒤흔든 ‘구원투수’ 김종인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11.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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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숱한 논란에도 ‘선거 승부사’ 김종인 모시려는 이유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두고 막바지 샅바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유력시되는 김종인 전 위원장과 윤석열 후보가 선대위 인선을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다. 선대위 구성 시점도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다만 방법론의 문제이지 김 전 위원장의 선대위 합류 자체는 기정사실화했다고 보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윤 후보가 ‘킹메이커’ 김 전 위원장을 마다할 리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 선대위에 합류한다면, 지난 4‧7 재보궐 선거 이후 국민의힘을 떠난 지 6개월 만에 다시 선거판으로 복귀하게 되는 셈이다.

김 전 위원장이 정치권을 떠났다가 대선판에 다시 소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 전 위원장은 등판과 은퇴를 반복하며 여러 선거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 보수나 진보라는 진영의 벽도 개의치 않았다. 여의도 정치권에서 그를 ‘킹메이커’로 부르게 된 이유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옆 모습 ⓒ 연합뉴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옆 모습 ⓒ 연합뉴스

9회말 2아웃에 등판하는 ‘구원투수’ 김종인

김 전 위원장이 킹메이커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2012년 대선 때다. 김 전 위원장은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 캠프에 합류해 공약 개발을 담당했다. 이 때 나온 것이 ‘경제민주화’ 공약이다. 보수 여전사 이미지의 박근혜 후보가 좌클릭을 시도한 셈이라, 중도 확장에 도움이 됐다. 결과적으로 김 전 위원장의 행보가 박근혜 후보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이 때 나왔다.

김 전 위원장이 본격적으로 킹메이커로서의 존재감을 굳힌 것은 그로부터 4년 뒤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로 영입되면서다. 당시 민주당은 안철수 공동 대표의 탈당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전권을 잡은 김 전 위원장은 이해찬 전 대표를 포함한 중진 의원들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그 결과 민주당은 새누리당 일색이던 여대야소 구도를 깨고 제1당이 됐다.

김 전 위원장은 4년 뒤 또 보수 정당으로 돌아갔다. 미래통합당 선대위원장을 맡아 21대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총선에선 민주당에 참패했지만,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바꾸고 비대위원장을 맡은 뒤로는 당의 개혁을 주도했다. 5‧18민주묘지를 찾아 무릎 꿇고 사죄하고 ‘호남동행’을 강조하는 등 좌클릭을 시도했다. 그 결과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서울과 부산시장 자리를 되찾았다. 이처럼 김 전 위원장은 지난 10년 간 진영을 가리지 않고, 어려울 때마다 ‘구원투수’로 등판해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020년 8월1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 연합뉴스

혁신 위해 휘두르는 전권…“독재자 스타일” 비판도

김 전 위원장의 승리 비결로는 ‘개혁’이 꼽힌다. 보수 정당에서 진보 정책을 주장하고, 기성 정치인들을 공천 탈락시키면서 개혁을 주도하는 식이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전권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출신의 전 의원은 김 전 위원장에 대해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당내 반발을 거리낌 없이 억누르는 사람”이라며 “어떻게 보면 독재자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김 전 위원장의 화끈한 어법도 자주 도마에 올랐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국민의힘 선대위 합류를 두고 윤석열 후보 측과 줄다리기를 하는 과정에서 윤 캠프 인사 일부를 ‘파리떼’라고 지칭했다. 지난 4‧7 재보궐 선거 국면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안철수 당시 후보에 대해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 같다”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야권에선 “김 전 위원장의 거침없는 인사는 보통의 여의도 정치권 문법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만화로 읽는 오늘의 인물이야기 ‘비상대책위원장-김종인' 출판기념회에서 출판물을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만화로 읽는 오늘의 인물이야기 ‘비상대책위원장-김종인' 출판기념회에서 출판물을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이 같은 김 전 위원장의 스타일은 당내 갈등으로 비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동시에 김 전 위원장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가 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지난 11일 시사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김 전 위원장은 제가 못하는 것을 많이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제가 ‘파리떼’라고 했으면 ‘싹수없는 놈’부터 해서 많은 비판에 직면했을 테지만, 영감님(김 전 위원장)이 말하니까 아무도 반발하지 못하지 않나. 이런 능력은 독보적인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국민의힘 총괄 선대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김 전 위원장은 이번에도 전권을 휘두르려는 태세다. 윤 후보 측은 선대위와 별도로 후보 직속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와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을 영입하는 구상안을 제안했으나, 김 전 위원장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김 전 위원장은 윤석열 후보 캠프에 합류했던 중진 의원들의 후퇴를 요구하며 인적 쇄신과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내년 대선에서 김 전 위원장이 또 한 번 킹메이커로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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