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왜 우리만 탄소 감축 모범국 되어야 하나
  • 이진우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앵커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1.19 17:00
  • 호수 1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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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들이 요소수를 구하지 못해 한바탕 소동을 벌였던 일은 우리 인류가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일로 인식하고 추진하는 탈탄소 친환경 정책이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요소가 모자라서 요소수를 못 만들게 된 이유는 중국이 요소를 만들 만한 충분한 석탄이 없었기 때문이고, 석탄이 부족해진 이유는 중국이 환경규제를 지키기 위해 석탄 사용을 줄였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요소수가 부족해진 이유는 중국이 친환경 정책을 충실히 이행했기 때문이다.

11월9일 고양시 일대 요소수 판매 주유소 ⓒ 시사저널 이종현
11월9일 고양시 일대 요소수 판매 주유소 ⓒ 시사저널 이종현

이 말은 바꿔 말하면 중국이 친환경 정책을 충실히 이행하는 한 우리나라는 요소수 대란이 늘 일어난다는 뜻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전 세계가 친환경 정책을 포기하든지 우리나라가 요소수 사용을 포기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우리는 친환경 정책을 ‘중국이 석탄을 좀 덜 사용하는 것’ 정도로 이해하고 있고, 그래서 중국이 좀 정신을 차려야 되는 일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중국이 좀 줄이면 되는 일이고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은 우리가 추구하는 친환경 정책의 본질은 중국의 각성이 아니라 결국 ‘우리나라가 요소수를 필요로 하는 경유차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바꿔놓고 들여다보면 이게 참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우리는 중국이나 인도 등이 철강을 만드는 과정에서 내뿜는 탄소가 지구 온난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보고 그들에게 탄소 배출을 줄이라고 하지만, 그들이 생산한 철강으로 만든 자동차나 건축물은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에서 소비한다. 미국이나 유럽은 직접 생산하지 않을 뿐 생산된 제품을 적극적으로 소비함으로써 생산을 부추기고 있다. 그래서 탄소를 줄이고 싶으면 인도와 중국의 철강 수출을 규제하려고 하지 말고 스스로 철강을 수입하지 않으면 된다. 그러면 중국도 철강을 만들어봐야 팔 곳이 없으니 공장을 멈출 것이고, 중국의 하늘은 맑고 깨끗해질 것이다. 그런데 왜 유럽은 스스로 자동차 소비량 삭감, 신규 건축 억제 등을 정책으로 내걸지 않고 중국의 철강 생산만 줄이라고 하고 있을까.  

유럽과 미국이 스스로의 소비 감축이 아닌 타국의 생산 감축을 요구하는 것은 그게 그들을 가장 덜 불편하게 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철강 생산을 줄이고, 그 결과 자동차용 강판 생산이 줄어 자동차가 덜 만들어지더라도, 그래서 자동차 가격이 오르더라도 유럽과 미국은 값이 오른 자동차를 충분히 구입할 만한 구매력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국과 인도가 철강 생산을 줄이면 그 여파는 돌고 돌아 브라질이나 폴란드 소비자들이 자동차 구매를 포기하는 일이 벌어진다. 요약하면 지구의 탄소를 줄여야겠고 그러려면 자동차를 덜 타야 하는데, 유럽인들이 덜 타자니 좀 불편할 것 같고 그러니 소득이 좀 낮은 다른 나라들이 양보해 자동차를 덜 타라는 뜻이다. 

전 세계가 그러면서도 2050년까지 탈탄소 또는 탄소중립을 이뤄내겠다고, 그러기 위해 탄소 배출을 열심히 줄이겠다고 선언하고 있는 것은 대체로 구호에 가깝다. 그 본질은 탄소를 줄여야 하지만 그 주체는 우리가 아닌 당신들이 먼저여야 한다는 게 메시지의 본질이다. 이런 상황에서 2050년이 되면 정말 다들 탄소중립 목표를 이뤄낼 수 있을까.

그 가능성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일정과 목표를 잘 조절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한국이 탄소 감축 모범국이 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라는 생각을 혹시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드는 걱정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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